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5/2010

감사함을 듣게, 보게 해 주세요

선생들에 대해선 시시때때로 학부모회나 학교에서 상품권, 식사대접등 정기적으로 기억하고 감사해 한다. 근데 같은 학교에서 일을 하면서 항상 냄새나고 지저분한 일을 도맡아 하지만 숨듯이 그늘에 있는 사람들이 있다.

각 학교마다 배정되어 청소하는 분들. 국민학교 중학교에는 다섯에서 여덟명, 고등학교에는 열에서 열다섯명 정도. 우연인지는 몰라도 어느 학교를 둘러보던지 모두 흑인 분들이다. 한번은 학부모회에서 진수성찬으로 선생들을 위해 점심을 차려준 적이 있었는데, 선생들이 모두 먹고 간 후 남은 음식을 여유있게 먹을 요량으로(가끔 선생들을 가르치니 학교에서는 나도 선생으로 대접하기에 ㅎ) 식당에 갔다가 한 청소원 아줌아가 옆에 계셔서 그 분에게 물었다. “아줌마도 같이 좀 드실래요?” 그랬더니 선생님들만 초대한 거라서 그럴 수 없다는 거다. 교장에게 가서 물었다. 혼자 먹기 심심한데 음식도 많이 남았으니 어짜피 버릴 음식 청소원 분들을 모두 불러서 같이 먹어도 되냐고. 흔쾌히 그러라고 해 모두 같이 먹은 기억이 있다.

뭐, 그 분들이 그렇게 궁핍하다거나 불쌍한 사람들은 아니다. 그날도 점심으로 자기 도시락들을 모두 챙겨온 나와 같이 멀쩡한 직장인들이다. 근데…선생들과 달리 이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사람은 없는 듯 해 보였다. 그래서 그 이후부터 지난 몇년간 해온 게 자그마한 선물을 그 분들께 드리는 것. 내가 맡고 있는 세 학교의 청소원 수를 세어보니 24명, 그래서 금년에는 작년보다 조금 많은 24봉지를 준비. 내용물은 별 것 아니고 양말이니 털모자, 장갑, 캔디등을 카드 한장과 함께 넣어 드리는 건데, 눈물을 글썽이며 받는 분들도 계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경제가 힘들고 당장 우리가정 조차 내일이 불확실하다지만, 잔돈 몇 푼으로 환하게 밝아지는 이 분 들의 얼굴을 볼 수 있는 것은 나에게 주어진 굉장한 행운이자 특권이다. 다행이 우리가게 회장님(?)의 사려깊으신 협찬으로 인해 올해도 가능한 일 이었음을 여기에 밝힌다. ㅎ ㅎ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사는게 불우하거나 어려워서가 아니고 누구도 아는 척 안하고,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감사해 하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 회의하고 가슴이 시린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아내남편부모형제자식 중 한 사람일 수 도 있고, 직장의 상관동료부하우편물전해주는사환회사입구에있는수위, 늘 마주치는 동네 구멍가게 아저씨일 수도 있다. 평소에 내가 마음으로는 감사해 하는 것을 넘어서서 직접 얼굴을 마주 대하고 고맙다고 말 한 마디 해 주거나, 작은 선물이나 카드 한장 전해 줄 만한 사람이 어디 더 없나 돌아보게 되는 계절이다. 그래야 쬐끔 더 살만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싶어...

16 comments:

  1. I certainly agree with you. Box day after Christmas is kind of similar to what you are trying to say here, I think.

    ReplyDelete
  2. Box(ing) day를 찾아보니 정말 그런 날이 있었네요. 그 의도하는 바 도 일치하는 것 같고. ^^

    ReplyDelete
  3. 제 가슴도 따뜻해 지는것 같네요. 큰 힘들이지 않고 사랑을 전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을텐데 - 더 노력하며 살아야지 생각하게 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ReplyDelete
  4. so I try to understand what you are writing by using google's translator.. (haha)... but it's still a little hard to understand clearly. What were/who were the gifts for at the school?

