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4/2014

정직한 회사들

지난 주 Costco에서 편지가 한 장 왔다.

내용인 즉슨 내가 지난 5월 경 구입했던 복숭아 한박스가 어떤 유통경로상의 박테리아 감염우려가 있어 그것으로 인해 아픈 사람은 아직 생기지 않았지만 Recall이 났으니 즉시 파기하고 Costco로 와서 환불을 받으라는 것.

아니 석달 전 이미 다 먹고 포장이나 영수증도 없는데(꼼꼼한 아내가 영수증 뭉치를 뒤져 찾아낼 수는 있겠지만) 이걸 뭐 어떻게 증명할 수 있으랴싶어 편지를 휴지통에 던져 넣었다. 그리곤 저녁에 아내에게 그 편지얘길 했더니 밑져야 본전인데 그래도 한 번 가서 이야기해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마침 필요한 구입품목도 있고 해서 지난 토요일 쭐래쭐래 Costco엘 갔고.

긴 줄을 서서 기다린 후 마침내 커스터머서비스점원과 마주쳤는데...



"뭘 도와드릴까요?"

"저...복숭아에 관한 recall편지가 왔었는데요... 뭐 증거가 될만한 포장이나 영수증도 남아 있지 않은데 어떻게 하죠...?"

"Costco카드 좀 줘보세요"

멤버넘버를 넣고 구입기록을 뒤지는 모양이다. 그러더니 잠시 후

"여기, $7.84 캐쉬 있습니다. (돈을 손에 쥐어주며)감사합니다!"

"????? (돈을 받았다는 각서에 사인을 하라던가 하는 말을 기대하며 뻘쭘히 서 있는데)"

"어, 다 끝났는데 왜 그러시죠?"




미국생활 30년이면 어느정도 익숙해졌을 법 하지만 이런 건 아직 익숙하지도 않고 믿어지지도 않는다.

많은 손실이 날 거라는 걸 알면서도 감염가능성의 사실을 판매상인 Costco에 알린 복숭아과수원지기 혹은 중간유통회사의 정직함, 몇 불 안하는 복숭아 한박스 구입자들에게 일일이 편지를 보내 알리고 찾아 온 손님들에게 군소리 한마디 없이 돈을 내주는 Costco라는 회사.

Costco를 갈 때 마다 Costco가 이 지역에 처음 생길때 부터 20여년이 넘게 한결같이 캐쉬어를 하고 있는 낯익은 직원들에게 질문을 하곤 한다.

"거의 모든 직원들이 이직을 안하고 이렇게 계속 붙어있는 걸 보니 직장이 맘에 드는 모양이예요?"

"너무 좋아요. 임금도 많이주고 혜택도 무지 좋아요. 특히나 팔고 있는 상품들의 질이나 가격도 좋고 해서 저흰 저희 회사가 굉장히 자랑스럽습니다!"

라는 늘 거의 같은 대답이 돌아온다.

딴 건 모르겠고 직원들 눈물흘리게 하는 회사가 아닐꺼라는 짐작에 코끝이 찡해지곤 한다. 그런 회사가 그만큼 드물다는 이야기겠지.

(Recall에 관한한 내가 너무 좋게만 생각했거나 미화한 것일 수도 있다. FDA 혹은 농수산부의 랜덤 인스펙션에 걸려 시정명령을 받은 걸 단순히 수행하는지도)

10 comments:

  1. 안녕하세요 :)
    Google Plus에서 메세지를 보고 글 남깁니다
    (한국에 돌아온 이후 그 전의 주소가 괜히 생소해보여서 간소화 한다고 바꿨어요 )
    저는 인터넷을 자주쓰는 편이 아니라... 트위터나 페북을 쓰지 않습니다. 블로그를 그만 두게 된다면 아마 아예 인터넷쪽에선 철수하지 않을까 싶어요 ㅎ
    (페북은 계정은 있지만요)

    방금 파워 블로거 때문에 울다가 직장을 그만둔 마트 직원 얘기를 기사로 읽고 좀 안타까워 하다가 이 글을 보니 예전일이 기억이 나서 적어봅니다.

    암스테르담에 갔을때 히잡을 쓴 젊은 여성들이 마트에서 일을 많이 하길래 현지인 동료들과 점심을 먹던 중 무심코 이 부분에 대해 물어 봤더니 이슬람계 이민자 여성들중 공부를 잘하고 (고등학교 교육 이상을 마치고 숫자 계산을 암산으로 할수 있는) 네덜란드어를 구사하며 영어를 구사하는 여성이 가질수 있는 가장 좋은 직업중에 하나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정도의 수준이면 얼마든지 회사에 들어가거나 본인의 선호에 따라 다른 직업을 가질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좋은 직업 중에 하나라고 표현하는 부분이 이해가 가질 않았어요 . 그래서 평소에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현지인 친구에게 제가 너희는 이렇게 많은 이민자가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해 크게 거리감이 없는 것 같아라고 말했더니....그 친구가 농담처럼 하는 말이 북아프리카 대륙에서 넘어온 사람들은 우리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지때부터 가정의 집사,가드너 또는 시종으로 일했고 우리 사회에서 한번도 노동계층이 아닌 적이 없어서 우리는 이런 풍경이 어색할게 없다라고 말한게 기억이 납니다.... 기분이 조금 이상했죠....

