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6/2011

A suffering friend

얼마전 공교롭게도 우리 교인 한 분이 엄마가 계시는 병실의 바로 건너편 병실에 계시게 됐다. 복도를 몇 발자욱 가로질러 건너가기만 하면 되니 매일 저녁 들려 인사를 나누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부엌에서 수십년을 정말 신실하게 섬긴 여집사님이신데 뇌에 암이 있는 걸 모르시고 계시다 너무 늦게 발견했다. 소용이 없다는 의사를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자녀들이 설득해 암세포를 제거하는 대수술을 받으신 후 이 재활병원에 오셔서 회복하시는 중.

며칠 전 들려 손을 잡아드리니 몹시 차가와 좀 따뜻하게 해 드릴 요량으로 마사지를 하고 있는데 옆에 조그만 노트와 펜이 보였다. 뭘 적고 계시나 슬쩍 훔쳐보니 뭘 적긴 적으셨는데 글자라기보다는 글을 모르는 유아가 펜으로 낙서를 해 놓은 듯 보여 여쭸다. "뭘 쓰고 계세요?" 했더니 "........"기운이 없으셔서 보통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소리를 내지는 못하시기에 입술을 읽어 겨우 뜻을 알아들었다. 난감한 표정을 지으시면서 "생각이 제대로 안돼. 글씨도 제대로 써지지 않고..." 하시는 거였다. "병원에 오래 누워 계시면 다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저희 어머니도 말씀을 하려고 하시는데 표현하려고 하는 단어가 생각이 잘 안 나시는 것 같은 걸 보면요. 그래도 늘 하시던 주기도문이랄지 사도신경 같은 걸 기억해서 계속 적어보도록 하세요. 그게 그래도 뇌세포운동이 꽤 될걸요?" 했다.

어제밤 부터는 성경을 가지고 들어가 시편을 좀 읽어 드리기로 마음먹었다. 원래 한장만 읽고 끝내려 했는데 읽고 나니 손을 빙빙 둘러 휘저으시면서(마치 자동차경주장에서 깃발을 빙빙 휘둘러 신호하는 것 처럼) 계속 더 읽어 달라고 의사표현을 하셨다. 그래서 3장까지 읽고는 "그럼 다음부턴 세장씩 읽어 드리는데 더 읽어달라고 하시기 없기예요? 그러면 청구서 들어갑니다?" 했더니 오랜만에 환하게 웃으셨다. 내일 부터는 좋아하시는 찬송이 뭔지 여쭤봐서 찬송도 다른 사람들 방해 안되게 작게 불러 드려야겠다.

6 comments:

  1. 이 글을 읽으니 저희 할머니가 생각나네요
    저희 할머닌 치매에 걸리셔서 아무것도 기억 못하세요 말도 못하시고
    그래도 가끔씩 웃으시는 할머니를 보면 힘이되고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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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Justin the Great 님,
    그러시군요. 아직 생존해 계시면 자주 찾아뵈도록 하세요. 제 어머니도 치매증세를 가끔 보이셔서 걱정이지만 완전히 재활이 된 후엔 사라지리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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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참 소중한 일을 하시는 것 같아요. 제 마음도 따뜻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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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Samuel Kim 님,
    고맙습니다. 그러셨다면 다행이구요.
    제가 어머님옆에만 있기가 무료할 때가 있어서 하는 일인데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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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참 아름다우신 분이세요. 많은 위로와 격려가 되리라 믿습니다.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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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Sun Ju Joyce Kim★ 님,
    되려 그 집사님이 참으로 오랜세월 아름다운 섬김의 삶을 사신거죠. 그런 분들을 보고 배우는 우린 행복한 겁니다. 고마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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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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