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8/2010

Proposal Ring

전화 너머로 들뜨고 행복한 조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남자친구와 몇 시간 전에 아이스스케이트링크에 갔었는데 거기서 발견한 사진사(남자친구가 미리 고용해서 처음부터 숨어 쫓아 다니며 계속 사진을 찍었다고)에게 남자친구가 커플사진을 부탁하더라는. 그러더니 느닷없이 무릎을 꿇고 청혼을 했다고 한다. 예쁜 반지와 함께.  참 끈질기게도 나쁜 소식만 들려오던 이 해 였는데 마지막에 답답한 가슴을 탁 트이게 하는 이런 좋은 소식이 들려올 줄이야. 이번 크리스마스에 조카와 남자친구와 함께 왔었는데 남자친구가 날 은밀히 불러서는 며칠 있으면 자기가 청혼할 건데 아빠가 안 계시니 조카가 늘 아빠처럼 생각하는 삼촌께 먼저 말씀드린다고 비밀스럽게 알려줘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 얘야 나도 기쁘구나...

감회가 새로와 지면서 옛 일 들이 떠오른다. 아빠(매부라 부르기 싫어 이렇게)가 가정을 버리고 떠난 후 빚만 잔뜩 떠 안은 누나와 두 여조카만 달랑 남았을 때 학교에서 우등을 하던 이 아이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 할 정도로 충격을 받고 오랜 방황을 해야 했다.

간신히 자신을 추스린 이 아이가 대학에 갈 결심을 하고 대학등록금을 걱정할 때 우린 도와줄 형편이 못되어 눈물을 삼켜야 했고, 이 아이는 결국 복무하면 대학학비를 지원해 준다는 공군에 자원입대를 했다. 신병훈련소 졸업식이 있다고 연락이 와서 누나와 함께 텍사스로 갔을 때, 훈련소에서 일방적으로 지급하는 얼굴을 반쯤 덮는(아이가 워낙 작고 가냘퍼서) 큼직한 까만 뿔테 안경 밑으로 햇볕에 새카맣게 그을은 그 아이의 얼굴이 보이자 난 정신없이 뛰어가 그 아이를 와락 끌어 안았다. 그 아이가 그 때 뚝뚝 흘리던 닭똥같은 눈물을 난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아이도, 나도, 제 엄마도 한참을 부둥켜 안고 울기만 했었다.

지금은 제대하고 두달에 한 주말을 국가방위군으로 근무하면서 나머지 시간엔 메릴랜드주립대에서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는 중. Walter Reed미 육군병원 심장전문의인 그 친구와 꽤 오랜 시간 교재해 오고, 집에도 놀러오곤 하더니 급기야 청혼에 도달한 것.

아직은 청혼만 이루어 진 거라 좀 이른 감이 있지만 이제껏 고생한 것에 비해 몇 배로 남부럽지 않게, 행복하게 잘 살거라! I love you!

20 comments:

  1. "Nothing come from nothing. Somewhere in her youth or childhood, there must have been something good." -from Sound of Music. Wish her very happy marriage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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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사랑의 결실이 맺어지는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감동이 있네요^^
    또 하나의 행복한 커플의 탄생을 축하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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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damselfly 님,
    Thank you so much for your blessing and the quote!

    By the way, do you memorize all the lines of Sound of Musi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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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kyonchih 님,
    축하해 주셔서 그 아이들 잘 살겁니다.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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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苦盡甘來' 어린 나이에 모진 풍파를 겪었지만, 이를 너무나 훌륭히 잘 극복해냈으니 앞으로는 행복과 사랑이 가득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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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tomyou74 님,
    저도 옆에서 행복하고 사랑이 넘치는 가정이 되도록 돕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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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모르는 분들 이야기이지만 감동적이네요. 우울한 기사들이 많았던 한 해여서 그런지 더욱 따뜻하게 들립니다. 새해에는 모든 분들께 좋은 일들만 가득하기를 빕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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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Lifer 님,
    맞아요. 그냥 듣기에도 힘든 소식들이 특히나 많았던 한 해 였던 것 같습니다. 님도 복 많이 받으시는 2011년이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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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Joyce★ 님,
    그렇지요? ^^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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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시린 겨울에 마음까지 따뜻해 지는 이야기네요ㅎ 그리고 oldman님 새해복 많이 받으시고 가족 모두 행복한 새해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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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li.joong 님,
    고맙습니다. 폭설이 왔다는데 조심하시고 건강하고 복된 새해 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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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조카님의 앞날에 행복이 가득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oldman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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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행복한 소식을 접하니 저 또한 이번 한해의 마무리를 행복하게 하는듯 합니다. 두분의 건강한 결혼생활을 기도드리며.. 새해 복 많이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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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겨울아이 님,
    따뜻한 님의 바램으로 갸들 알콩달콩 잘 살겁니다.^^ 감사합니다. 온 가족 건강하고 풍성한 새해가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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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호랭이 님,
    그 기도에 응답하는 삶을 살 줄로 믿습니다. 님도 복 많이X10 받으시는 새해가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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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축하드립니다 ^^
    그리고 이런 기분 좋은 글을 보여주셔서 감사해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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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BlueN 님,
    고마와요. 앞으로도 이런 이야기만 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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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아... 가슴이 저미는 사연이네요. 그 분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먼 곳에서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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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꿈의 스웨덴 님,
    이렇게 잘 살기를 기원해 주시는 분들이 많으니 정말 잘 살지 않겠어요?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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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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