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9/2015

아직 살만한 세상

교회친교실에 스티로폴컵을 하나씩 꺼내 쓸 수 있는 디스펜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들어와 하나 주문을 했다.




왼쪽에 보이는 제품인데 컵들을 담은 원통들을 지지해 주고 있는 긴 파이프가 넙적한 바닥에 나 있는 구멍에 고정되게 된다. 헌데 나사로 되어있어 조이면 든든하게 고정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조금 움직이기만 하면 아래에 보이듯 그냥 쑥 빠져버려 난감했다. 아래의 넙적한 바닥이 너무 얇아서 든든하게 잡아주질 못하는 게 문제.

구입처에 문의해 이런 걸 어떻게 쓰냐고 하니 제조사를 통해 한 세트를 다시 보내드릴테니 그걸 사용하고 지금의 것은 반환하지 않아도 되겠노라고 했다. 며칠 후 새로 도착한 세트를 조립하는데 웬걸 파이프를 조이고 나서 든든한가 옆으로 한번 툭 쳐보니 다시 쑥 빠진다. 나름 성의를 다해 도우려고 한 구입처에 더이상 기대할 것이 없어보여 모두 반환하고 다른 회사에서 구입하려고 뒤져봤지만 이 모델을 파는 회사가 찾아지질 않았다. 이 큰 땅덩이에서 이런 간단한 물건을 파는 회사가 이렇게도 없나 의아해 하면서 다른 방법을 찾아보기로.

넙적한 바닥밑으로 파이프 끝의 나사부분이 조금 나와있으니 너트를 찾아 조여보면 되지 않을까 철물점으로 가서 너트를 찾아봤지만 이 파이프가 동남아에서 만든건지 metric으로 된거라 맞는 너트가 있지 않았다. 다섯개의 다른 철물점들을 다녀봤지만 헛수고. 맨 마지막 철물점에서 그럼 쇠를 깍아 너트를 만들 수 있는 철공소를 가 보라며 전화번호를 몇개 줬다. 다시 철공소 찾아 삼만리. 철공소도 다 허탕치고 맨 마지막 철공소를 갔더니 metric으로 된 너트를 깍을 장비가 없기는 하지만 땜질을 해서 든든하게 고정할 수는 있다고 해 맡기고 왔다.

그 다음 날 가져가도 된다는 전화가 와서 갔더니 아주 훌륭하게 땜질을 해 놓았다. 얼룩진 땜질자국이 약간 보이긴 하지만 아주 든든하게 붙어있어 맘에 들었다.

지갑을 꺼내들고 비용을 얼마나 드리면 되냐고 했더니(이런 땜질하는데 몇백불씩이나 하랴 하는 생각에 맡길때 비용을 물어보지도 않았고 그 사람들도 얼마 들거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었다) 뒷쪽에 있는 사무실에서 정장을 한 육십대초반으로 보이는 여자분이 또박또박 걸어나온다.

그러더니 하는 말. "어제 오셨을때 제 사무실에 들리는 말씀을 들어보니 교회비품인 것 같던데 이번 주일친교에 지장이 없게 해드리려고 서둘러서 일을 하게 했습니다. 교회일이라 비용은 받지 않겠습니다. 즐거운 성탄되세요!"

온통 세상이 교회, 기독교, 믿는 사람이라고 하면 우선 욕하고 비난부터하는 사람들로 가득 찼는데 이런 분, 이런 회사를 대하니 아직은 세상이 살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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