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9/2010

아이들과 시간을 공유하는 것

Andy
지난 추수감사절날 매릴랜드에서 학교를 다니는 조카가 남자친구와 왔길래 점심을 먹고 막내와 그 친구(Andy)를 데리고 테니스코트로 갔다. 고등학교때 ‘좀’ 쳤다고 겸손을 떨길래 내심 어느정도 치기는 치는구나 했는데 공을 몇 개 받아 보니 고수다. 그래 "너 선수했었지?" 하니까 학교대표였단다. 아무리 그래도 대학, 레지던트, 전문의과정을 마쳤으니 안 친지 10년은 족히 넘었을 텐데 아직도 현역 선수같이 치더라는.   
아빠가 치는 건 잘 치는 거라고 보지 않는(?) 아들녀석이 이 친구 치는 걸 보더니 좀 자극을 받은 듯. 자기도 덩달아 마음껏 받아치기 시작하는데 녀석이 제법 세게 친 공은 그 구위에 눌려 내 라켓이 밀리는 감이 든다. 테니스에 흥미를 잃지 않고 계속 연습해서 대학갈 때 까지 만이라도 아빠와 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는데 그게 어느 순간에 변할지 도무지 예측불가니...

흑, 백핸드가 예전같지 않다
딸들과는 달리 운동에 관심있어 하는 아들녀석에게 내가 알고 있는 걸 하나라도 더 가르쳐 줬으면 하는 욕심이 있었다. 그래서 축구공도 같이 차면서 여러가지 다른 킥, 드리볼하는 법, 헤딩하는 법, 상대방이 앞에 있을 때 쓸 수 있는 바디페인팅, 풋볼공이 바른 스핀을 먹으면서 곧게 날라갈 수 있게 공잡는 그립과 손목스냅 사용법, 킥복싱의 각종기술, 글러브와 해드기어, 마우스피스등을 착용하고 실제로 (훈련을 핑계삼아 늘씬 두드려 패면서)스파링, 혼자 연습할 수 있게 샌드백 차고에 달아주기, 정기적으로 사격장에 데리고 가 총의 종류, 안전수칙, 정조준하는 법, 탄착점 보고 가늠쇠 수정하는 법, 실제 사격, 총의 무서움을 알게하기 등 여러가지를 가르치면서 시간을 많이 보냈다.

그리 지내다 보니 좀 더 막내를 알 수 있게 되고 아이도 아빠를 더 신뢰하고 친근하게 여기게 된 것 같은데 그야말로 부자간의 본드가 생겼다고나 할까…


스쿠버다이빙도 가르쳐서 buddy삼아 데리고 다니고(이 불경기가 가시고 나서 숨통이 좀 트이면) 싶은데 그건 죽어도 배우지 않겠다고 하니 억지로 되는 건 없는 것 같다. 웬 그리 겁이 많은지 아빠가 국제공인자격증이 있는 강사였다고 해도 고지 듣지를 않는다. 뭘 해도 제가 좋아야 하고, 그것도 딱 싫증이 날 때 까지만 이고... ㅡㅜ;;

한편 딸아이들 한테는 좀 미안한 생각이 든다. 딸들과는 수영과 자전거외에는 다른 운동을 같이 하며 지내지 못한 것 같아서. 두 딸 들에게는 그래서인지 그 아이들이 부엌에서 뭘 만들려고 하거나 고민스런 프로젝트가 있을 때 어떻게라도 아빠로서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더 애쓰게 되는건지도 모르겠다.

이번 크리스마스연휴가 기다려 진다. 아내와 함께 아이들 모두와 좀 느긋하게 앉아 더 많은 이야기도 하고, 소파에 촘촘히 부대끼고 앉아 영화도 보고, 고민들은 없는지 들어보기도 하며, 흘러나오는 캐롤에 흥겹게 장단을 맞춰 따라 부르고 하면서 지낼 그 시간이…

14 comments:

  1. 정말 많은 것을 자녀들에게 가르치시는군요. 욕심이라 할만도 하지만 나이가 들면 무척 고마와할 겁니다. 제가 그 점을 많이 후회했거든요^^
    요즘은 추워서 아침 테니스를 즐기는 저에게는 조금 어려운 계절입니다. 건강 조심하세요!

