3/07/2011

Gleaning/Gleaners

나도 안다. 이전에 방문 잘 하시던 이웃블로거 몇 분은 내가 종교적인 글을 올리는 것을 보고 발길을 딱 끊었다는 걸.

이해가 간다. 너무 많은 기독교인들이 본을 보이기는 커녕 일반 사회인들보다 못한 발언이나 행동으로 같은 기독교인들 조차 고개를 돌리게 하고 있으니 가뜩이나 다른 종교를 가지고 있거나 비종교인들은 오죽하겠나 싶다. 나자신이 기독인의 한 사람으로 참으로 많은 반성이 필요한 요즘.

하지만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이런 '사람적인' 일 들을 떠나서 내가 섬기고 우러르는 하나님이 어떤 분 인가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나에게 있고, 아무리 '불편하고 재수없는(요즘 반기독교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표현인 줄 압니다)' 기분이 들더라도 좀 객관적으로 기독교인들의 하나님이 원래 어떤 분 인가는 안 믿는 사람들도 좀 알아두면 좋겠다는 생각에 우선 딱 한 가지만 소개하기로.

"밭에서 난 곡식을 거두어들일 때에는, 밭 구석구석까지 다 거두어들여서는 안 된다. 거두어들인 다음에, 떨어진 이삭을 주워서도 안 된다. 포도를 딸 때에도 모조리 따서는 안 된다. 포도밭에 떨어진 포도도 주워서는 안 된다. 가난한 사람들과 나그네 신세인 외국 사람들이 줍게, 그것들을 남겨 두어야 한다. 내가 주 너희의 하나님이다." (레위기 19장 9절-10절. 새번역)

이집트를 떠나서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기 전 하나님이 모세를 통해 이스라엘백성에게 "명령하신 법'이다.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겠나 싶다. 그냥 우리의 원래 성정으로는 남에게 베푸는 것이 잘 안될 줄을 아시니 아예 법으로 못을 박아 놓으신, 하나님을 믿거나 안 믿거나 상관없이 어려운 사람들을 안타깝게 생각하시는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이 명령으로 인해 먹을 것 없는 어려운 사람들이 도둑취급을 받을 걱정 안하고 떳떳하게 남의 밭에 들어가 떨어진 이삭과 열매를 수확해 연명할 수 있었다. 이 정도면 꽤나 괜찮은 분 아닙니까? 믿는다고 하면서 나쁜 모습을 보이는 나 같은 사람이 문제지 기독교인의 하나님은 원래 이런 분 이세요. ^^

(p.s. 아직도 이스라엘에는 이런 풍습이 남아있고, 남아있는 이삭이나 과실등을 거두는 일을 Gleaning이라고 한다. 물론 현대의 우리 대부분은 농사를 짓지 않으니 여러 후원단체를 통해 어려운 이웃과 나누거나 하는 다른 방법이 있겠지만.)

16 comments:

  1. 안녕하세요.
    살아가는 것이 서로 관계속에 존재하는데, 혼자만 잘살고자 하다 보니 관계가 깨어지고 고립되고 하는것 같습니다.
    저도 더불어 살수 있도록 좀더 노력해야 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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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사실 비종교인으로서 이런 내용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글을 다는 것이 조심스럽습니다. 저의 상대적으로 가벼울 고민과 문제의식으로 의견을 말해봐야 독실한 신앙인의 깊은 신심에서 우러나오는 믿음을 결코 넘어설 수 없기 때문이지요.

    종교는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만, 누구든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종교 또는 신념을 존중합니다. 믿음이란 목숨보다 소중한 거니까요. 끝까지 신앙을 지켜낸 순교자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버린 독립투사나 그 근본이 가히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뉴스를 보면 하느님의 이름을 팔아 먹는 한심한 것들 (굳이 그런 이들에게까지 사람이라고 칭하고 싶지는 않아서...)의 행태를 많이 접하게 됩니다. 그런 걸 보면 실망을 넘어 특정 종교에 대해 증오와 분노의 감정꺼지 느끼게 되다가도, 다시 멀리 뉴스에서가 아니라 제 주위에서 흔히 만나는 선한 신앙인들을 떠올리며 (Oldman님 같은 분들, 그리고 이 순간 머릿 속에 떠올려 지는 몇몇 친구와 선후배들, 이웃들) 그런 뉴스에 나오는 일들은 극히 일부이며 일반적인 게 아니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됩니다.

    하느님께서 단 열명만 죄가 없어도 소돔과 모고라를 멸하지 않겠다고 하셨는데, 제 주위에는 제가 알고 있는 선한 신앙인들이 최소한 열명은 훨씬 넘으니, 저 멀리 뉴스에서나 가끔 접하는 비상식적인 사건 때문에 전체를 매도해서는 안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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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안녕하세요.

