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9/2013

Acquired taste

우리말로 굳이 표현한다면 "후천적으로 얻어진 맛, 기호, 혹은 취미"나 "배워서 알게 되는 맛" 정도 되지 않나 싶다.

알래스카에 있는 대부분의 작은 마을들은 진입로가 존재하지 않아 바깥세상과의 유일한 통로는 활주로가 없이도 이착륙할 수 있는 프로펠러 소형 경비행기. 그런 크고 작은 소형 경비행기 30여대로 운영되고 있는 항공사를 소유한 한 가족(백인아버지, 에스키모엄마, 그리고 두 딸)과 그 회사에 속한 비행조종사들의 이야기들을 밀착취재해 보여주는 'Flying Wild Alaska'라는 프로그램을 요즘 재미있게 보고 있는 중.

그런데 동물을 잡으면 버리는 것 하나 없이 내장까지 말끔히 먹고 가죽은 알뜰하게 사용하는 에스키모사람들 최고의 별식중 하나인 'Stink Flipper'라는 음식을 어제 방영한 에피소드에서 잠깐 소개했다. 어린 물개의 발(수영하는데 사용하는 물갈퀴)을 잘라 땅을 파서 넣고 지푸라기를 덮어 한두달 묻어 두었다가 썩어서 완전 발효된 다음 꺼내어 잘씻고 물에 삶아 소금과 후추를 쳐 먹는 음식인데...http://www.youtube.com/watch?v=kEye_FVO2dk

백인인 항공사 사장과 부인, 그리고 딸이 이 음식을 먹는 장면.

부인과 딸:"음~~~바로 이거야"  (입에 그 음식을 넣으며 눈을 지그시 감고 황홀한 표정으로)
남편: "This food is a white man's killer!" (손사래를 치며 도망가면서)

하는데서 빵 터졌다. 아빠는 먹기는 커녕 냄새조차 못 견디겠다는 거다. 그러면서 딸이 하는 말. "이 음식은 분명 'Acquired tastes'의 하나죠." 무슨 의미인지는 알지만 나로서는 처음 대하는 표현.

한국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즐기던 몇가지 음식들을 이곳에서 태어난 우리 아이들에게 그 맛을 알게하기 까지는 참 오랜 시간이 걸린 걸 보면 그런 음식들이 꽤 있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져 거부감이 많이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코를 쥐고 인상을 쓰는 김치가 그 하나고, 다른 하나는 물냉면. 만들어 주기만 하면 코를 대고 킁킁 냄새를 맡고 면을 한 가락 입에 넣고 질겅거려 보다가는 이내 그릇을 한 옆으로 밀어넣던 아이들이 이젠 내가 냉면육수를 만드는 모습만 봐도 침을 꿀꺽 삼키며 기다리기까지15-20년이 걸린 걸 보면 냉면도 확실히 acquired taste인건 맞다. 삭힌 홍어로 만든 홍어찜, 구리한 냄새가 진동하는 과일의 황제 두리안, 철갑상어알, 커피, 술 등도 그런 경우가 아닌가 싶고...

하여간 어느 누구나 그렇게 획득한 acquired taste가 몇가지 쯤은 있지 않을까? ^^

6 comments:

  1. 식도락에 관심이 많으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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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글쎄...그렇다고 해야 하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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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새로운 개념을 배우게 되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후천적 지식이라는 개념만 가지고 있었는데, 여기에 입맛도 포함되는군요.
    학습에 의한 것이 아닌 습관적 반복에 의한 후천적 입맛이라... 연구하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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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ㅎ ㅎ 연구하는 습관이 무섭긴 무섭네요. 바로 연구하고 싶어지시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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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미역국도 그 하나가 아닐까?
    David도 예전엔 한국음식 입도 안대던 애가 2시간씩 운전하고 한국그로서리 찿아가 김치랑 미역 사다가직접 끓여 먹는다고 하니 절로 웃음이 나와. "까만 슾" 해먹었다고 자랑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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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맞네. 우리 아이들도 'black soup'이라고 하던데. 데이빗은 건강이 좀 나아진건가? 쥴리는 김치와 미역국 먹는 맛을 'acquired'했나 모르겠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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