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1/2010

목표를 정하고 – 잔디 3

자세히 보면 선이 보인다. 지나간 자욱.
잔디를 깍다 보면 끝에 가선 다시 뒤로 돌아서 가야하기 때문에 짧은 구간을 왔다갔다 하면 끝에가서 몸과 잔디깍는 기계를 함께 반대방향으로 돌려야 하는데 드는 노동의 낭비가 크고 잔디깍은 후 깨끗하고 예쁘게 보이질 않는다. 그래서 모두들 긴 구간을 택해서 길이로 진행하는 모양이다.

그것 까지는 눈치를 챘는데 아무리 똑바로 걷는다고 걸어도 다른쪽 끝으로 가서 보면 항상 삐뚤빼뚤 지렁이가 기어 간 것 같이 자욱이 나곤했다. 가까이에서 봐서 그 정도지 멀리서 보기라도 하면 그 꾸불거리는 것이 더 가관이었다. “참 이상도 하다. 아직 흔적이 남아있는 지난 번 깍아나간 선을 따라서 걸으면서 좀 구불어져 있던 곳은 분명히 정정해 나갔는데 이번에도 역시 꼬불이네?” 했다.

어느 날 다른 시도를 해 봤다. 이제는 지난 번의 흔적을 따라 간다던가 몇 발자욱 앞을 보고 걷는 대신 다른쪽 끝에 어떤 목표를 설정하고 그걸 응시하면서 걷는.

처음엔 기계를 밀고 걸으면서 동시에 먼 곳에 있는 목표를 보는게 그리 쉽지 않았다. 하지만 차츰 그게 익숙해 지면서 옆에 전에 있던 선이 어떻게 나 있던, 땅이 이리저리 불규칙하게 되어있던, 내 주의를 산만하게 할 어떤 상황이 주위에서 벌어져도 그 목표 하나만 응시하고 나아가면 “죽” 뻗은 일직선으로 가게 되더라는…

우리의 삶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해봤다.

10 comments:

  1. 마치 월드컵 축구장을 보는 듯 합니다. 잔디를 정말 잘 가꾸셨군요. 저희 집은 풀 반, 잡풀 반에 속알머리 없는 집주인 닮아 여기 저기 빵꾸도...

    ReplyDelete
  2. 잔디가 참 좋습니다. 잔디를 가꾸기란 정말 많은 수고, 땀과의 전쟁임을 저의 그이를 보면서 느낍니다. 장로님, 그간 평안 하신지요?
    자주 찾아 뵙지 못했군요. 이젠 여름 학기도 끝나가고 잠깐 동안 의 휴식이 있군요.
    늘 형통하시길 기원드립니다.

    ReplyDelete
  3. 저희 집 잔디는 많이 타죽어서 곳곳에 땜통(?)이... ㅠㅠ 아무리 똑바로 깎아도 마구 끊겨서 똑바로 보이지 않는답니다.. ㅠㅠ

    ReplyDelete
  4. 음... 짧은 글이지만 심오하군요.

    저야 주거환경 열악한 나라에서 사니 앞으로도 잔디있는 집에서 살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만, 집잔디라는 게 손이 가는 만큼 애정도 클 것 같습니다.

    ReplyDelete
  5. 겨자씨님,
    ㅎ ㅎ 저도 그냥 생긴대로 놔두고 싶은데 그놈의 HOA에서 경고도 날아오고 그래서 그럴 수가 없지요. 하여간 너무 열성인 사람들이 동네반장을 하는 바람에... ㅡㅜ;

    ReplyDelete
  6. thespiritofcorean님,
    집사님 이젠 방학이니 한 숨 돌리시겠군요. 자녀들이 돌아와서 치닥거리가 좀 느셨겠지만 또 그걸 기쁨으로 감당하시겠죠? ^^

    ReplyDelete
  7. 겨울아이님,
    ㅋ ㅋ 그래도 애들 아빠껜 잘 하신다고 하셔야 하는 거 아시죠? 잔디는 가장들의 '자존심'일 수 있습니다. ^^

    ReplyDelete
  8. kyonchih님,
    '애정'이라기 보다 '애증'이라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습니다. ㅎ ㅎ ㅎ
    어떨 땐 정말 잔디가 미워지더라고요. ^^;;

    ReplyDelete
  9. 테니스를 좋아하는 저는 클레이코트에 라인 그을 때가 생각이 나는군요. 저도 그때는 그런 생각을 합니다^^

    ReplyDelete
  10. 맞아요. 그것도 역시 정해진 목표를 정확하게 따라가는 것이 필요하지요. 주특기에 정구/사격이 있다는 얘기 들어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전 군생활을 클레이정구장에서 줄긋고 롤러굴리고 물주고 별자리들과 그 가족들 레슨으로 끝냈읍니다. 그리고 가끔 사격으로 불려가기도 하고...그래서 클레이코트하면 끔찍합니다. 아직도 클레이가 있는가요? 그래도 멀리 있는 볼을 쫒아가 치느라고 죽죽 미끄러지면서 치던 기억이 납니다. 하드코트에선 그렇게 미끄러지면서 절대 치치 못하지요. 신나서 너무 나갔네요, 본문보다 길게... ㅋ ㅋ ㅋ

    ReplyDelete

반갑습니다!

댓글을 남기시려면 작성자 선택 시 Google계정등으로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시면 됩니다. 좋은하루 되세요!!!


Hi!
If you would like to leave a comment, please log in with your Google, WordPress, or AIM accounts. If you don't have one, please choose the option '이름/URL', then put your name or nickname in '회사명' leaving 'URL' bla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