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1/2010

나들이

오늘 원래는 어머니를 모시고 새벽부터 병원에 들어가 수술받으시게 하는 날 인데 수술하는 의사 사무실에서 우리에겐 일언반구도 없이 날짜를 변경했다. 어제 혹시나 해서 전화를 해 내일 새벽에 수술이 확실하냐고 확인전화를 하니 여태 바뀐 걸 몰랐냐고 하면서 정색을 한다. 정말 웃기는 %$*!?&#들이다.

그래서 이미 휴가는 얻어 놨길래 부모님을 모시고 바닷바람이라도 쐬러 Norfolk쪽으로 출발. 지금 부터는 사진으로 이야기 해보려 하는데…

바닷쪽으로 나 있는 64번 하이웨이를 타고 동쪽으로 한 1시간 30분 여 달린다. 달리다 보면 콜럼버스가 신천지인 미국에 맨 처음 도착한 땅인 윌리엄스버그라는 동네도 지나고 그런다.






해저 터널을 지나는데 여길 지날때면 항상 벽이 팍 터져서 수장될 것 같은 걱정이 들곤 한다. ^^;;




바다를 건너가면 선착장이 나오는데 꽤나 분위기있고 전망좋은 "Sunset Grill"이란 식당이 있다. 들어가 광어 튀김, 굴 튀김, 감자튀김… 전부 튀김종류로 주문. 바닷가까지 와서 스테잌이나 닭고기 먹을 일 없으니...좀 비릿한 음식만 시켰다.

식당아래로 보이는 개인소유의 배 중 제일 큼직해 보이는 배. 후에 우리 아이들이 장성해 이런 배를 턱 사갖고 와서 엄마아빠 싣고 한 일주일씩 유람하는 꿈을 잠깐 꿔봤다. ㅎ
드디어 낚시 피어(Pier)에 도착. 난 뒤에서 끙끙대며 어머니 휠체어를 밀고 있는 중.


피어 끝까지는 너무 멀어 못가고 중간에 지붕이 있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순식간에 '칼'을 뽑아 드신 아버지. 일초도 낭비가 없으신... ㅋ ㅋ ㅋ




옆에 까만 점이 있다해서 ‘Spot’이라 부르는 생선이 올라왔다. 이 밖에 몇 종류 더 있었고 한 10여마리 잡았다. 손바닥만한 놈이 뭐 그리 힘좋게 이리저리 땡겨대는지 난 팔뚝만한 고기나 상어인 줄 알았다. ㅡㅡ;  근데...아버지께서 "야, 지렁이 다 떨어졌어!" 하신다.
옙! 잽싸게 잡힌 고기중 제일 작은 놈을 꺼내 비늘을 벗기고, 살겠다고 펄떡이는 놈의 살을 인정사정없이 발라내 버렸다. 흑… 미안하다 고기야.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해야 한단다…살을 잘게 썰어서 미끼로. 잠시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신 후...

피어를 빠져 나왔다.
나오면서 두 분 사진 한장 박아드리고.
저녁은 무엇으로 드시겠사옵니까? 어마마마. 여쭸더니 한식당 OK? 하셨다. 당근이쥐!
다시 1시간 반 운전해 리치몬드로 돌아와 한국식당에 들어가니 어머니가 방으로 들어가 먹자고 빡빡 우기시길래 웬일인가 싶었다… 들어가시자 마자 이렇게… 장시간 앉아 계신 탓에 허리가 많이 아프셨답니다.

어머닌 돌솥비빔밥을, 아버진 물 냉면을 (끝에 잊지 않으시고 토를 다셨다. “내가 만든 물냉면보다 맛읍써”), 아들은 비빔 냉면 + 두 분이 남기신 것 맛있게 먹고는 귀가하였습니다. 끝.

어머니는 진작부터 바닷가에라도 한 번 가서 탁 트인 걸 보셨으면 하셨고, 아버지는 그 좋아하시는 낚시를 한 동안 못하셨고, 난 두 분 맛있는 걸 좀 사드리고 싶었는데 오늘 나들이는 그 모든 바램들을 충족시켜주어 win-win-win 상황이었다.

18 comments:

  1. 부모님 모시고 좋은 시간을 보내셨네요. 부럽습니다. 제 부모님은 너무 멀리 사셔서... ㅡㅜ

    아... 그리고 저 저 해저터널 지나가 봤어요. oldman님 댁에서는 그리 멀지 않군요. 저희 집에서는 어마어마한 거리인데...

    북쪽에서 Norfolk까지 내려오는 길은 그럭저럭 갈만한데, Norfolk에서 Atlanta까지오는 길은 죽음이에요. 지루해서 죽습니다. ㅡㅜ

    나름 미국 동부는 여러 곳을 다녀봤는데 Norfolk에서 Atlanta까지가 가장 깡촌이었던 듯해요. 국도 변에 있는 집인데도 케이블이 안 들어와서 집집마다 지붕에 커다란 안테나를 달고 있고 심지어 푸세식(?) 화장실도 봤어요. 2004년에... ㅡㅡ;

    저 해저터널은 다시 한번 지나가보고 싶은데 저기까지 갈 생각을 하니 너무 암담해서 아마 실행에 옮기는 일은 '절대' 없을 듯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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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어머님 편찮으신 것 말고는 다 좋아보이는 사진이네요! 어머님도 쾌차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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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I bet your parents had wonderful time at the beach.

