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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9/2011

곰팡이를 숨쉬다



얼마 전 부터 차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는 듯 했다. 땀냄새, 홀아비냄새, 식초냄새 등 온갖 냄새가 섞인 한마디로 딱 표현하기 곤란한 냄새...

구글로 차 메이커와 차종/연도를 넣고 찾아보니 Cabin Air Filter의 상태를 보라고 하면서 위치와 교체하는 법을 비디오로 자세하게 보여준다. 엔진오일 교체하러 정비소에 가면 엔진으로 흡입되는 공기를 걸러내는 에어필터를 갈아야 된다고 이야기하곤 하는데, 그 에어필터 말고 차 실내에 다른 에어필터가 있는 건 몰랐다. 히터나 에어컨을 돌릴 때 실내공기를 순환시키면 바로 이 필터를 통해 공기가 걸러져 나온단다.

비디오에 나온 대로 필터를 꺼냈는데 까무러치는 줄만 알았다. 이건 필터가 꽉 막히다 못해 새카맣게 곰팡이가 다 피었다. 군데군데 벌레도 몇 마리 보이고...세상에.

일단 온라인으로 온 식구가 타고 다니는 차종에 대한 캐빈에어필터를 일체 주문하고 나서 내차의 필터를 꺼내 버린 후 시운전을 해 본 결과 차에서 나던 냄새가 싹 ~ ~ 사라졌다능.

얼마나 오랜기간 곰팡이를 호흡하고 다녔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알기도 싫다. 혹 필터를 저렇게 썩게할 정도로 내 숨이 더러워서 그런 건 아닐까? 흑

9/15/2011

Again, Google(or rather search engines in general) power.

아버님 당신께서 이제는 자신이 없어지셔서 운전을 그만 두긴 하셨지만, 아버님도 차가 있으시다.

다만 좀 구형(1991년형 혼다 어코드)이어서 내가 배터리가 완전 방전이 되지 말라고 가끔 동네 한 바퀴 돌아 오는 것 외에는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중. 차가 그냥 집에 주차되어 거의 방치상태로 있었는데 얼마전 직장을 몇 번 타고 가다가 변속기에 이상이 있는 것을 발견.

자동변속이긴 하지만, 'Over Drive'라는 기능이 있어 차 뒤에 소형배나 소형트레일러를 달고 갈때 오르막길에서 Over Drive버튼을 눌러주기만 하면 변속기 레버를 낮은 기어로 바꾸지 않아도 기어를 하나 낮추어 주기에 힘있게 언덕길을 올라가게 하는 우리 같은 저소득층 사람들에겐 별로 필요치 않은 사양. ㅋ ㅋ

그런데 기어를 이 버튼을 사용해서 낮추지도 않았는데 그냥 계속 낮은 기어로만 가는거다. 아무리 기능을 해제하려고 해도 안되고 고속도로로 올라가면 낮은기어로 고속으로 달려야 하기에 엔진 회전수가 4,000-4,500 rpm으로 올라가면서 엔진이 곧 폭발할 듯 굉음을 냈다. 집에서 컴퓨터를 사용할 때 프로그램이 정지되면서 윈도우가 먹통이 되는  것처럼 완전히 저속에 'stuck' 되었다는 표현이 맞을 듯.

혼다정비소가 가서 물어보았더니 150불짜리 파트 하나만 갈면 문제없을 거라해서 갈았는데 웬걸 다시 같은 상태. 그러더니 뻔뻔스럽게 이번엔 변속기관련 컴퓨터(TCU: Transmission Control Unit)를 갈아야 하는데 1,500불 정도 든다며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현재 그 차 시세가 그 액수도 안될게 뻔하니 더이상 귀찮게 굴지말고 그냥 150불 내고 빨리 꺼지라는 소리다.

그래 잘났어, 정말. 꿀꿀한 마음으로 집에 와서 바로 Google을 때렸다. 키워드는 '1991 Honda Accord, TCU'. 검색결과 첫 페이지에 뜨는 링크에 이 차의 증상이 바로 이 컴퓨터의 레지스터와 커패시터가 파열되어 생기는 증상이라는 설명, TCU가 차의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어떻게 교체하는지, 파트는 어디에서 파는지...모든 필요한 정보가 나옴. 바로 하나를 $179에 주문해 오늘 도착함.

