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2/2014

25년만의 귀가

이한탁씨가 오늘 오전중에 보석으로 석방된다는 소식이다.

구속당시의 사진
참 많은 사람들이 그 오랜 세월 그분의 구명운동으로 애를 썼다. 난 직접 구명운동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24년 넘게 계속 소식을 따라오고 있던 중이었고.

이야기는 1989년 펜실베니아주 북동쪽에 위치한 포코노 마운틴이라는 산 속의 기도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울증을 앓는 20살 딸을 데리고 기도원에 들어갔던 그는 천장에서 시작된(지금의 화재감식수준으로 판명된)갑작스런 화재로 문을 잠그고 샤워를 하는 딸을 구하지 못하고 홀로 탈출해야 했다.

소방서와 구조대원들이 달려왔을 때는 딸은 이미 사망한 후였고 그는 정신없는 사람처럼 주저앉아 한국부모 정서를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말했을 법한 "내가 내딸을 죽인거야(그 당시 한국신문에 난 기사를 내가 기억하는 바로는)"를 되뇌이고 있었다.

지금은 과학적근거가 전혀 없다고 밝혀진 그 당시의 화재감식결과(딸을 목졸라 죽인 후 개솔린을 60갤론 정도 부어 불을 질렀다는)와 그가 화재직후 한 말을 가지고 사형제도가 없는 펜실베니아주에서 받을 수 있는 최고형인 '가석방없는 종신형'을 받았고 지금까지 24년이 넘는 교도소생활을 해왔다.

당시 루머에 의하면 재판결과가 누전등으로 인한 자연발화로 나오게 되면 그 기도원이 가입해있던 보험회사가 건물에 대한 일반 보상을 넘어 인명보상을 해야 하는데 그 액수가 너무 커 그걸 방지하기 위해 강력한 로비를 벌여 판검사를 회유했을 가능성이 크고(산속의 시골동네에선 검사건 판사건 아니면 보험회사 사장이건, 심지어 변호인까지 다 그놈이 그놈이다. 일 끝나고 선술집에 모여 한잔 주고받는 사이였을지도. 오히려 외부에서 잠시 기도원을 방문한 조그만 동양인이 이질적인게 맞다), 더군다나 그 재판의 담당검사 아버지가 그 기도원을 살때 중계했던 복덕방업자라 매매시 의무적으로 했었어야하는 인스펙션을 부실하게 했다는 것이 밝혀질까 걱정이 태산이었단다.

하여간 이런 저쪽의 배경과 당시 변호를 맡았던 변호사들의 무성의과 고의성 준비부실, 그리고 도움을 줬어야 할 한국정부, 영사관, 지역한인회 그리고 출석교회가 큰 힘이 되어주지 못한  것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일방적으로 불리한 상태로 많은 시간이 흘렀고, 10여년의 세월이 지난 후에야 김대중대통령이 펜실베니아주시사에게 보낸 친서로 인해 길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

그 후 Peter Goldberger라는 예일법대출신으로 정의감에 불타는 변호사가 합류해 지금까지 15여년을 애썼고, 수많은 화재감식전문가가 그 당시 감식결과가 거의 미신에 가까운 것이었다고 증언에 나섰고, 다시 두발 벗고 나선 수많은 한인들과 교회등의 힘이 보태어져서 지금의 결과가 이루어졌다.

이번에 그 당시 재판결과를 던져버리는 결정을 한 판사가 검사측에게 석달 기한을 주면서 "만일 불만이 있으면 이의 재기를 하던가" 했는데 검사측의 대답없이 그 기한이 차서 오늘이 석방되는 날. 만일 검사측이 이의를 제기했다면 정말 그 땐 이한탁씨의 지난 25년세월 동안의 신체적 정신적 보상을 해 줘야 하는 자리에까지 갈 수 있기에 입을 다물었을거라는 것이 나의 추측.

이제 79세인 그 분이 나오셔도 오갈데가 없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프다. 부인은 노인아파트에서 암투병중이라 같이 사는 것이 힘들다고 하고 어렵게 사는 여동생도 비슷한 상황이라는 소식. 이제껏 애쓴 구명위원회가 삶의 방편을 마련해 본다고 하니 실낱같은 희망을 가져본다.


http://www.sfgate.com/news/crime/article/His-90-murder-rap-tossed-man-to-be-released-5704993.php

http://innocenceprojectpa.wordpress.com/2014/08/20/han-tak-lee-is-headed-home-24-years-after-being-convicted-although-no-crime-occurred/


2 comments:

  1. 이제라도 석방되어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참 안타까운 일이네요. 아래 포스팅하신 costco 이야기와 대조되는데요. 어느 사회에나 다양한 모습이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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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맞습니다. 어느 사회에서나 이런 저런 모습이 다 존재하는 거겠지요. 그 분이 여생을 그나마 즐겁고 평안하게 지내실 수 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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