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예배 성경본문 교독시간에 성경을 펴고 나서야 돋보기를 안 가져왔다는 걸 알았다. 간유리를 통해 보듯 부옇게 퍼져 전혀 읽을 수 없는 글자들… 앞에서 나만 뚫어져라 보고계신 듯 한 목사님, 근처에 있는 교인들 눈치 챌까봐 난감한 기색을 감추고 페이지를 뒤적거리며 찾는 척, 읽는 척. ㅋ ㅋ 운전하다가 어디서 전화가 와도 돋보기를 걸치기 전엔 전화에 찍힌 번호나 이름을 읽을 수 없으니 그것 역시 답답하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늙는 증세가 가속화되는 것을 느끼게 되는 요즘. 이제 8월이면 official하게 오십이고 오십이면 하늘이 나에게 부여한 뜻을 이해한다는지천명(知天命) 인데 난 과연 하늘이 나에게 주신 사명/뜻 을 알고 있는가… 정말 그러고 싶다.
난 머리를 짧게 잘라 새치가 눈에 잘 안 띄지만 그 수가 적지 않고 아내도 역시 머리에 희끗 희끗함이 묻어 있다. 흰 머리에 관한 한 아내와 나의 의견에 차이가 있는데 난 그대로 가자는 쪽이고 아내는 염색을 해서 감춰야 한다는 쪽이다. 솔직히 아내의 늘어난 흰 머리가 내겐 아름답고 멋지다. 아내가 지난 번 둘째가 해줘서 처음 염색을 했을 때 말은 안 했지만 조금 화가 나기도 했을 정도니까. 하지만 내가 아내를 이해해야 하는 것이 우리 모두가 배우자나 다른 사람들 에게 아름답게 보이고자 하는 것이 본능이지 않은가. 그 사람의 아름다움은 흰 머리를 감추는 것이고 난 그냥 놔두는 것인 걸 어찌하랴.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머리가 백발인 노부부가 손을 잡고 지긋한 웃음을 머금은 채 오손 도손 이야기를 나누며 산책하는 모습이 나에겐 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고 멋진 광경이다. 그리고 그 노부부가 함께 헤쳐 온 그 세월의 무게 만큼이나 깊은 주름살들이 이마에 새겨져 있다면… 그건 더 화려하다. 그래서 나에겐 몸 여기 저기가 삐걱거리거나 눈이 잘 안보이는 등의 불편함은 있겠지만 늙는다는 것이 두렵거나 싫지 않고 오히려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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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에 쓴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