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무슨 음식인지 모르는 사람도 혹 있지 않을까싶다. ㅎ
지난 주일저녁엔 하루종일 수고하는 아내가 힘들어 보이기도 하고 한편으론 점수도 딸 겸 해서 ‘수제비’를 만들어 식구들을 먹였다. 아이들이 멸치를 싫어하니까 장모님이 보내주신 큼직한 통멸치 한줌을 구멍 숭숭 뚫린 양철로 만든 멸치다시통(이름을 잘 몰라서 구글로 보니 멸치다시망, 멸치다시통 뭐 그렇게 부르는 듯 – 이렇게 하면 아이들이 눈으로 봐서는 멸치가 들어간 줄 모르니... ㅋ ㅋ)에 넣어 우려낸 다음 건지고, 그냥 끓이면 심심하니까 양파, 파 등 썰어넣고 팔팔 끓이다가 대충(밀가루와 물의 비율 뭐 그런거 없이)반죽한 밀가루를 두손으로 뚝뚝 떼어 직직 늘려펴서 넣고 소금으로 간간하게 하니 금방 저녁 한끼가 준비됐다.
막내가 냄새를 킁킁 맡아보더니 의심스런 눈으로 묻는다. “아빠, 여기 seafood들어갔어?” “아—니?(꼭 무슨 생사람잡고 있느냐는 표정으로 눈을 크게 뜨면서 ^^;)”. 왜들 그러는지 해산물이 들어간 국 종류는 두째와 셋째는 먹어보지도 않고 안먹는다고 하니 칼슘섭취를 위해 거짓말이라도 해야지 어쩔 수 없다. 하긴 멸치가 그 물에 세수만 했지 실제로 멸치가 들어간 건 아니니 새빨간 거짓말은 아니네. 근데 “아니”라는 한 마디에 이건 너무들 잘 먹더라는… 할레피뇨고추를 조금 다져서 넣었더니 땀을 뻘뻘 흘리면서 들.
아이들이 ‘떡국’은 자신있게 발음할 수 있는데 ‘수제비’는 좀 힘들어 하더니 이내 단어를 만들어 냈다. ‘미운떡국’. 자기들이 볼 때 맛은 ‘떡국’ 같은데 좀 ugly해 보이니까 ‘ugly 떡국’ 해서 직역하면 ‘미운떡국’이라는 게다. 그 옛날 힘든 시절에는 먹을게 없어서 먹던 음식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특별식이 되어버렸다. 먹으면서 옛날 기억들이 아련히 떠오르고…
적어도 나에겐 어린시절의 향수를 느끼게 하는 몇 안되는 음식중 하나.
갑자기 수제비가 먹고싶어지네요...
ReplyDelete준비다 뭐다 없이 그냥 후다닥 만드니 한 10분이면 되더라고요. 생각하신 김에 함 만들어 드시죠? ^^;
ReplyDeleteugly떡국^^ 맛있겠네요. 아직 아침을 못 먹었는데, 확 땡기네요.^^
ReplyDelete앗! 좋은 이름이... 멸치목욕탕 (무슨탕 무슨탕 같이) ㅋㅋㅋ. Your white lie will be appreciated.
ReplyDeleteiammanri님,
ReplyDelete그거 뭔지 아세요? 한국의 신세대들은 못먹어봤을 확률이 큰데. ㅎ
ㅋ ㅋ 정말 글자그대로 목욕탕이네요. 미운떡국 in 멸치목욕탕...^^ 약간...혐오감풍기는...ㅎㅎ
ReplyDelete미운 떡국이라기보단 못생긴 떡국이랄까요... 이곳 일본에선 해먹지 않는 이상 어려운 음식인데, 제게는 여전히 국물 내는 것이 문제군요. 여긴 지금 점심시간인데 침이 꿀떡 넘어갑니다^^
ReplyDeleteㅋㅋ ugly 떡국.. 그럴듯 한데요.
ReplyDelete저도 장모님께서 만들어 주시는 바지락이 듬뿍 들어간 별미 수제비를 아주 좋아합니다. 떡국도 소고기 보단 굴을 넣은걸 더 좋아하구요.. 물론, 어릴때는 정 반대였지만요..
님 애들도 크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입맛도 변하겠지만 그때까지는 좋은걸 먹이기 위해 살짝 속이는 white lie 가 애들을 위해서 꼭 필요하지 않을까요..? ^^
갑자기 배가 고프네요.