    A few years ago, we took a vacation and drove to the East coast. On the way back, we reached Norfolk by crossing the Chesapeake bridge, the longest one (16 miiles?) I've ever seen. Then we stayed a night in a motel that we found at Suffolk. Shortly after we turned off the light, bed bugs (빈대) started gathering to eat us. U-ackkk!!! It was the worst nightmare to see them having a feast on our flesh. ㅠㅠ/ㅠㅠ. We packed and evacuated immediately that hotel (they did not charge us, of course). It was already after midnight, and luckily we found 'Best Western' after driving like 30 miles, and stayed peacefully that night.
    We were told that the bed bugs are so hard to get rid of. Sometimes they hitchhike the travelers' baggage and infest their home. 빈대잡으려고 초가삼간 테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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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병원횡포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이랑 즐거운 시간 보내신 것 같네요. ...저도 그 해저터널 지나가보았어요. 중간정도에선 겁도 좀 나더라구요. 그리고 그 점박이 물고기도...너무 재미있어요.

    다가 올 어머님 수술이 겁나지만, 모두 잘 풀려나갈 것이라고 믿고, 빨리 어머님이 건강을 다시 회복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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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그러셨군요. 아틀랜타는 전 비행기를 타고 가도 지루하던데요. 가끔 마이크로소프트관련 트레이닝을 받으러 가곤 합니다. 운전은 오죽하겠어요. ^^

    '깡촌'이라는 표현이 정말 적절하지요. 그리 조용한 어촌이라서 가족들과 가면 부대끼지 않아 더 좋은 점도 있지요.

    해저터널은 이 사진 보신걸로 땜 하시지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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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June님,
    잠깐 이런 자세로 계셨지만 음식이 나오자 마자 다시 생기가 도셨다는...ㅎㅎㅎ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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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damselfly님,
    그런 불편을 겪으셨다니... 버지니아주민의 한 사람으로 몹시 죄송. ^^;

    버지니아가 워싱턴DC지역을 제외하곤 전체적으로 좀 "Ghetto"스럽죠. ㅎ

    그래 집은 안 태워 먹으셨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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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Geni님,
    네, 정말 오랜만에 부모님과 즐거운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그런 기회를 허락(?)해 준 병원측에 감사들 드려야겠죠? ^^

    걱정해 주신 덕분에 수술 잘 마치고 지금 돌아왔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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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해저터널, Spot.. 오호~ 생선살을 발라 미끼로 쓰기도 하는군요.. 모두 win 하셨으니 좋은일이 생길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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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원래 생선살을 미끼로 쓰면 좀 더 큰고기가 잡히는데 이번엔 그 미끼로 아무것도 못 잡았으니 '헛된 희생'되겠습니다. ㅡㅜ

    말씀하신대로 저에겐 늘 좋은 일, 감사한 일만 생긴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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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언제 시간내서 "게" 잡으러가자.
    야그들 학교 시작히기전에...
    잠잘때 그냥 건지면 된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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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수고했다는 말 빼먹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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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수고는 무슨... 나도 하루 잘 놀다왔는데.

    게 잡으러 가는 것 보다 거기가는데 드는 비용으로 alaskan king crab이나 먹으러 가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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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사진상으로 뵈서 머리가 희신것이 나이가 높으신 것같은데, 어머님께 잘 하시는 모습이 참 보기좋고 제가 부끄럽기만 하네요. 저희 어머니는 현재 요양병원에 2년 가까이 입원중이십니다. 조금씩 기억은 과거를 향해 가시는 것 같고, 몸은 계속해서 야위어 가시는 모습이 참으로 안스럽기만 합니다. 젊은 시절 힘들게 살아 남은 것은 병든 몸밖에 없으신 저희 어머니를 위해 기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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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ㅋㅋ 제 얼굴은 여기에 안 나와 있고요 머리가 하얀 분은 제 아버님이시죠. ^^

    저희 어머니도 2층계단에서 굴러 떨어지시는 바람에 허리를 다치신 적이 있는데 그 때 여기서 Nursing Home이라 부르는 곳에 2달정도 계셨었지요. 아마 비슷한 개념일 겁니다. 의사와 간호사가 24시간 돌보는. 정성껏 목욕도 시켜주고 머리미용도 해 주고 하는데 집같지는 않으신가 보더라고요.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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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풍경 잘 봤습니다
    이름 참 간명하네요 점박이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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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ㅋ ㅋ 감사합니다. 맞아요. 고기이름이 쉽죠? 여름에 이곳에서 이 Spot말고 Croaker라는 고기도 많이 잡히는데 잡아서 손에 쥐면 "쿠륵"하면서 소리를 냅니다. 그래서 "Croaker"라고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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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Croaker라니, 신기한 물고기에 소박한 작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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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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