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7/2010

막내 귀빠진 날

녀석의 생일이 크리스마스 이틀 뒤라 크리스마스와 뒤엉켜 어영부영 지나가게 되는 바람에 늘 미안한 마음이 있다(주위 식구들이 크리스마스선물을 생일도 겸해서 주는거라고 하기에) . 그래서 금년엔 좀 데리고 나가 본인이 하고 싶다는 것들을 해 주자고 아내와 이야기 했다.

방학이라 마침 집에 와 있는 큰아이가 자기가 오늘 아빠대신 엄마와 가게에 나가 일을 하겠으니 아빠는 막내를 하루 즐겁게 해 주라고 마음을 써 줬다. 잘됐다 싶어 곤히 자는 녀석을 깨워서 하루 일정을 시작. 먼저 점심은 성적이 잘 나왔다거나 뭐 특별한 날이면 데리고 가던 싸구려 멕시칸식당을 피해 조금 업그레드했다. 그저 일년에 몇 번 정도이겠지만 직장에서 일하다 뭔가 비릿한 것이 당길 때 가곤 하는 Croaker's Spot이 그 곳. 1920년대 부터 있어온 seafood joint인데 그 옛날부터 이곳 리치몬드의 굵직한 정치, 사교계인사들이 자주 드나들었다고 해서 역사의 한 부분이 되다시피 한 식당. 실내 곳곳에 그 사람들의 사진, 서명등의 흔적이 남아있고 메뉴도 변하지 않았다 한다.

새콤달콤한 양파를 얹은 튀긴 trout
으깨만든 감자, 막 구워낸 옥수수빵
양이 많기로 유명한 곳 이기에 오늘도 역시 (꽤 먹는 우리 부자가 모두) 반 밖에 먹지 못하고 박스에 담아야 했다. 테이블마다 7가지 다른 매운 맛을 가진 핫소스들을 늘어 놓았는데 녀석은 게중 제일 매운 걸 한 손에 잡고 시종일관 퍼부으면서 맛있게 먹더라는. 나중에 탈이라도 나면 어쩌나 은근히 걱정이 되긴 했지만 제 생일이니 그냥 놔두기로. 세상에서 가장 오진것이 마른논에 물들어가는 것하고 자식새끼 입으로 밥들어 가는 것이라더니 역시 앞에 앉은 자식새끼 입에 밥들어 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ㅎ
다음 코스는 사격장. 기관총을 쏴 보고 싶다던 소원을 드디어 풀었다. 벨지움에서 만들었다는 P90라는 기관총을 사용했는데 50발 들어간 탄창이 다 빠져나가는 데 1-2초 밖에 안 걸리니 탄창 2개 소비하는데 든 시간은? 그런 미니기관총의 단점이 원거리사격시 정확도가 낮고 펀치가 없어 살상률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이 총은 방탄조끼도 뚫게 만들었다고 하니 벨지움이 총은 진짜 잘 만드는 나라 맞나보다.

너무 금방 사격이 끝나는 바람에 아쉬워하는 녀석을 보다 못해 늘 노래를 부르던 Magnum45계열로 50발 마무리 하게 함. 녀석이 뛸듯이 좋아 하면서도 비용걱정을 많이해 "오늘은 네 생일이고, 엄마아빠선물은 이게 다니까 걱정하지마" 해줬더니 기분이 좀 나은 모양.  녀석이 멋지게 잘 맞은 표적을 잘 접어서 기관총과 (끔직하게 큰)권총실탄을 기념으로 하나씩 챙겨 소중하게 주머니에 넣고는 사대를 내려오는데 얼굴이 많이 상기됐다. ^^ 아래 비디오는 사대의 조명을 너무 어둡게 해 놓은 까닭에 잘 나오지 않았지만 처음 몇 발 만 단발사격을 하고 (중간에 한 번 흰 이빨을 드러내며 씩 웃은 다음에)나머지 40여발은 한꺼번에 자동사격으로 부어 버리는 장면. Full screen으로 보면 조금 나아보이기는 함.


12 comments:

  1. thank you for taking me out to the shooting range and the restaurant, dad! it was the greatest experience i had in a long time and i wish i could shoot the p90 again but it costs sooooo mu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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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Son,
    You are very welcome! Glad you had a good time. I hope we will get together again someday for another shootout. :-)

    Happy Birthday to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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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인상적인 선물이네요
    아드님 표정에 주체할수없는 기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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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i think Peter got to do some of the coolest things a 14 year old could want for his birthday! looked f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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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허걱.. ㅡ.ㅡ; 생일 선물로 실탄 사격을..
    마트에서 총알을 팔고, 계좌를 개설하면 사은품으로 총을 주는 나라 라더니, '총'은 필수 인가요.. 음.. 후덜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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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agreed. why didn't you take any of the girls to the shooting range? Don't you want us to know how to protect ourselves in self defense?! lol. just kidding. Peter is lucky to have an awesome dad. Fun stu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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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여름아이 summerkid 님,
    ㅋ 그렇지요? 얼굴표정을 숨길 수는 없는 듯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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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Patricia,
    Hey, I want to hang out with you and Jen before you go back to your school as soon as she finishes her ess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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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tomyou74 님,
    대부분의 가정은 아니겠지만 이런 명절공휴에는 많은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총 사용법을 가르치려고 오는 바람에 사격장이 미어 터집니다. 그저 비상시에는 쏠 수 있을 정도까지는 가르쳐야 한다는 것 이상의 의도는 없는 것 같습니다. 저도 마찬가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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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Eunice,
    Oh, I've been planning to take both girls to the range and hang out but waited since Jen has to finish her essays for her college applications. Say hello to An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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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도 기억에 남아있는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주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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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Jaemin 님,
    예, 저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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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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