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2010

동네 사랑방

원래 모르던 사람들 알아가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지금은 집에 몸이 불편한 어르신이 계셔서 그렇게 하질 못하지만 가끔은 좋아하는 사람들을 불러 이런 저런 의논도 하고 밥도 같이 먹고 세상사는 이야기하며 지냈으면 하는 마음이 늘 간절하다.  

이런 생각을 해 봤다. 내 블로그에 다녀가시는 분들이 나랑 같이 한 동네에 사시는 분들 이라면 우리집을 개방하여 한달에 몇 번이라도 같이 모여 꽤 즐겁고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으리라는… 마누라가 매번 음식준비하려면 힘들테니까 한 가정에 한 접시씩 아무거나 만들어 와서 모아놓으면 만찬이 되겠고. 우리는 그냥 밥하고 김치만. ㅎ  (아 여기서 그거 potluck dinner나 potluck party라 하는 거 맞아요)

그렇게 모여 왁자지껄한 저녁을 가진 후엔 누가 프로젝터라도 들고 왔으면 좋은 영화를 모두 같이 감상하기도 하고, 그저 마냥 이야기하다가 남자들은 편을 짜서 나중에 짜장면내기 당구시합을 하거나 밖에나가 프리즈비 날리기, 미니축구를 하기도 하고, 여자들은 아이들 자랑, 남편 시댁 흉보기(입에 참 달지요, 네)로 밤을 새우고, 아이들은 킬킬대며 이방저방 시끄럽게 몰려다니고…할 꺼리가 좀 떨어졌다 싶으면 자신이 자신있어 하는 분야에 대한 이야기를 이끌거나 다른 사람을 유익하게 할 수 있는 미니동네강좌를 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도 있지 않을까.

어떤 분은 요즘 증시동향을 말해줄 수도 있고, 어떤 분은 인디음악을 아이팟에 담아와 들려주며 곡을 설명해 줄 수도 있고, 어떤 분은 유학생활에 대하여 이야기 함으로 준비중인 학생이나 부모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어떤 분은 깐깐한 직장상사 길들이는(?) 묘책을 전수하기도 하고, 아기를 키우는 분은 아기자랑도 하고 잘 모르는 것 선배엄마들에게 묻기도 하고, 어떤 분은 좍 한 번 들여다보고 어디어디가 나쁘니 우리 치과에 오면 50% 이웃특별우대를 해 준다 이야기 해 줄 수도 있고, 모형/모델을 취미로 하시는 분은 평소 만든 것들을 가지고 와 전시해 놓으면 근사할 것 같고… 아이들이 특히 좋아하겠지. 어떤 분은 트윗이 뭔뎌? 하는 나같은 노친들을 위해 시범을 보일 수도 있고, 그릇된 사회에 대한 분노가 치미는 젊은이는 이번 기회에 많지 않은 청중이지만 마음껏 발산해 낼 수도 있고, 사랑이 뜻대로 잘 안풀리는 젊은이는 기라성같은 선배들(자기들도 연애에 그리 성공한 건 아니면서 침을 튀면서 야이기 해 주겠지…ㅋㅋ)의 별 도움안될 쪼가리 조언들을 메모지에 촘촘히 적는 척 할 수도 있고, 어떤 분은 집안일을 너무 해 팔목이 저린 어느 엄마의 팔목을 만져줌으로 물리적인 치료를 해 드리고(원래 돈 받고 하는거지만 ㅋ), 요리에 능한 그 분은 그 예술같은 완성도의 dish들을 가끔 만들어 모두에게 시식시켜드리고, 노련한 텃밭지기는 다른 왕초보들에게 토끼접근방지비법을 전수하기도 하고, 프로그래머는 같은 분야의 사람들과 깊이 있는 의견을 나누기도 하고, 신앙인은 신앙을 가져보고 싶은 분이 있으면 쉽게 설명도 해 주고, 어떤 분들은 일본이나 호주, 영국, 스웨덴 등의 가 볼만 한 곳 들을 소개하기도 하고, 대학에서 가르치는 교수님은 여기 모인 사람들 활용해서 동네노인들을 위한 교양강좌개설 같은 일을 주도하기도 하고, 컴퓨터를 들었다 놨다 뜯었다 붙였다 하는 사람은 문제 있는 다른 이들에게 자문을(아, 자기 CPU들 다 들고 오겠지), 어떤 분은 그림그리는 기초를 실습해 주기도 하고, 어떤 분은 모인 사람들의 노후를 위해 이런 저런 복지혜택/정책이 있다고 조언을 해 줄 수도 있고, 사진찍기를 좋아하는 분은 파워포인트를 만들어 와 띄우기도 하고, 아프고 힘든 상황에 처한 사람이 있다면 크게 도움은 되지 않겠지만 모두들 귀 기울여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같이 힘겨워 해 주기도 하고, 뭐 그나마 이런 저런 이야기 할 게 없는 나 같은 사람은 그냥 듣고만 있어 즐거운 그런 저녁을 보내는 상상을…근데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들 같아요...?  :-D 눈치 채셨겠지만 제 블로그를 follow해 주시는 분 들에 대해 제가 기억나는대로 대충 적어 본 겁니다. 혹 제가 여기서 빼먹은 사람은 제 기억력이 고거 밖에 안 되니 섭섭해 하지 마시고 댓글에다 자진해서 자기 specialty 등록하시고. ㅎ

가능한 일이 아닌 줄 알면서도… 으… 재밌다.

