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러 보니 큰 어항이 하나 있는데 내가 다가가는 기척이 나니까 그 어항안에 있던 손바닥만한 거북이가 내 쪽으로 쏜살같이 기어오는 거다. 악취는 바로 거기서 나는 거였다. 어항안의 물이 그동안 증발해 1-2센티미터정도 밖에 남지 않았고 그나마 거북이의 소변이 반 정도는 되어 보일정도로 물 색깔이 노랗다 못해 갈색이었다. 지독한 암모니아냄새때문에 숨을 참고 들여다 보니 거북이조차 그 물에 머리를 담그지 못하고 머리를 물 밖으로 바짝 들고 다니는 것이 힘겨워 보였다. 그 거북이가 내 쪽으로 달려와 벽에 앞발을 대고 서서 나를 가만히 올려다 보는데 좀 살려달라는 듯 애처로워 보이는 거다. 누가 키우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참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화가 났다. 방학과 동시에 자기 집으로 옮겨 가든가 아니면 정기적으로 들려서 관리를 해 주던가 해야 하는게 상식인데…달포나 되는 기간을 먹이는 커녕 물 한번 갈아주지 않고…
그래서 두 번 생각하지도 않고 플래스틱통에 깨끗한 물을 담아가지고 와서 거북이를 넣었다. “Now what?” 같이간 동료 두 사람과 여러가지 생각들이 오갔다. 이렇게 통에 담고 새 물을 넣어주긴 했지만 우리들 역시 집으로 가지고 가서 데리고 살다가 개학후 다시 가져오거나 아니면 주기적으로 방문해서 돌봐주는 방법에는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의견이 둘로 갈렸다. 하나는... 죽더라도 그냥 다시 어항에 넣어주고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우리 일 만 마치고 떠나가자는…혹 나중에 도서관사서가 돌아오면 문제가 될 확률이 크니까. 다른 하나는 문제가 되더라도 근처에 있는 연못에 풀어주자는…
근데 왜 나는 꼭 문제가 되는 쪽으로 결정을 내리게 되는 걸까?…ㅜㅜ.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내가 책임지기로 하고 근처에 있는 연못으로 갔다. 풀어주자마자 뒤도 안돌아 보고 깊은 물속으로 헤엄쳐 사라져 가는 거북이를 보고 다른 동료들이 더 좋아했던 것 같다. 박수까지 치며…
개학 후 그 학교에 난리법석이 났다. 거북이가 사라졌노라고. 정신적인 충격까지 받았다고 뻔뻔스럽게 이야기하는 도서관사서를 교장과 함께 찾아가 달래고 나서야 문제가 해결됐다. 그 이후 우리 IT부서에서는 이 일을 “Turtlegate”라고 부르면서 나만 보면 “거 정말 시원하게 잘했다” 혹은 "거북이 아직 그 연못에서 잘있냐?"며 아직도 농담을 건넨다. 심지어는 짓궂게 거북이인형에다 메세지를 목에 달아 선물하는 친구도 있었고. 여름방학이 가까와 지고 책상위에 놓인 그 거북이인형을 무심코 보고 있자니 그 때 그일이 다시 생각나 혼자 피식 웃었다.
hahahaha i have a feeling this entry is talking about your turtle incident at work. that was a very weird experience!! i will read this entry later. it takes me so long to read korean, but it is good practice. i miss you!
ReplyDeleteI miss you, pumpkin! When can we see you at home? Are you taking finals yet?
ReplyDeletehahaha. I am right with patricia! All I can do is laugh at this.
ReplyDeleteHey, I've checked out your blog and it was cool!
ReplyDelete살아 있는 생명체를 티비 속의 동물처럼 눈에 보이지 않으면 잊어버리는 것이 이해가 잘 안되지만, 위험을 감수하고 내린 결정이 한 동물을 살렸다는 것에 박수를 보냅니다.
ReplyDeleteㅎ ㅎ 위험감수 맞습니다. 그 당시에는 직장을 쫓겨 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요. 박수를 치며 좋아하던 동료들은 모두 잠수해 입들을 꼭 다물고 있고. 역시 의리라는 것을 아무리 친한 미국사람들에게서도 기대하기 힘듭니다. 지금은 웃으면서 이야기 할 수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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