10분만에 잽싸게 교체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시운전을 해 본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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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오늘 1,300불 건졌어여!!!
(블로거 이웃들이 한 동네에 산다면 다 불러 모으고 국수라도 삶아 한 턱 내야 되는건데. ㅎ ㅎ ㅎ)

5/25/2010

Tea moments

사무실이 위치한 고등학교의 교장이나 교감들(이 학교엔 3명)이 상의할 게 있다고 사무실로 방문하면 미국사람끼리면 용건만 나누면 끝 일텐데 우리네 정서가 어디 그런가. 간단한 손님대접이라도 없으면 뭔가 좀 허전하다. 그래서 박하눈깔사탕을 그릇에 담아 놓고 들게 하거나 얘기가 좀 길어질 것 같으면 차를 끓여 대접하기도 한다.

몇 해 전 크리스마스에 조카 하나가 선물한 차가 있어 끓이는데 향기가 꽤 좋다. 차를 전문으로 파는 집에서 사 왔다는데 라일락, Camomile 등의 꽃 대여섯 가지와 오렌지와 유자를 말려 갈은 것을 넣어 만든 ‘퓨전 차’(사진 오른쪽-오른편) 란다. 지난 해 $4.99주고 산 싸구려 전기주전자에 정제된 물을 넣으면 1분도 되지 않아 물이 끓기 시작하는데 전원을 끄고 나서 조금 물을 식힌 후(참고-끓는 물에 바로 차를 넣으면 차가 쓴 맛이 나게 된다. 티백으로 된 차라도. 차를 넣고 끓이는 것은 더더구나 아니고.). 조카가 선물한 퓨전차 조금과 내가 늘상 즐기는 쟈스민잎(사진 오른쪽-왼편) 조금을 그물로 된 Tea ball에 넣어 우려 내 대접하면 너무나들 좋아한다. 늘 정신없이 돌아가는 학교의 한 외진 구석에 느긋하게 앉아 차 한잔 마시는 뜻 밖의 여유를 갖게 되는게 좋은 모양. 나도 그런 이유로 차를 하지만…혹 이사람 일은 안하고 맨날 이러고 앉아 있는 것 아닌가 할지 모르지만 다 합쳐서 3분도 걸리지 않는다는...

아쉬운 건 지난 번 아내가 잠깐 사무실로 방문 왔을 때 차 끓여 내 준다는 생각을 미처 못하고 그냥 이야기만 잠깐 나누다 보냈었는데... 집에서는 항상 나와 같이 주최측이다 보니 아마 손님(?)이라 생각이 안 들어서 차 생각을 못했었던 모양이다. 다음번엔 꼭 차 한잔 대접해야지. 귀해도 보통 귀한 손님이 아니쥐...ㅎ ㅎ

3/15/2010

미안해

아내가 전화를 했더랬다. 가다가 차가 이상해 지면서 정지되었는데 견인차를 불렀으니 딜러로 끌고가서 어떻게든 고쳐보겠다고. 잠시 후 다시 전화를 해 “트랜스미션이 완전히 망가져서 교체하는데 견적이 오천불이 나왔어. 참…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하는데 왜 이렇게 어려운 일만 생겨...?” 하는 아내의 목소리가 물기에 젖어있다. 막막해서 혼자 앉아 한참을 운 모양이다.

18만 마일을 탄 차이기에 고쳐도 앞으로 길어야 1-2년 밖에 탈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 지금 오천불(2년 탄다고 가정하면 200여불/매달)을 투자해 차를 고친 후 2년후 차를 완전히 버리는 것 보다는 페이먼트에 조금 더 보탠다고 생각하고 싼 새 차를 구입해 5-10년쓰기로 결정하고 알아보기 시작.
이곳 리치몬드 딜러 몇 군데를 다녀 봤지만 차 값을 흥정하겠다고만 하면 아래 위로 훓어 보면서 다른데 가서 알아보라고 한다. 그래서 2시간여 떨어진 워싱턴디씨의 딜러들에 전화를 걸어 무작정 한인세일즈맨이 있냐고 물어보기를 몇 군데. 드디어 한 사람이 등장(Kenny Kim, 571-216-0105, Koons Honda at Manassas VA. 혹 나중에 우리 교인중 필요한 분이 계실까봐 여기 기록으로 남긴다). 고장난 아내의 차와 지금의 내 차도 이렇게 구입했는데 엄청싸게 샀다. 그래도 같은 한인이라 세일즈맨의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한편으론 도우려고 애쓴다. 한 2천불 깍아 주는데 전화 2통이면 됐다.

어제 예배 후 올라가 차를 가져 오는데 아내가 운전을 해 보고는 씩 웃으며 “나, 이 차 정말 좋아!” 한다. 내 얼굴은 아내와 같이 웃기는 웃었는데 속으로는 눈물이 핑 돌면서 가슴이 저렸다. 이까짓 싸구려 차 한대 갖고 그렇게 다시 환해지는 아내의 얼굴을 차마 정면으로 마주 볼 수가 없었다.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