아, 뭣들 해요? 퍼떡들 오지 않고? 거 한 집에 한 그릇씩 잊지말고! 아, 그 집은 얌체처럼 맨날 콩나물 무침만 싸오지 말고 이번엔 제육볶음 같은 거 한 번 싸와 봐봐요! ^^

사랑방 쪽문을 통해 목을 빼고 기다리는 중...

21 comments:

  1. 와, 참 말로는 쉽고 실제로는 어려운 거지만,그래도 정말 좋은 생각인 듯 하네요^^ ㅋ저도 이런 거 꼭 해보고싶어요. 물론 한다고 해도 지금으로서는 제가 할 수 있는 영역은 거의 없을 것 같지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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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제꿈도 시골에 농장을 만들어서.. 주말마다 아는 분들을 초대해서... 삼겹살 파티를 하는겁니다.
    마누라가 괘롭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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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말씀대로 서로 부대끼고 어울려야 사는 재미도 있고 정도 쌓이고 할텐데.. 갈수록 그런 만남이 흔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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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iammanri님,
    후에 가정을 갖게 되시면 해 보시죠? 지금은 열공하셔야 하는 시기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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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실루엣님,
    아 그러니까 모두 한 가지씩 가지고 오라고 해야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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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tomyou74님,
    점점 이웃이 사라지고 있죠...그 수는 많아지는데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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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일이네요. 갑자기 동네 친구들이 보고 싶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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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아, 저도 동네친구들이 생각나네요. 30-40년이 지난 지금까지 동네를 지키고 있는 친구들이 있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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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참 좋은 생각이군요.
    그런데 그럴려면 정말 가까운 곳에서 살면 좋겠군요. 그런 날이 왔으면 하고 생각도 해봅니다.
    진정한 이웃, 그리고 허물없이 만날 수 있는 친구, 나이가 들어 가면서 느끼느것, 바로 그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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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빼꼼... 좀 늦었네요. 아직 파장 안했죠? ^^;

    저처럼 과묵한 (에헴...) 사람은 별 도움은 못 드리고 그냥 구석에서 조용히 준비해놓으신 음식만 야금야금... ^^ 그래도 환영해 주실 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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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thespiritofcorean님,
    정말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더 느끼는게 좋은 이웃, 좋은 친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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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겨울아이님,
    아 그럼요. 저희집 아이들이 작은 아이들 데리고 놀 준비도 다 갖추고 있는데...ㅎ

    실제로 손님들과 같이 온 어린 아이들은 저희 애들이 여러가지 공작, 그림그리기, 게임등을 준비해서 같이 놀아주곤 한답니다. 아 물론 재료 구입비는 제가 먼저주고 다 사서 준비하게 하지요. 계획은 자기네들 끼리 곧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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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아 잠깐 뒷간 갔다온 사이에 한 분 더 오셨네. ^^ 밤을 새며 즐겁게 놀텐데 좀 늦은게 무슨 상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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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에구구.. 사랑방에 좀 늦었습니다~
    Oldman님의 "동네 사랑방"의 문체는 왜 이리도 정감이 갑니까? ㅎㅎㅎ 정글정글 넘넘 좋아요~..ㅎㅎㅎ

    초대교회 모임이 꼭 요렇지 않았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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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앗...수정해 놓은 사이에 덧글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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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우리 완전히 실시간으로 오가네요? ㅋ ㅋ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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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사랑방이라는 단어. 오랜만에 들어보는 정감가는 말이네요^^ 누군가의 마음에라도 그런 사랑방이 있었으면.. 암튼 저도 놀러가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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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그렇지요? 점점 그런 걸 찾기가 힘들어지고 있지요. 아무렴 어때요, 제 사이버상의 사랑방은 이렇게 늘 열려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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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글을 많이 써 놓으셔서 지금 막 읽기 시작한 저는 무엇부터 보나 하다가 옆에 제목이 눈에 들어오거나 하는 것을 먼저 읽게 되는데 이글을 보니 oldman님은 굉장히 다정 다감한 성격이실 것 같으네요. 읽기만 해도 마음이 흐믓해 집니다. 그동네 사람만 되나요? ㅋㅋ
    멀리 있어도 이렇게 블로그를 통해 친구가 될수도 있겠지요?. ^^

    동부쪽이신 것 같은데 캘리포니아쪽에 아시는 분이 없으시다면, 훗날 혹시 가족이 이곳 날씨좋은 캘리에(저희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약 한시간 동남쪽으로 산호제 근처임) 오시게 되면 알려주세요. 저희는 동부쪽에 전혀 아는 분이 없어서 혹시라도 그곳에 갈 기회가 있다면 저희가 또 도움을 받구요. 저혼자 괜히 미리 좋아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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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 샛별 님,
    위에 댓글을 적어주신 분들이 이곳 동부에 계시는 분은 거의 없고 대부분 한국, 일본, 호주, 스웨덴, 싱가폴, LA인근, 아틀랜타, 테네시, 캐나다, 영국, 독일, 이렇게 멀리서 제 방을 찾아주신 분들 이시니 소외감 느끼지 마시길. ^^

    이것도 인연인데 앞으로 그런 기회가 생기겠죠? 블로그상에서 만난 분들은 처음부터 서로의 글이 좋아서 알게 된 것이기에 실제 생활에서 의도적인 접근에 의해 만난 사람들 보다는 훨씬 순수하고 안전한 만남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테니스 좋아하는 분들이 휴가내어 한국/일본에서 비행기를 타고라도 와서 같이 테니스치며 며칠 지내는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지금 부모님 상태가 안 좋으신 이유로 마냥 보류했더니 삐친 분도 계신 듯 해요. ㅎ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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