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2015

버섯농장방문

아들녀석과 같이 자원봉사 하고 있는 밀알선교단에서는 매년 여름 장애우들을 데리고 여름캠프를 간다. 단체로 일년에 한 번 가는 장거리여행인데 보살피는 가족이 거의 없다시피한 장애우들과 주로 고등학생 대학생인 교사들의 참가비용이 만만치 않은게 사실. 그 비용을 해결하기 위해 운영을 후원금에 거의 의지하는 이곳에선 버섯바자를 매년 4월 열어 지역교회들에 판매를 한다.

몇주에 걸쳐 자원봉사자들이 주일새벽에 편도 1시간 반에서 2시간 걸리는 거리를  운전해 가서 미리 주문한 버섯박스들을 싣고 돌아온 후 주문한 교회들을 본예배시작전 방문해 배달한다. 오늘은 내 순서라서 아들을 데리고 같이 다녀올 계획이었는데 고등학교 졸업반으로서 마지막으로 치뤄야하는 시험들이 1-2주 앞으로 다가와 깨우지 않고 혼자 다녀왔다.

아침 5시 반에 리치몬드를 떠나 쉴새 없이 내리는 비를 뚫고 북쪽인 워싱턴디씨를 향해 달리던 2시간 거리는 컴컴하고 미끄러운 길이었고, 긴장으로 인해 몸이 뻣뻣해져 힘이 들었다. 그런데 버섯농장이 가까와질수록 날이 개이기 시작하고, 하이웨이를 벗어나 산길로 접어 들면서는 상쾌한 공기내음과 함께 울긋불긋 피인 꽃들과 파릿파릿한 나무들이 보이기 시작. 몸의 긴장이 풀리며 몸과 마음이 두둥실 떠오르는 듯 기분이 좋아졌다.

이른 아침인데도 반갑게 맞이해 주시는 농장주인장과 인사를 나누고, 버섯 170여 박스를 누님가게로부터 빌려간 밴에 싣고나서는 물었다. "버섯키우는 모습을 좀 보여주실 수 있으시겠어요?" 평소에 늘 궁금했었기에 밑져야 본전으로 물었더니 '기업기밀(?)'일텐데도 불구하고 흔쾌히 앞장을 서신다. 사실 산속을 뒤지면서 버섯을 채취하는 것 이상은 상상해 본 적이 없었기에 이렇게 큰 규모로 버섯을 '키우는' 건 꼭 눈으로 한 번 확인해 보고 싶었기 때문.

엄청난 크기의 깡통을 반으로 쑥덕 잘라 엎어논 형상의 긴 건물 2개가 있었는데 그중 하나로 들어서니 환풍기를 통해 맑은 공기가 쉴새없이 들어오는데도 불구하고 어떤 기술로 그것이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높은 습도를 느낄 수 있었다. 등불에 비친 실내의 공기가 뿌옇게 보일정도의 습도. 컴컴한 가운데 자세히 보니 선반에 잠자리에서 베고 자는 베게정도의 크기로 검은 비닐봉지들이 무언가 가득차있는 상태로 놓여있고, 작은 구멍들이 숭숭 뚫려있는데 그 구멍들 사이로 조그만 버섯들이 자라고 있었다. 건물깊이 들어갈수록 성장이 더 많이 된 버섯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주인장께서는 그 봉지안에 들은 것이 '밥'이라고 설명하시는데 콩 등 여러가지 천연재료를 혼합해 만들고, 고온에서 찌는 공정을 거쳐 잡균을 없애고, 그것에 버섯조각을 심어 키운다고 했다.

25년여를 해오고 있는데 아직도 많은 변수들이 생기고 그것에 대처하는 법을 연구하고 배우는 중이라고 하는데...직장을 은퇴하게 되는 10년 후 이 농장을 인수할 수도 있지 않까 하는 은근한 욕심으로 물어본 내게는 조금 급 부담으로 다가옴. ^^

재배하는 기술 말고 마케팅도 잘 하시는지 워싱턴DC 지역의 한국 마켓들과 유명 미국수퍼마켓들에 물량을 대신다고 하고, 우리같이 일년에 몇 번 몇백개 가져가는 건 2-4주 말미만 주면 어렵지 않게 공급하실 수 있다니 큰 사업은 분명한 것 같다.

나같은 일반인이 몇 박스씩 사려고 들리는 걸 좋아하실지 아니면 부담스러워 하실지 잘 모르겠지만 여기에 주소와 연락처를 적어본다.

원산 버섯농장
11305 Elk Run Rd, Catlett VA 20119
703-915-4923 (Mr.&Mrs.원)


탐스러운 느타리버섯들이 주렁주렁 자라나고 있었다


이런 엄청 긴 선반들이 여러개 있었고...


항상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
벌레도 생기지 않게 늘 신경써야하고.


농장주이신 Paul 원 씨. 우리말도 잘 하시지만 간혹 나오는 영어단어의 발음으로 봐선 영어가 더 편한 2세 이신듯 보인다. 눈길을 피하거나 흐리지 않고 정확히 상대방의 눈을 마주치며 바라보는 눈빛을 통해 선함과 정직함이 비쳐 보이는 걸 숨길수 없었다.


차에 오르기 전 뜬금없는 질문하나를 던졌다.

"앞으로 이 일 계속하시다가 은퇴하실 생각이세요?"
(씩 웃으시며)"예! 재미도 있고 괜찮은 것 같아요!"

그 정도 대답이면 내게 충분하다. 다른 일을 생각해 보지 않아도 될 만큼 현재 수입이 만족스럽다는 얘기니까. 

집에 가서 마누라 설득작전을 시작해봐야겠다. 작전의 시작 멘트는 "우리 은퇴하면 어디 공기좋은 컨트리로 가서 살지 않을래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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