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4/2013

아버지

아버지께서 타고 다니시던 차의 트렁크를 깊숙히 들여다 보니 여태 눈에 띄지 않던 물건들이 보였다.

낚시채비 만으로 방 하나 가득 채우라고 하면 그럴 수 있을 정도로 물과 낚시를 사랑하시던 분. 바다낚시를 위한 대와 릴만 20여벌, 강에서 찌낚시를 위해 필요한 대 5여벌, 산으로 올라가 계곡에서 trout을 잡을때 사용하는 fly fishing채비, 모터를 장착해 타고 다닐 수 있는 큼지막한 고무보트, 지금도 시간만 나면 정리하곤 하는데 한도 끝도 없다.

그런데 아끼시던 여러가지 낚싯대 중 제일 끔찍히 여기시던 Fly fishing낚싯대와 릴, 그리고 뜰채가 차 트렁크 제일 안쪽 구석에서 나온 것. 그것들을 꺼내면서 어떤 기억들이 떠올라 잠시 울컥.

아직 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3월 말이나 4월초가 되면 아버지와 난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장비를 하나 둘 꺼내 정비를 시작하면서 한편으론 뒷마당에 나가 casting하는 연습을 하는 것으로 봄을 시작하곤 했다.

Fly fishing은 다른 낚시와 달리 추의 무게를 이용해 미끼가 걸린 낚시바늘을 던지는게 아니고 줄의 무게만을 이용해 파리모양의 가짜 털이 달린 가벼운 바늘을 던지기에 연습을 좀 하고 전장터로(?) 나가게 되는데, 여자 체조에서 작대기끝에 달린 긴 리본을 휘날리게 하다가 그 끝을 어떤 방향으로 휙 날아가게 하는 동작과 흡사하다. ( http://www.youtube.com/watch?v=kkVyEDEbPQY )

처음 몇년은 둘 다 서툴러 만화영화에서 흔히 보듯 낚시바늘을 휙 날리면서 모자나 옷을 꿰 쓰고있던 모자가 날라가고 입은 옷의 등짝이 훌렁 벗겨지는 바람에 부자가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한참을 낄낄거렸던 기억...웨스트버지니아의 깊은 산속으로 운전해 가면서 옆으로 계속 흘러가는 수정같은 계곡믈과 그 속에 노닐던 고기들을 보며 느꼈던 설레임...갑자기 '후두두둑' 하면서 손에 느껴지던 물고기의 필사적인 몸부림...가까이 끌어 당겨 얼굴을 마주하게 된 rainbow trout이 뽐내던 찬란한 무지개색...미끼를 사용하면 위법이라는 걸 알면서도 워낙 저조한 조황 탓에 밥알을 끝에 달아 한 마리에 300불 벌금인 위법을(?) 감행하시던 아버지...그걸 "아부지, 그러시면 안되어요. 그거 위법이예요!"라며 말리다가 결국에는 슬그머니 밥알을 몇개 동냥해 같이 범법행위를 자행하던 나...집을 개조해 만든 여인숙으로 돌아와 생선을 다듬고 소금을 쳐서 불에 굽고 있는 동안 은근하게 퍼지던 구수한 밥끓는 냄새와 기름을 자체생산하면서 먹음직스럽게 익어가던 생선...왠걸 갑자기 꽥꽥 대며 울리는 화재경보기에 놀라 이리뛰고 저리뛰며 정신 사납던 아버지와 나...

이제 열흘 후면 1주기... 이 장비들을 보니 낚시만 모시고 가면 좋아하시던 아버지의 웃고 계신 얼굴을 보는듯 하다.

4 comments:

  1. 봄이 느껴지는 포스팅입니다. 부디 즐거운 기억이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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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 맞아요. 봄이 되어 날씨가 조금 풀리니 그런 기억이 떠오르는 모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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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can you believe andy has never gone fishing?! we must take him sometime.
    he wants to try fly fishing out here so we may do it in Europe. But we, as a family, must take him fishing just like Grandpa di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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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No way! Yeah, we definitely need to take him out there for fis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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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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