    그때부터였던것 같아요... 새로운 곳에 가면 마트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유심히 보게 되었던게...
    한국에는 거의 아주머니들이 계산대를 차지하고 계시죠, 이 부분은.... 아직 생각이 정리 되지 않은 부분이 많아 감히 뭐라 말을 하기 어려운데... 어머니나 이모뻘 되시는 아주머니들의 이미지를 차용해서 대형 마트가 기존에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신문에서 가끔 언급되는 부분들) 상쇄 시키려는 듯한 느낌도 들고... 한국 소비자들에게서 가끔 보여지는 행태 가운데 부정적인 부분들을 최전선에서 총알받이와 같이 버텨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물론 제가 방금 언급한 부분은 매우 일부분이고 단편적인 느낌이긴 합니다만, 본문에 쓰신 것과는 큰 차이가 있죠...

    사회 안에서 누군가가 자신의 일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건 확실히 다른 사람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한국도 그런 사회가 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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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암프테르담의 이슬람계 이민자여성들 이야기에 갑자기 제가 사는 미국의 필리핀계이민자들 생각이 나는군요. 희안하게 지금 세상에도 정치권력있고 갑부인 백인들은 필리핀계이민자들을 집사나 하인으로 쓰고 있다는군요.

      무슨일을 하던 그 일을 사랑하고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는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라는 생각을 늘 합니다. ^^

      블로그는 아예 삭제된 것으로 나오는데 함 확인해 보실 필요가 있으신듯 하네요. draft.blogger.com으로 가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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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안녕하세요. Costco의 좋은 물건들이 많아서 자주 갔는데...이곳 뉴욕은 좀 다름니다. 친절함을 찾기 참 힘들어요. 캐쉬어들이 무서워요.^^. 글쎄 영어를 못하는 손님들이 많아서일까요. 무척 짜증을 냅니다. 저도 그냥 몇번 캐쉬어들에게 수모를 당해서 참다가 못해 "너의 매네저와 이야기좀 하자" 고 하니 태도가 180도 달라지더군요. 아뭏튼 이곳 뉴욕에서 손님 대접 제대로 받기는 좀. 손님들의 무지한 태도도 문제지만, 일관적으로 인종차별하는 캐쉬어들도 문제가 많습니다. 이게다 뉴욕에 살고있는 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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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하하 뉴욕에서 살다가 이곳으로 내려온 사람하고 몇시간 전에도 이야기를 나눴는데 제가 예전에 가서 그곳 사람들이 rude하고 급하다는 느낌을 받았었다고 하니까 깔깔 웃으면서 자기도 안다고, 뉴욕 풍조가 그렇다고 하더군요. 특히 캐리비언쪽에서 온 흑인들이 동양사람 인종차별을 더 하고 무시하는 듯 했어요.

      이곳 리치몬드는 백인이건 흑인이건 순해 터져서 무슨 한국의 시골에 사는 기분입니다. 짐싸서 내려 오세요. ㅋ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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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ㅎㅎㅎ, 안그래도, 요즘 울 남편과 지도 펴놓고 이곳저곳 찾아보고 있는 중...이곳 뉴욕, 점점 살기 힘들어서 큰일입니당. 1등 복권이라도 당첨이 되면 이곳에서 살려나?? 몰라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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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시애틀이나 캐나다쪽도 좋다고 하는군요. 저희 누님가족이 몇주전 캐나다서부를 다녀오더니 유럽보다 더 예쁘고 좋더라고 하네요. 복권은 안 사실줄 믿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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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이 글에 공감되는 것이 있어서 제 블로그에 인용하고 싶습니다. 그래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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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 물론이죠. 목사님과 자녀들 모두 안녕하시지요?
      내년 밀알 사랑의 캠프에서는 산이를 볼 수 있을라나요? ^^
      금년엔 제가 참 많은 은혜를 받고 왔습니다. 누굴 돕겠다고 우쭐거리며 간것도 무지 회개했구요. ㅎ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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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허락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밀알 소식지를 통해서 사랑의 캠프 소식을 보았습니다. 주방쪽 사진은 없는 것 같던데... ^^
    환절기인데 건강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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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얼마전 포스팅에 저도 포함된 주방사진을 올렸드랬지요. ^^
      http://oldman-james.blogspot.com/2014/07/blog-post_2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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