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0/2011

토요일 모습

<하나>

늘 그렇듯 아내와 함께 가게에 나와있는 토요일이다.

무슨 일인지 간병인을 파견하는 회사에서 착오를 해 오늘 간병인이 오지 않았고, 자신도 환자이신 아버지가 쓰러질 지경이 다 되어서 이제는 더 이상 엄마를 돌볼 수 없으니 누가 좀 들어와야겠다는 전화를 해 오셨다. 가게가 좀 바쁜 날이라 먼저 이곳 리치몬드에 살며 토요일에는 집에서 쉬는 셋째누나에게 연락을 취해 봤으나 연락이 되지 않음. 혼자 고생해야 하는 아내에겐 미안하지만 집으로 달려가야만했다.

다행히 메세지를 받은 누나가 바로 내 뒤로 부랴부랴 달려왔고 엄마를 보살피기 시작. 잘 할까 걱정이 되어 내가 하는 것을 한 번 보여준 다음에 하라고 할 생각이었는데, 웬걸 능숙한 솜씨로 대소변을 치워드리고, 약바르고, 기저귀를 새로 채워드리고 하더니 부엌으로 들어가서 준비해 온 재료로 뭔가를 뚝딱뚝딱 만들기 시작한다. 기름을 끓여 뭘 튀기기도 하고... 마치 잔칫집같은 냄새로 집안이 가득 차는게 오랜만에 사람사는 집 같은 느낌이 들었다. 형제만큼 든든한 원군(援軍)이 어디있으랴. 가까운데 같이 산다는 사실이 참 감사하다.


<둘>

하이웨이로만 45분 정도를 달려야하는 다른 도시의 병원으로 아내와 아침저녁으로 들락거리다 보니 집에 있는 아이들에겐 전혀 신경을 못쓰고 밥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어서 미안해 하던 중. 하지만 이제 엄마가 집에 계시니 하루 2시간은 번 셈이다.

일주일 내내 학교생활에 시달리던 아이들이 마음 푹 놓고 잘 수 있는 날이 바로 금요일 밤. 늘어지게 자고 토요일 아침에 느지막히 일어나면 먹을것이 좀 널려 있어야 줏어먹어도 먹고 주말이라는 기분도 나고 그럴텐데 지난 몇 달 그러질 못해 오늘은 아내가 엄마를 돌보는 동안 아침을 좀 만들어놨다.

팬케잌, 베이컨조각을 넣고 스크램블한 계란, Habanero고추와 Mozzarella치즈가 들어간 소시지로 간단하게 만들어 놓고 나왔는데, 어제 사다논 세가지 과일(딸기, 블루베리, 복숭아)topping을 옆에 놓아두어 팬케잌위에 부어 먹을 수 있게 했다. 제대로 찾아서들 먹었을라나 모르겠다.

4 comments:

  1. 그동안 저도 좀 바빴었고 하신 말씀도 있고 해서 좀 그랬었는데, 이제 많은 글들을 대하니 한결 마음이 가볍습니다. 부디 어머님 쾌차하시길 빌고 어려움 덜한 생활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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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SW Yoon (尹聖雄)님,
    아닌게 아니라 그쪽도 많이 바쁘신듯 해 보였습니다. ^^ 힘 주시니 감사하고 님도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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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댁으로 어머님을 모셨다고 하니, 건강이 다소 회복된 것 같아 다행입니다.
    가족이 근처에 살고 있다는 것은 정말 좋은 거 같습니다. 전에 부모님이 근처에 사실때에는 자주 찾아뵙고 그랬는데, 이젠 시골로 가시니, 바쁘다는 핑게로 덜 찾아뵙게 되네요..
    글을 읽다보면 oldman님의 가족에 대한 사랑이 묻어나는 것을 보면서 스스로 반성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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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tommy, shin님,
    걱정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멀리 계시면 찾아 뵙기가 쉽지 않지요. 전화목소리라도 그분들껜 큰 기쁨일줄 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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