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8/2010

청년에서 사회인으로

얼마 전 뜻 밖의 반가운 전화가 한 통 왔다. 나 누구누군데 기억하냐고. 처음엔 생각이 나질 않더니 잘 생각해 보니 주정부에서 일 할 때 Information Systems전공 대학졸업반학생들 중에 System Administrator가 되는 것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매 년 몇 명씩 나에게 맡겨져 1년간 견습을 하고 졸업과 동시에 떠나가곤 했었는데 그 중 하나였던 친구였다. 졸업 후 Verizon이라는 전화회사에 취직을 했었고 바로 얼마 전 이 지역의 지역담당자로 발령이 나서 왔는데 나에게 점심을 꼭 한 번 사고 싶다고 했다. 참 세월이 무상하다. (근데 이 녀석 말만했지 그 다음에 어디서 만나자는 연락은 없다. 고얀 놈 ㅋ. 하지만 뭘 바란 것은 원래 아니였으니까. ^^;;)

견습당시엔 다 아들, 딸 같아서 노상 데리고 다니며 네트워크 관리, 시큐리티 등에서 부터 엔드유저들을 대하는 태도등에 까지 내가 알고있는 모든 사항들을 가르쳐주고 점심시간이면 데리고 나가서 밥도 사주곤 했다. 가끔 집에서 크리스마스 파티라도 할라치면 집이 멀리 있는 친구들은 방학동안 기숙사에 죽치고 있어야만 하기에 전부 불러 들여서 먹이면 뛸 듯이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그저 자신들의 집에서 연말을 보내는 것 같이 지내게 해 줄려고 했던 일인데 아내도 그런 아이들을 정성껏 챙겨주었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나 얼굴들이 가물 가물하게 잊혀질 때 쯤 되면 하나 둘 연락이 오곤 한다. 이번에 장가 가는데 꼭 참석해 달라거나 집을 샀는데 집들이에 와 달라는 등의 연락. 그 중 에도 그 옛날 자기들이 학생으로 있으면서 먹는 것도 시원치 않을 때, 먹어도 먹어도 배 고플 때 내가 밥 사줬던 기억이 아직도 나서 이번에 취직이 되고 돈벌이를 시작했으니 나 한테 꼭 밥 한 번 사주고 싶다고 하는 전화가 제일 많다. 한 녀석은 이 곳 리치몬드 시장의 컴퓨터를 한 번 봐주고 눈에 들어 시장보좌관직을 꿰차고 시장이 바뀐 지금도 영구직으로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밥 먹으면서 해서 한 바탕 같이 웃기도 했다.

학생들 마다 제각기 특성이 있어 뛰어나게 총명하다거나 아니면 미련, 혹 부지런하거나 아니면 빤질 빤질 게으른 녀석 등 제 각각 이었는데 사회인이 된 지금은 모두 자기 밥벌이를 나름대로 잘 들 하고 있으니 이런 걸 보고 세상이 공평하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불공평하다고 해야 하나…엄청난 차이가 있었는데 지금은 큰 차이없이 다 들 잘 살고 있으니 말이다. ㅎ ㅎ ㅎ. 그리고 나름대로 깨달은 진리 하나. 먹는 건 역시 나눠 먹어야 세상이 따뜻해 진다는...

4 comments:

  1. 장로님,
    안녕하세요. 님의 글을 통해서 보건대 많은 이들이 장로님을 그리워 할 수 밖에 없겠습니다.
    누가 그렇게 자상하게 해 주겠습니까?
    특히 미국 사람들은 잔정이 없잖아요.
    암튼 존경을 받으실 자격이 충분히 있으십니다.
    제가 지금 여기에 있음이 참 자랑스럽습니다.
    행복하신 휴일 가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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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장로님, 드디어 바꾸었어요. 감사해요.
    너무 좋아요. 마치 새집에 온것 같애요.
    진심으로 감사를 올립니다. 늘 승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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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군대로 치면 사수셨네요? 조수를 가르치는 사수.. 지식도 얉고 경험도 일천한 조수 시절엔 무엇보다도 사수의 따뜻한 관심이 큰 힘이되고 또 얼마나 고마운지요..
    세월이 지나도 잊지않고 연락을 하는걸 보니 님의 훌륭한 인품이 느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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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thespiritofcorean님,
    뭐 원래 그러려고 그런 건 아닙니다. 단지 학생들을좀 더 잘 부려먹으려면 대화를 통해 잘못된 것을 지적해 주고 그래야 하는데 그냥 맹맹하게 하는 것 보다는 당근이라도 입에 물려주는 것이 효과적이기에... ^^;; 알고나니까 그 의도가 좀 사악하지요? ㅠㅠ
    템플렛 바꾸시는 데 드디어 성공하셨군요. 축하합니다! 좋은 현충일 연휴 되시구요.

    tomyou74님,
    사수 맞습니다. ㅋ ㅋ ㅋ
    우리 예비군들에겐 딱 가슴에 와닿는 단어네요. 미국사람들은 식사한 후 절대 밥값을 서로 내어주겠다고 하지 않지만 저와 1년여 지나고 나면 자기들 끼리도 서로 번갈아 밥값을 내어 주고 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지더군요. 반 한국사람들 만들어 놓은거지요. ㅎ ㅎ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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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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