    우연히 건너건너 알게 되어 둘러보는 사이트가 되었습니다. 둘러보고 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지거나 생각하게 만드는 글들이 많네요.

    종교란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어렵지 않은 것을 사람들이 어렵게 만든 것인지... 저 역시 제 블로그에 종교 관련된 이야기를 쓰는 건 조심스럽게 되더군요.

    oldman님과는 다른 이유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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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실루엣 님,
    좋은 말씀입니다. 서로 좋은 관계속에 평화와 사랑이 먼저 이루어지는 것이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 우리 같이 노력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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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Black and Berry 님,
    그렇게 이해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리고 솔직한 생각을 나눠주셔서 이곳에 들리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서로를(비종교인이 종교인을, 종교인이 비종교인을)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될겁니다.

    주위에 계신 신앙인들이 '선하다'하시니 마음이 놓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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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NOWgNOY 님,
    아, 안녕하세요?
    들러주시고 좋은 말씀 남겨주시니 감사합니다. NOWgNOY님이 운영하시는 블로그도 소개해 주시면 저도 좀 들릴까 싶은데 괜찮으시겠어요? ID에 블로그링크가 걸려있지 않네요. 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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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저두 비슷한 경험이요! 대화를 나누다가 제가 기독교인이라는 걸 안 순간분터 분위기가 확 달라지던데요. 의외로 기독교를 그냥 싫어하는게 아니라 증오 한다는 사람을 꽤 봤어요.

    저도 처신을 잘해야할텐데,,또 잘 안되는것 같아요.기독교인은 세상에서 그냥 상식적인 사람으로 살려하지 말고 초상식적인 사람으로 살라는 목사님 말씀이 기억나요.남들 다 하는 선에서 하는것이 아니라 더 희생하라는 말씀인데..남들만큼도 못한 경우도 많은지라..말씀지키며 살아가기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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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감사합니다. 항상 그렇듯 좋은 글 읽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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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belike_him 님,
    맞아요. 저희에게 더 많은 노력과 자신을 돌아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목숨을 내놓고 선교를 감당하지 않아도 되는 대신에 말씀하신대로 더 많은 희생과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게 맞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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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GON 님,
    다시 뵈니 반갑습니다. 많이 바쁘신걸로 알고 있는데 2차면접결과는 어찌되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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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제 블로그는 기독교인의 냄새가 팍팍 풍기는데, 모르는 사이에 하나님을 가리우지는 않았나 움찔했습니다.
    영성과 실천이 발맞춰 나가는 건강한 기독교인에 대해 다시 묵상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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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발길 딱 끊었다'는 말씀에 괜히 찔려서 인사를 드립니다. 세상 사람들을 복음으로 초대하기위해서는 보아스가 룻을 위해 한 일을 소홀히 해서는 안되는데, oldman님의 글을 읽고 나니 제가 이삭 흘리는 일을 게을리하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합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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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지금도 좀 그렇지만 그동안 뭐가 바빴는지 들르지 못했네요. 그러는 동안 조금 상처받으신 일도 있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모 유명 블로그에서도 밝혔듯, 블로그라는 것이 원래 개인적인 공간이고 주인장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것이지요. 어떤 식당에 갔더니 "물 셀프, 음식값 선불"이라고 한다면 맛있어서 그냥 먹던가 아니면 안 가면 되는 것이지 위법사항도 아니고 주인이 그렇게 하겠다는데 고칠 것도 아니라고 봅니다.
    다만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은 부정해서는 안되겠지만요^^ 그저 믿고 의지하면서 살아가시는 모습이 좋아보일 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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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걷는 이 님,
    아, 가리우신 적 없습니다. ^^
    새 목회지에서 빨리 적응하실 수 있기를 빌어봅니다. 오프라인에서 다시 온라인으로 바뀌신 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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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겨자씨 님,
    ㅋ ㅋ ㅋ 뭐, 한 번 그래 본건데 이렇게 자수하는 분이 나오실 줄은 몰랐어요.

    맞아요. 보아스와 룻의 이야기가 바로 이 gleaning을 통한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죠(비종교인들의 이해를 돕느라 적습니다). 나쁜 경제때문에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그 상황에 걸맞게 이삭을 흘리는 일은 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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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SW Yoon (尹聖雄) 님,
    '발길 딱 끊었다'는 표현의 여파가 정말 굉장하군요. ㅎㅎㅎ

    아,학업때문에 바쁘실꺼라는 것 알고 있지요. 대부분의 이웃블로거들이 주로 대학/대학원생들 아니면 PhD과정 이신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대로 블로그주인 맘으로 운영하는 것 맞고, 반대로 자신의 성향에 맞지 않는 블로그는 안 가면 그만인지라 저의 '발길 딱 끊었다'는 표현은 볼멘소리가 아니었고 그래도 그만 이라는 뜻이 더 강했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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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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