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5/2010

Hardheaded me

두달이 넘는 여름방학때는 선생들과 달리 내가 속한 서포트그룹은 정상근무다. 하지만 겨울방학은 짧기에 지난 12월 16일 부터 1월 3일까지는 쉬게 해 준다. 그래 일년 중 가게가 한창 바쁜 때에 딱 맞추어 쉬게 되니 가게에 아내와 같이 나가 도울 수 있어 좋다. 아내도 2주 정도는 궂은 겨울길을 혼자 운전해서 나가고 들어오는 일 없이 내 옆에 앉아만 있으면 되니 좋아하고. 어제 아침에 같이 가게를 나오면서 아내가 “자기 기억나?” 하면서 시작한 내 똥고집에 관한 기억하기 싫은 옛 사건 들…

<케이스 1>

아내가 둘째를 임신해 배가 꽤 부를 당시의 일. 연료계의 마지막 눈금이 사라졌는데 마침 주유소 하나를 지나고 있었다. 아내가 잠시 멈춰서 개스를 넣는게 좋겠다고 하자 내가 괜찮다고, 원래 연료계의 눈금이 바닥으로 내려가도 연료가 좀 남아 있게 차연료통 셜계를 하니 집까지 가는 건 걱정없다고 큰소리를 쳤다.

둘이 티각태각하다가 급기야는 운전대를 잡은 놈 고집대로 주유소를 지나치고 한 500미터쯤 갔을까…차가 푸르륵 거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서고 말았다. 팔짱을 끼고 ‘빤히’ 내얼굴을 응시하는 싸늘한 아내의 시선을 오른쪽 볼따귀로 느끼면서 “에이 씨, 차가 고장인가봐. 아니 왜 갑자기 찐빠가 나지?” 했지만 얼굴이 화끈거리는 건 피할 수 없었다.

결국 난 운전사쪽 문을 연 채로 핸들을 돌려가며 차를 밀고, 배가 남산만 한 아내는 뒤에서 밀면서 다음 주유소를 향해 … 흑

<케이스 2>

처음 미국에 와서 800불 주고 산 올스모빌의 중고스테이션 웨건(지금은 길에서 사라진, 일반 세단의 뒷쪽을 넓혀서 6-8명을 앉히고 짐을 더 실을 수 있는)에 부모님을 포함한 온 식구를 태우고 뉴저지에 있는 이모댁을 방문했을 때의 일. 한참을 다니다가 길을 잃고 지도에 없는 길들 만 나오기 시작하면서 엉키기 시작. 잠깐 편의점이라도 들려 길을 확실하게 물어보고 가자고 하는 두 여성(아내와 오마니)의 하소연을 들은 둥 마는 둥 하면서 곧 지도에 나온대로 아는 길 이름이 나올꺼라고 직진으로 올인을 했는데 동네가 없어 지면서 컴컴한 들판을 지나고 있더라는. 다시 돌아가자는 아우성을 ‘또’ 무시하고, “여기까지 왔는데 조금만 더 가 보자”고 한 나. 아부지는 여성들의 비난과 아들의 처절하고 무모한(?)노력 사이에서 눈을 지그시 감으시고 어느 한 쪽도 편들지 않는 지극히 현명한 자세를 유지하고 계셨고…ㅋ

결국 원래 가려고 했던 도시에서 45분 정도 떨어진 전혀 다른 도시에 우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난 “왜, 진작 강력하게 말리지 않았어, 들!”하며 생떼를 썼다는…정말 내가 싫어지는 순간. ㅡ.ㅡ;;

어제는 정말 심각하게 생각해 보게 됐다. 나만 이런 똥고집이 있는 걸까 아니면 화성인이라서?

4 comments:

  1. I bet you're from the Mars, because 똥고집 is a trademark of the Martia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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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damselfly 님,
    ㅎ ㅎ 그럼 그게 화성인 특징이지 제가 고집이 세서 그런게 아닐 수 도 있다는 그런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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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고집센 망아지 그림도 적절합니다. ㅎㅎㅎ

    웃고있지만 속으로는 나도 그런 적이 없나하고 생각하게 하는 글이군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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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zizukabi 님,
    이곳 미국사람들 중 'Hardheaded남편들'이라고 부인들이 말하는 걸로 봐서는 역시 조금씩은 구린데가 있을 수 도 있다는... ㅋ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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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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