    You're teaching many to children. Though it looks bigger than what they expected, but they'll thanks to you when growing up. (It's my case^^)
    I like playing tennis in early morning, but a bit difficult due to cold recently. Keep your heal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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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SW Yoon (尹聖雄) 님,
    말씀하신대로 고마왔다고 느끼게 되는 때가 아이들에게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떠나 이 세상에 없을 때라도 그리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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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그렇죠..? 같은 화성인인 아들에게 전해줄것도 많고, 또 관심사나 배우고자 하는 욕구도 확실히 금성인인 딸과는 다르죠..? 저도 요즘 아이들과 함께하는 활동들이 왠지 아들 위주인듯 해서 쪼~금은 미안하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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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저도 나중에 제 아이들과 함께 그런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요? 한국의 교육 문화에 휩쓸려 아이들을 학원으로 맴돌게 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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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tomyou74 님,
    아, 맞습니다. 우린 화성인 금성인 그렇게 달랐죠? ㅋ ㅋ

    그래서 그런지 딸들은 엄마하고 훨씬 친밀하게 지내는 것 같습니다. 때론 속 깊은 이야기도 엄마에게 털어 놓는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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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최기영 님,
    그렇게 돼야겠지요. 고국에선 아이들을 너무 힘들게 하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아이들 답게 재미있고 즐겁고 건강하게 자라는 것에 주안점을 둔 교육정책은 누가 좀 못 세우나요? 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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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오랫만에 뵙습니다. 3개월 정도 된것 같습니다. 그간 부서도 옮기고 둘째도 태어나고 이래저래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갔나봅니다. 새로운 연구소장님이 오셔서 과제 완료보고가 느슨해진 틈을 타서 새로 시작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간의 포스팅 구경 잘 하고 갑니다. 자녀분들의 행운을 제 아들에게도 주고 싶군요.
    건승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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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desperados 님,
    한동안 안 보이신다 했더니 정신없으셨군요. 두째 다시 한번 축하드리고 앞으로 자주 뵙도록 하겠습니다. 그 아이들에게는 훨씬 더 좋은 세상이 기다리고 있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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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부모님과 함께 운동을 해본 기억은... 없네요. =.= 영화보기, 외식하기, 그리고 여행이 전부인것 같아요. 많이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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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호랭이 님,
    '영화보기, 외식하기, 그리고 여행'이면 웬만한 건 부모님과 같이 거의 다 하신 거네요. ^^

    저희는 그 방면이 약해서 아이들에게 늘 미안해 하고 있는 중 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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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전 아버지랑 함께했던 게 술 말고는 별 생각나는 게... ^^;

    아버지께서도 운동을 좋아하시긴 하는데 그게 한두가지만 즐기셔서, 그것도 어느 정도 연세드시고 부터는 오직 하나만.

    고등학교 졸업하고나서 부터는 아버지랑 한 집에서 먹고 자고 했던 날을 다 합해봐도 반년이나 될까 모르겠습니다. 대학, 군생활, 직장 등으로 거의 떨어져 살아서...

    Oldman님 자녀분들은 아버지와 공유할 게 많아서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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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Black and Berry 님,
    저도 아버님과는 같이 한 기억이 거의 없지만 우리의 자녀들에겐 더 많은 시간을 내어 줘야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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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멋집니다. 아이들하고 테니스를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멋진 아빠인지...아이들도 다 알고 있을걸요.. 전 테니스는 '동경'만 하지만, 나중에 제가 아빠가 된다면 아이와 함께 배우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힘든 운동일 수록 함께 해도 좋겠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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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BlueN 님,
    나중에 가정을 가지시게 되고 자녀들이 생기면 꼭 운동을 같이 하시게 될 수 있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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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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