    ReplyDelete
  5. Samuel Kim 님,
    ^^ 그러셨다면 다행이구요. 전염시키고자 하는 의도도 좀 있긴 있었습니다. ㅎ

    ReplyDelete
  6. Eunice,

    The administrations and PTAs of most schools always recognize the teachers for their hard work and reward them with gifts and the feast all the time.

    But the custodians are never treated that way. So one day few years back, I decided to give them something during the Christmas season. Nothing big but small things like a pair of socks, gloves, skull caps, and candy bars along with a card.

    I wanted them to know how much I appreciate them for their hard work. When I handed the bags over to them, some of them had their eyes welled up and said that they have never received any kind of gift from anyonefrom the school for their entire 15-20 years of work in the school system.

    Isn't it great? I feel so privileged and fortunate to have such an opportunity to serve people like them.

    ReplyDelete
  7. 따뜻한 날들 보내시길... 한국에서는 분위기가 살벌해서 그것도 뇌물이니 뭐니 따지며 뒤로는 경쟁하는 분위기 아닌가 싶네요.

    Keep warm with... I guess that mood is not in Korea any more because some people regard the present for teacher as a bribe, though they chase bigger ones for their children's teachers.

    ReplyDelete
  8. SW Yoon (尹聖雄) 님,
    감사합니다. 고국에서도 멱살잡고 싸우는 모습이 아니라 좀 훈훈하고 웃음짓게 하는 소식들이 들려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ReplyDelete
  9. 생각하는 것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아도, 그걸 작은 행동이나마 실천으로 옮긴다는 건 참 별 것 아닌 여러가지 이유로 망설이다 그만둬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Oldman님께서는 그걸 행동으로 옮기셨네요.

    생각하는 바대로 행동한다는 것, 말처럼 쉽지 않지요.

    저도 세계 평화, 동북아 정세와 조국 통일과 인류의 번영과 지구 환경과 우주의 기원과 역사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지만 (정말로!) 아무도 절 위인이라 하지 않는 이유는 이 모든 게 제 머릿속에서만 일어나기 때문이지요.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행동으로 옮겨진다면 제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그 어떤 위대한 생각보다도 세상에 미치는 영향은 더 크겠지요.

    ReplyDelete
  10. Black and Berry 님,
    정말 맞는 말씀입니다. 저도 생각뿐만 아니라 실천하는 삶을 살기 원하지만 잘 되지 않고 있지요. ^^

    아닌게 아니라 일평생 그런 실천하는 삶은 산 분들 에겐 말씀하신대로 '위인'이란 호칭이 붙는 모양이예요.

    ReplyDelete
  11. 남을 배려하고 감사의 마음을 표하며 사는 게 쉬울 듯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습니다.
    덕분에 저도 마음이 조금 따뜻해졌습니다.

    ReplyDelete
  12. kyonchih 님,
    그렇게 느끼셨다면 다행이구요. 그나저나 봄이나 여름쯤에는 지금계신 호주에서 일본으로 다시 돌아가신다니 곧 정리모드로 들어가셔야 겠네요. ^^

    ReplyDelete
  13. that's amazing achi. you're too awesome. lucky to have a uncle like you!

    ReplyDelete
  14. Eunice,

    We love you, our dear niece! See you in few days! Have Andy to pack his racket this time as well. :-)

    ReplyDelete
  15. 감사한 마음에 메말랐던 저를 돌아보게하네요. old man 님은 행복하신 분 같아요. 다른 누군가에게 따뜻한 마음을 나눠주시는거 보면요. follower 였는데도 불구하고, 이제야 댓글을 남겨요. 따뜻한 말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좋은 하루 되세요.

    ReplyDelete
  16. 여행자 님,
    그러셨으면 다행이구요. 말씀하신 대로 저런 조그만 일이 절 행복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제가 행복해서 나누어 주는 것 이라기 보다는... ^^

    반갑습니다. 자주 왕래하도록 하지요!

    ReplyDelete

반갑습니다!

댓글을 남기시려면 작성자 선택 시 Google계정등으로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시면 됩니다. 좋은하루 되세요!!!


Hi!
If you would like to leave a comment, please log in with your Google, WordPress, or AIM accounts. If you don't have one, please choose the option '이름/URL', then put your name or nickname in '회사명' leaving 'URL' bla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