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2/2010

죽었던 그가 다시 살아온 듯

지난 30여 년간 모아 온 음반들을 뒤적이다가 먼지가 뽀얗게 앉아있는 김현식의 마지막이자 미완성인채로 발매되었던 6집 앨범을 발견했다. 무슨 보물을 발견한 듯 거의 20년 쌓인 먼지를 털고 조심스럽게 케이스를 여니 CD에는 먼지나 지문하나 없는 깨끗한 상태.

급하게 CD를 꾸겨넣고 그가 작곡한 하모니카연주곡인 “한국사람(아래에 있는)”을 들었는데 마치 그가 살아 돌아온 듯 코끝이 찡해진다. 귀를 통해 들어오는 애절한 소리가 내 몸에 있는 오감을 다 깨우는 기분.

그의 노래를 처음 대하게 되었을 때 생각이 난다. 뭐 성악가가 아니라 가요을 부르는 가수라도 늘 반듯하고 정확한 음정과 박자를 갖춰야, 그리고 눈높이 정도에서 앞머리를 통해 나오는 듯한 울림이 제대로 된 발성이라는 생각을 가졌던 나에게 그의 노래는 정말 충격이었다. 소리를 직 끌어 올리거나 끌어 내리는 건 물론 함부로 내지르는 듯한 창법은 나에게 무례하게 다가왔고 솔직한 처음의 느낌은“뭐 이딴 놈이 다 있어?” 였다.

근데 그 노래들이 더 듣고 싶어지면서 가슴에 와닿게 되기 시작하기 까지는 며칠 걸리지 않았다. 그는 가슴으로 노래하는 듯 했고 듣는 이 들은 가슴으로 들었다는 생각이다. 유작인 6집까지는 구했는데 사후에 후배들이 그가 병상에서 녹음한 미발표곡들 등을 모아 만들었다고 하는 두개의 앨범은 못들어 본게 아쉽고.

그는 왜 그리 서둘러 가야 했을까? 그의 걸쭉한 노래들을 들으며 그를 다시 생각해 본다.


8 comments:

  1. 가슴으로 듣는 노래가 요즘엔 찾기 어렵지요. 정교한 것도 좋지만 그저 내지르는, 토하는 듯한 감정을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게 참 좋았는데 말이죠...

    There are few heartbreaking songs nowadays. Tightly systematic ones are also good, but just bursting, screaming symphony is enough plausible to trembling one's he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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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SW Yoon (尹聖雄) 님,
    님께서 그런 성향의 가수들을 많이 아시는 듯 합니다. 요즘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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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김광석, 김현식... 이리도 뛰어난,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가수들은 왜 이렇게 먼저 가버리는 걸까요? ㅠㅠ

    대학 다닐 적에 '김광석 콘서트 한 번 가봐야지.. 근데 김광석이 콘서트 2000회까지 하겠다고 했으니 아직 기회는 많이 남았어' 하고 있다가 어느날 갑자기 가버리더군요. 천추의 한입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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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Black and Berry 님,
    그렇지 않아도 김광석의 곡을 올려놓은 SW Yoon(尹聖雄)님 블로그를 어제 다녀왔는데...

    너무 일찍 떠났기에 아쉬운 사람들입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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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그 음악들을 너무나 좋아하다 죽어버린 사람과 함께 떠나보냈습니다. 다시 꺼내가기 너무 힘들었는데... 이젠 즐길 수 있을까 의문이기도 하네요. 제 블로그에 '포크' 탭을 새로 만들어야 겠습니다.

    Too addicted with that, and dispelled with KKS's death. Hard to recover that feeling... still curious that I can enjoy again. I'll make a new tab 'Fork' in my 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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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SW Yoon (尹聖雄) 님,
    무지 좋아하셨던 모양입니다. 앞으로는 포크탭을 주로 찾아들어가야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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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저도 김현식 빅팬이었는데요. 그의 노래 을 대학교 신입생 환영회 때 불러서 선배들에게 큰 박수를 받았던 시절이 어제처럼 떠오르네요. 영상 잘 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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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꿈의 스웨덴 님,
    아, 직접 김현식의 노래를 부르신 팬이셨군요. 전 곡을 불러보는 노력도 해 보지 않았으니 한참 뒤쳐진 팬인 듯...^^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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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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