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6/2013

Mother-in-law

며칠 전 직장동료들과 모인 자리에서의 대화

나:  한국에서 장모님이 오셔서 두 달 정도 우리 집에서 지내시게 된단다.
동료들: Yikes!(합창하듯)  Poor James! We feel sad and depressed for you already by just hearing it.
나: 아니, 난 너무 좋은데?
동료들: What!!!? Are you losing your mind? Something's wrong with him! (고개들을 절레절레 흔들며)

이 곳 미국에서는 사위와 장모의 관계가 한국과 같이 아껴주고 위해주는 사이가 아닌 철천지원수의 관계로 정의된다. 마치 우리의 전통적인 고부간 관계처럼. 왜 그런지는 몰라도 연속극이나 실제 이웃에서 보면 장모는 언제나 사위의 흉을 보며 들들 볶고, 사위는 사위대로 장모가 뭐라고 하는 건 들어보지도 않고 반기를 들더라는...그것에 비하면 차라리 미국 고부간의 관계가 더 산뜻하고 바람직하다. 위의 동려들의 정색은 한 마디로 장모님께 밀리지도 말고 지지도 말고 맞서서 꿋꿋히 싸우라는 거다. 나로서는 이해가 안되는 참 이상한 관계고 반응이다.

부모님께서 살아계실 제 오랜 병석에 계셨기에 장모님을 모시고 올 엄두를 못 내었었고, 이제야 좀 막내딸 곁에 계시게 해 드려야 겠다라는 마음으로 모셔 오긴 했는데 문제는 이 곳 생활이 워낙 단조롭고 재미가 없다는 것. 아내는 토요일 밤까지, 난 금요일 오후까지 일을 해야 하기에 주중에는 꼼짝없이 감옥같은 집 안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셔야 한다. 이제 겨우 2주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말씀은 절대 안 하시지만 한눈에 지루하신 걸 알아 채리겠더라는. 얼마전 캐나다에 계신 처형댁에 가셨을 땐 워낙 잘돼있는 그곳 지하철과 버스시스템을 이용하셔서 가고 싶으신 곳을 마음껏 다니시면서 언어문제도 없이 (83세 신데 영어 일어를 유창하게 하시고 현재는 중국어 열공중이신 인텔리여성) 재미있게 지내셨다는데...죄송할 뿐이다.

그래서 아내와 이야기하길 토요일 하루 만이라도 내가 계획을 세워서 여기 저기 모시고 다니기로 하고 어제 처음으로 리치몬드구경을 시켜드리고(나도 처음) 여기에 조금 기록을 남긴다. 거의 30년을 이곳 리치몬드에서 살았는데 이런 곳이 있었나 할 정도로 가 볼 만한 곳이 있었다는...

Civil War Museum을 방문





이 곳 리치몬드 다운타운을 동서로 가르지르며 흐르는 James River. 여기에 있었다가 남북전쟁때 끊긴 다리가 바로 오른쪽 앞에 보이는 쇠로된 다리. 

Shockoe bottom이라는 곳에서 타는 관광선을 조정하는 선장할아버지. 입심이 엄청 좋으신 분. 40분을 숨 한번 고르지 않고 줄창 인근의 유적지를 설명해 주시더라는.




주지사, 시장, 가수 등 유명인들이 자주 드나들었다는 유서깊은 식당에서 점심을. 메뉴표지에 나와있는 초기 웨이터들 사진. 모두 식당주인의 아들들인데 지금은 이 지역의 호텔을 몇개씩 소유한 재력가들이라고 함. 방문 인증샷.

이 집에 오면 꼭! 먹어야 하는 Fish Boat. 튀긴 동태와 옥수수빵, 그리고 mashed potato가 아우러져 흡족한 한 끼를 즐길수 있음.

추우셔서 시킨 커피가 대야만한 그릇에 밥주걱만한 스푼과 같이 나왔다. ㅋ ㅋ

다음 토요일엔 근처 바닷가로 모시고 간 소식을 올릴 예정이오니 한국 식구들 꼭 다시 찾아 주셔서 어머님 근황을 확인하시길... ^^ 현재 건강하게 잘 계십니당.


6 comments:

  1. 정말 잘 하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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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ㅋ 캄솨함다! 저 정말 잘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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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커피가 푸짐하네요
    사발커피는 한국농촌에서만 먹는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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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 그걸 사발커피라 하는 군요. 넉넉한 커피잔을 앞에 놓은 풍요로운 한국의 농촌 모습이 떠오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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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아니, 난 너무 좋은데?" 좋은 시간 많이 가지세요 !
    살아계신 부모님이 훨씬 더 좋다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부모님은 살아 이 푸른 하늘 아래 같이 호흡하며 서로 위로하고 위로 받을 때가 진정 그 부모 자식 간의 의미가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효자이신데 친부모님들이 그리우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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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말 그렇습니다. 그래서 장모님 살아 계실제 더 잘해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오랜만에 들리셨는데 잘 계시죠? 뉴욕도 이제 많이 덥겠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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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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