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0/2017

밥 얻어 먹기위한 필사의 노력

한국에서 이민 올 때 가지고 온 칠기로 된 난장이 상에 판유리를 올려 윗층의 커피테이블로 쓰고 있었는데 다리가 영 시원치 않더니만 한쪽 다리가 또각 부러지면서 사단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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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상은 갖다 버리고 판유리를 버리기 아까워 윗층 한쪽 구석 벽에 기대어 놓고 난 몰라라 6개월 여 지내던 중. 하루는 아내가 윗층으로 뭘 하러 올라가서는 아래층 소파에 완전 붙박이로 쭈그러 붙어 두 세 시간째 티비만 보고 앉아 있는 내가 한심해 보였던지 윗층에서 아래층으로 직사포 쏘듯이 싸~~하게 한마디 날린다. "당신 퇴근하면 시간도 많은데 상다리 한 번 만들어 보지 그래요, 공구도 웬만한 건 다 있는 걸로 아는데. 가구점에서 만들어 놓은 것 돈 주고 사려면 백불은 줘야 해요!"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지롱
갑자기 얼마전 교회 어르신들께서 새벽예배 후 식사시간에 농으로 주고 받으시던 이야기들이 생각나면서 두려움이 엄습했다. 할머니들로 부터 끼니 얻어 먹기위해선 눈도 감히 똑바로 맞출 생각 말고 숨도 크게 쉬지 말아야 하신다던...그래서 뒤도 안돌아 보고 철물점으로 뛰어가 재료를 사온 후 한 사흘 난리를 친 끝에 왼쪽의 다리를 만들어 유리를 얹었다. 많은 Stain색갈 중 검붉은 색이 좋아보여 Red Mahogany stain을 사용했고.

일을 마치고 들어온 아내가 힐끔 보더니 맘에 좀 드셨던지... 흠 흠 몇 번 그러시고 "수고했어요. 근데...우리집에 유리상판이 하나 더 있는 것 알지요?"

우씨, 그것까지 덤태기를 쓸 줄은 정말 몰랐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고 하나 더 만들어 진상하기로. 속으론 "이게 마지막이다, 너" 하면서.


<상다리 만들기 - 다음을 위해 기록해 둔다>

1. 유리상판의 크기를 재고 적당한 사이즈의 상다리를 상상하며 대충 그려본다(여기에 철물점에서 파는 4x4는 실제 사이즈가 3.5x3.5인걸 고려해 계산해야. 역시 2x4도 1.5x3.5 라는 사실. 나무를 잘라 건조시키면 줄어들어 그렇단다. 전통적으로 그렇게들 알고 있고 상식으로 통하는 사실. 실제 사이즈대로 파는 목재전문점도 있다고 들었음). 각 토막들의 크기와 갯수가 산출되어 철물점으로 고! 8자(96인치) 짜리 4x4 두개면 충분할 듯. 휘인 부분은 없는지 쪼개진 부분은 없는지 시간이 조금 지나면 빠져 나올만한 옹이는 없는지 잘 살펴서 제일 잘 생긴 놈 두녀석을 골라 사왔다.



2. 계산해 낸 대로 나무들 토막을 내고. 다치지 않도록 무지 조심해서...


3. Pocket hole을 파 낸다. 뭐 이렇게 하지 않더라도 그냥 긴 못을 드르륵 박아 나무토막들을 연결하면 되는데 Pocket hole을 사용하면 못 대가리를 숨길 수 있어서 조금 깔끔하게 조립을 할 수 있다. 물론 아래에 보이는 Kreg Jig라는 기구가 필요하긴 한데 몇십불 투자해 한 번 사 놓으면 필요할 때 마다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Pocket hole 을 뚫은 후 모습

아래의 샘플과 같이 2.5인치 길이의 Pocket hole screw를 사용해 연결되는 각목에 고정시키게 된다. 

4. 위와 같은 방법으로 모든 토막들을 연결하게 되는데 못을 박을 때 연결되는 부분들이 움직이면 낭패를 볼 수 있기에 바이스로 단단히 고정한 후 못을 박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코너에 못이 4개 정도 박혀야 건들거리지 않고 단단하게 연결되어 있는 느낌이 들더라는...

아래에 보다시피 외부에서는 못자국이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이 Pocket hole을 이런데 사용하는 이유이지 싶다.


5. 샌더를 사용해 나무의 거친 표면을 부드럽게 만들어 준다.

지금 사용하는 사포는 거친 60번을 사용하는데 나중에 피니시하는 Polyurethane을 바르고 마른 후에는 부드럽게 갈아내는 220번을 사용했다.

6. 샌더에 의해 갈아진 나무가루는 대충 휴지나 헌 티셔츠 등을 사용해 털어낸 다음 Tack cloth를 사용해 나머지 미세한 가루를 닦아낸다. Tack cloth는 거즈같은 재질의 천에 beewax같은 끈끈한 성분을 더해 먼지가 잘 달라붙게 만들어 놓은 것. 어느 철물점이나 페인트부서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다.

 7. 초벌 Stain을 마친 모습. 아내가 거의 흑색에 가까운 색을 원한다고 해 제일 진한 Ebony색 Stain을 사용했음. 근데 아직 제대로 색이 스며들지 않은 부위들이 있어 한번 더 입혀야 할 듯. 재벌을 하기 위해선 초벌이 말라야 하는데 하룻 밤이면 충분.

8. 초벌 후 6-8시간이 지나면 모두 마르게 되는데 좀 더 짙은 색을 원할 때는 재벌을 하게 된다. 물론 초벌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Stain을 칠할 때는 수줍어 하지 말고 왕창 바른다. 어짜피 마르기 전에 천으로 닦아내야 하기 때문.

초벌 후 이미 진하게 나온 부분은 피해 밝은 부위만 재벌했다.

한 15-20분(경우에 따라 Stain이 너무 스며들어 색이 너무 진하게 나오는 것이 싫으면 시간을 줄여) 지나 못쓰는 면티셔츠를 사용해 Stain을 닦아내 준다.닦아낸 부분과 아직 안 닦아낸 부분의 비교



모두 잘 닦아낸 다음의 모습. 왼쪽은 초벌 stain 후, 오른쪽은 재벌 stain 후. 보이듯이 알맞은 짙은 색이 나와 마음에 들었다.
9. 환기가 잘 되는 곳에 놓고 Polyurethane seal을 발라준다 - 초벌. 이때 붓을 너무 요란하게 놀려 기포가 생기지 않도록 천천히 천천히... 하룻 밤 잘 말린다음 샌더를 사용하여(220번 사포) 살짝 갈아내는데 한 번 가볍게 쓱 지나만 가는 기분으로 표면을 부드럽게 해 준다. 발생된 먼지를 닦아낸 후 두번째 Polyurethane seal을 발라준다. 다시 하루나 이틀을 지나면 완전히 마르게되는데 아래의 사진이 작업을 완전히 마친 후 모습.

이 색상에서

이 색상으로

10. 여기에 유리상판을 올리고 제 자리에 갖다 놓았다. 

코너마다 온라인으로 구입한 동전만한 고무 Tack을 놓아 유리가 움직이지 않도록 했고

퇴근한 아내가 쓱 확인해 보시더니 한마디.

"수고하셨네요. 그럼 이제 정식 Production으로 들어가 수제작 판매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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