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4/2012

자식 알아가기

요즘 늘 그래왔듯이 아내와 막내 그리고 나 셋이 단촐하게 앉아 저녁식사를 먹던 어제.

후다닥 식사를 마친  막내가 먼저 제 방으로 들어간 후 아내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요즘은 복싱 오가는 길에 쟤하고 말도 잘 안해."
"왜?"
"뭐, 그냥. 말도 잘 안 통하고 서로 생각하는게 얼마나 다른지 이야기하다 보면 서로 목소리가 커지면서 거의 싸우기 일보직전으로 가기 일쑤고..."
"그렇지 않아도 당신에게 이야기 해주려고 한 게 있는데."
"뭐?"
"응. 얼마전 어느 책에서 읽었는데, 저 나이또래의 사춘기에 있는 아이들 부모는 자신들이 알고 있던 기존의 아이에 관한 모든 걸 잊어 버리고 완전히 모르는 사람을 처음으로 알아 가듯이 조심스럽게 그리고 한편으론 존중하는 태도로 대하면서 대화를 하고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는 거야."
"그래? 그러고 보니 정말 그런 것 같네. 요즘 내가 보는 쟨 예전과는 전혀 다른 아이같아. 아주 이질적이라고 해야 하나..."

이런 대화를 한 것이 생각나 오늘 막내를 데리고 이발을 하고 오는 길에 대화하는 내 태도에 조금 변화를 줘봤다. 효과를 봤는지 녀석이 이야기를 술술 고분고분 잘 하기 시작. 집에 가는 길에 인도식당에 가서 밥을 사 달라고 해 사준 매콤한 인도음식들을 놓고도 계속 조잘조잘 이야길 하는데 지난 몇 달 계속 화난 표정으로 한숨만 쉬며 아무 말도 안 하던 바로 그 녀석인가 싶을 정도로 영 딴판이다.

뭐라나...학교에서 영어선생이 내어 준 프로젝트를 해 간 90명 신입생중 20명이 표절(plagiarism)로 드러나 영어선생이 곧 모두 0점 처리는 물론 학적부에도 올려 대학지원할 때 곤란하게 될 거라는...그 20명이 아직 누군지 발표하지 않았다는 것...혹시 정직하게 쓴 자기 글이 우연히라도 기존의 어떤 글과 중복이 되어서 표절한 것으로 판명날까 싶어 표절확인 사이트(http://www.grammarly.com/)에 가서 확인해 보니 중복되는 글이 없었다는 둥...

아내의 조언 덕에 모처럼 아들녀석과 많은 이야기를 하고, 좀처럼 들어보기 힘든 학교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그래 내가 죽으면 자식이 보이고 세상이 보이는 거다..."

12 comments:

  1. 제 고객 중에 매우 어린, 그러니까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인 자녀와 함께 오는 대부분의 한국인 엄마들이 꼭 자녀들에게 색상이나 사이즈나 가격을 먼저 의논하고 결정하는 모습을 거의 매번 겪습니다.
    님은 아드님과 그러신 적 있으세요_
    (제 아들이 영화를 다운 받는다고 우분트로 바꿔서 지금 물음표가 증발했어요.)
    퇴근시간에나 바뀔 듯 해요.
    님의 여왕님 말씀이 매우 적절하다고 보이네요.
    제 절친은 자기 부인에게 꼭 공주라던데요_ㅎㅎㅎㅎ
    아드님에게 계속 져 주세요.
    어느 날 길이 보이실 듯!!!
    좋은 주말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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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내는 그렇게 아이들의 의향을 묻고 자신들이 결정하게 하는데 전 잘 못하거든요. 아드님이 우분투설치를 할 정도 수준이면 집안에서 온 식구들을 위해 tech support를 하겠네요. ㅎ ㅎ

      아들쯕으로는 말씀대로 앞으로 지는 쯕으로 가야 모두에게 이로울 듯 합니다. ^^ 여왕보다는 회장으로 부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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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넵. 드라마 등은 중국 사이트에서 무료로 펌해와요.ㅎㅎ
    제가 드라마 볼 시간이 넘 없어서 가끔 힐링캠프 정도 보죠.
    회장님 잘 모시세요.
    아드님도요.ㅎㅎ
    지는 게 이기는 건데 그게 잘 안되어 오늘도 눈물 여러 번 글썽~
    아들이 아닌 악플러 때문이죠.쿡쿡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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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부디 그렇게 계속 즐거우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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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가 너무 즐거워 보였나요? ^^ 뭐 즐겁기보다는 상전모시는 기분으로 지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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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그냥 가만히 계시면 됩니다.

    많은 부모들이, 특히 한국 부모들이 지나치게 많이 간섭하는 경향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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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ㅎ ㅎ 그럼 그냥 가만히 있겠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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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죄송합니다.

      갑자기 저희 부모님이 생각 나서....

      나쁜 분들은 아닌데, 간섭이 지나치게 심한 분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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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아, 그러시리라고 어렴풋이 짐작은 했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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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부모님들은 다들 비슷하군요 ㅜ.ㅜ 그런 부모를 바꾸려하는건 잘못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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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제 조금씩 깨달아 가는 건 다른사람을 바꾸려는 것 보다는 제 자신을 바꾸는 것이 훨씬 빠르다는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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