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8/2010

Starry Night – 3

달빛조차(실같은 초생달 이었던 것으로 어렴풋이 기억) 없는 캄캄산중에서 길을 잃어본 적이 있다. 고등학교때 치악산을 오른다고 혼자 치악으로 가다가 남들 다 내리는 치악역에서 내려 구룡사로 오르는 대로를 놔두고, 치악역 얼마 전 기차가 잠깐 멈춘 사이에 뛰어 내려 치악산의 한적한 곳으로 오르는 시도를 한 것. 길도 없는 가파른 산을 오르며 몇 시간을 헤매는 바람에 어느새 캄캄한 밤이 되어 버렸지만 북쪽으로 계속 가기만 하면 대충 조그만 암자(구룡사가 아닌)에 닿을 것이라는 걸 출발전 지도로 확인했기에 큰 걱정은 없었다.

국민학교 자연시간에 배워둔 것이 있었기 때문. 북두칠성을 이용해 북극성을 찾는 방법(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겠지만 아래에 참고). 그렇게 해서 북극성을 찾았고 그걸 목표로 산행을 한 덕분에 새벽 1시경 암자에 무사히 도착. 곤하게 주무시는 스님들을 깨워 사정을 하니 방 하나를 내어 주셨었고, 신세 진 김에 찬밥도 한 공기 얻어 먹고 잠을 청했었다. 고1 이나 고2 때 그랬으니 나도 참 뻔뻔스럽고 웃기는 놈이다. 무전취식도 그런데 새벽에 잠자고 있는 사람들을 깨우기까지 했으니...

그 이후 삼십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밤 하늘을 쳐다보면 버릇처럼 북두칠성을 제일 먼저 찾는다. 제법 밝은 7개의 별이 국자모양을 이루고 있어 별이 몇 개 보이지 않는 좀 흐린 밤에도 북두칠성만큼은 보이기에 계절에 따른 위치변화가 아무리 커도 3-4초 이내에 찾을 수 있다. 그러면 북극성이 바로 옆에 있으니 북쪽 방향은 확실하게 알 수 있고.

손으로 직접 그림을 그려 넣거나 글씨를 쓸 수 있는 Wacom tablet 같은 것이 없어 마우스로 그림을 그리다 보니 이렇게 조잡한 그림이 나왔다. ㅎ

오른쪽 위의 뒤집어진 국자모양으로 생긴 7개의 별이 북두칠성(Dipper)이다. 천체가 회전함에 따라 뒤집어진 모양이 바로 보이게 되는 때도 있긴 하지만 찾긴 매우 쉽다. 국자 끝의 노란 선으로 표시한 데를 길게 연장해서 5배 쯤 가면 바로 북극성(North Star, Pole Star 혹은 Polaris)이 있다. 북극성이 제일 밝은 별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제일 밝은 별은 남서쪽에 위치한 Little Bear라 불리우는Ursa Minor 다. 이 별은 항상 같은 자리에서 있기에 북극성을 찾은 다음 좌향 좌 하면 보이게 되는 엄청 밝은 별이 바로 이 별이다. 그 외의 모든 별은 북극성을 중심으로 회전하고 있고. 지구를 긴 막대기에 남북으로 꿰어서 팽이처럼 돌리는 축으로 삼는 다면 이 북극성이 자전 축의 정북쪽. Pole Star라는 이름도 아마 거기서 기인한 듯 싶고.

우리가 방향을 정할 때 절대 기준으로 삼는 이 북극성. 이 별을 보고 가면 틀림없이 북쪽을 향하여 가게 되어있는 건 당근. 우리 모두 삶의 목표들이 있고 그 목표들을 향해 열심히들 살아가고 있다. 우리 모두 그 목표에 다다른 후 "휴, 참 열심히 잘 살았다!"하며 뒤를 돌아볼 수 있는 그런 삶을 살게 되기를 원한다.

(참조: 북극성을 대칭점으로 해서 북두칠성의 반대쪽에 위치한 밝은 5개의 별을 선으로 연결하면 영어의 'W'자가 되는데 이게 바로 카시오페아 자리.)

12 comments:

  1. 저는 대학1학년때 치악산 갔었는데 체력 좋을때라 우습게 보고 간식이나 물 없이 올라갔다가 너무 허기지고 힘들어 얼이 빠졌습니다. 곁의 친구도 안돌보는 이기적인 자신을 처음 느꼈습니다
    산 이름에 '악'자가 붙는덴 이유가 있는것같습니다

    누워서 은하수 보고있으면 빠져들것만 같습니다. 몇분에 한번씩 지나가는 유성 - 1년에 한번 볼까말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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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ㅎ ㅎ 손가락도 까딱하기 힘이 들 정도로 소진되면 다른 사람을 돌보는 건 더욱 싫은 일 이지요. 그럼 '큰산'을 뜻하는 악 이 아니라 '의악!'의 악 인 모양입니다. ^^

    몇 주 전 유성소나기가 있었다는데 전 놓쳤습니다. 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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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You were fortunate as the weather was clear to see the stars. What if it was very cloudy night?? You could have lost and been a night snack for some animals, ha-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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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damselfly님,
    You are right on that! I had heard that there were plenty of bears on that mountain and few sightings of Bangal tigers(not at the time but in 50's). ㅋ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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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혹 그 스님들이 변장한 그래서 길 잃은 객 들을 꾸울꺽 하시는... 전설 따라 삼천리의 한 장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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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damselfly님의 상상력에는 제가 두 손 발 다 들었습니다. 너무 재미있어요. ㅋ ㅋ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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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오늘 처음으로 님의 블로그를....!!
    저도 자주 밤하늘의 북두칠성을 봅니다.
    어떨때는 한참을 찾기도 하지요.
    정말 감동적입니다.
    영어w자의 별자리의 이름도 알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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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Young님,
    앗,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워낙 바쁘게들 살다 보니 머리들어 밤하늘의 별을 헤아리는 여유가 없어진 지 오래인 듯 합니다. 저도 그래서 더 자주 보려고 애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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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카시오페아 하니 오늘 새벽에 본 영화 세렌디피티가 생각하는군요. :)

    제가 아는 별자리는 오리온좌 였는데 오래되어서 지금은 가물가물합니다. :(
    군대 제대후 이태원에서 밤새 놀다가, 그날 알게된 아가씨와 이태원에서 삼각지로 내려오는 길에, 하늘에 별을 보면서 오리온좌에 대한 썰도 풀었던 기억이...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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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zizukabi님,
    그 영화 좋다고 하던데 저도 빌려서 봐야겠습니다. 근대 댓글에 링크를 거는 방법이 궁금합니다. 좌우간 남이 못하는 건 죄다 하시는 듯...ㅋ ㅋ

    아, 비슷한 젊을 때의 추억은 누구나 있는 것 같습니다. '쿨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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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링크거는 것은 블로그 글에 링크거는 것과 같습니다. < a href="링크주소" >링크를 거는 대상 < / a > 와 같이 말입니다. 일부로 칸을 띄워서 썼지만 블로그에 링크거는 것과 같습니다. 다만 일일이 a 태그를 써 주어야 한다는 점만 다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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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zizukabi님,
    앗, 알려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럼 여기에 시험 한 번 해봐야 겠네요.

    제 딸의 블로그 를 가끔 인용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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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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