ReplyDelete지금 시간은 새벽 1시 반,
참아야.하는디..........ㅠ.ㅠ
내일은 저도 도전해보고 싶네요.
와이프가 요즘 한국요리 만들기에 빠져있는데 한번 도전해보라고 해야겠군요...
ReplyDelete아..먹고 싶어라...
먹음직스러운 수제비에요..
ReplyDelete집에서 먹는건 예나 지금이나 다를바 없지만, 밖에서 사먹는 식당의 경우 수제비를 직접 만든것이 아니라 공장에서 나온 수제비를 사용합니다..그래서, 모양이 랜덤하게 불규칙적인게 아니라 밀대로 민 것처럼 편평하고, 테두리만 서로 뜯겨진 형태..
사실 맛도 쫄깃한 그런 것은 없어요...
어느 식도락가가 말한것처럼 공장에서 나온 수제비는 영혼이 없는 음식이랄까요? ㅋㅋㅋㅋㅋㅋㅋ
오우...그러구 보니 제목이 Soul food군요..ㅎㅎㅎㅎㅎㅎㅎ
ReplyDelete사전을 찾아보니 Soul food라는게 있군요..^^;;;
ReplyDeleteSW Yoon (尹聖雄)님,
ReplyDelete아, 제가 일부러 멸치를 소비하느라 그걸 사용했지 원래는 소고기다시다 아니면 조개다시다같은 걸 사용하기도 하는데 그러면 훨 쉽지요. ^^
tomyou74님,
ReplyDelete떡국에 굴도 넣어 만드는 군요. 아직 먹어보진 못했지만 군침이...ㅎ ㅎ ㅎ
littletree님,
ReplyDelete밀가루반죽이 좀 귀찮아서 그렇지 먹을 땐 그 수고가 보상받는 기쁨이...꼭 만들어 드세요! ^^
아, 그리고 마지막 올리신 포스팅에 오이에 관해 질문하셨는데 제가 뭐낙 텃밭에 관해서는 까막눈이라 텃밭하시는 블로거 한 분께 님 블로그에 잠깐 들려주십사 부탁드렸습니다. 들리시면 모른다 하지 마시고요. ^^;
kyonchih님,
ReplyDelete다시다 사용하면 멸치우려내고 할 필요 없으니 많이 쉽지요. 소금간을 주로 했는데 약간 갈색인 이유는 간장을 조금 넣어서 그렇구요. 멀건 것 보다는 좀 나아보이지요?
Kris님,
ReplyDelete아니 수제비를 식당에서도 만들어 파는군요. 모양이 그리 일정하면 재미없지요. ㅋㅋㅋ
Soul food 이라는 단어에 대한 미국사람들의 느낌이 우리와 똑같습니다. 여기 사람들도 어릴 적 할머니, 엄마가 해 주던 그리운 음식을 이야기 할 때 바로 이 표현을 사용하니까요. ^^
rich-mon님,
ReplyDelete제가 음식만들기에 있어선 굉장히 실용주의입니다. 요리법에 나와있는 재료가 없으면 집에 있어 손에 잡히는 재료, 요리법재료가 맘에 안들면 좋아하는 재료로 만드는... 그럼 님은 양파를 생략하고 파를 좀 더 넣던가 아니면 김치 몇 쪽을 넣으시면 그것도 근사할 꺼예요. ㅎㅎㅎ 저도 아직 안 먹는 게 많은데요 뭘.
oldman님,
ReplyDelete저 당연히 먹어봤죠^^ 저는 사실 그다지 신세대도 아니고,(그냥 제생각, 어르신들이 보면 다르겠죠 당연히;;) 아무튼 어렸을 때 부터 꾸준히 먹었답니다 ㅋㅋ정말 좋아해요 ㅋㅋ
iammanri님,
ReplyDelete아무리 그렇게 얘기해도 신세대 맞지요. ㅋㅋㅋ
수제비 함 만들어서 부모님 놀래켜보는 건 어떨런지? ㅎ
장로님 덕택으로 저도 점심은 그린 수제비로 만들어서 뚝딱 해 치웠습니다.
ReplyDelete좋은 아이디어 였어요.
감사해요.
thespiritofcorean님,
ReplyDelete그래도 수제비 너무 자주 드시진 마시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