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5/2012

Dad's outing

아침에 눈발이 30분 정도 휘날리니 우리가 속한 카운티는 이메일과 온라인 게시판을 이용해 오늘 휴교니 학교에 오지 말라고 한다.

원통(?)하게도 이미 직장에서 일을 시작했던 나는 시작종이 울리고 아이들로 웅성거려야 할 시간이 되었는데도 어쩐지 학교가 조용하다 싶더라는...흑 왜 난 맨날 이렇게 뒷북만 치는거야...?

작년 어느 공휴일에는 혼자 하루종일 일하고(중간에 점심시간이라고 도시락도 까서 먹고, 알뜰하게 식후 30분 휴식도 취하고, 퇴근 10분 전쯤 부터는 할 일도 없고 해서 3:30이 되기까지 앉아 차분히 기다리고) 퇴근하고서야 그 날이 휴일이었던 걸 알고서 "아, 그래서 아무도 눈에 띄지 않았던 거구나!"라며 아둔함을 독야청청 뽐냈더라는...

나간 김에 밀렸던 일 들을 좀 해놓고 오전 10시 쯤 귀가. 운전해 오면서 오늘은 아버지를 모시고 바람을 좀 쐬어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전 아내에게 갑갑하다고 하셨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하니.

와서 "저하고 밖에 좀 쏘다니실래요?" 했더니 얼굴에 희색이 도시면서 단숨에 "그럴까?" 하시면서 점퍼를 바로 걸쳐 입으시는데 내 얼굴이 부끄러움에 후끈 달아올랐다. 밖에 잠깐 나가는 것 갖고 저렇게 좋아하시는데...

휠체어에 앉혀 드린 상태에서 널찍한 통로로 다니면서 사람구경, 물건구경을 하기엔 역시 Costco가 딱 이라 바로 며칠 전 갔었지만 몇가지 추가로 살 것도 있고 해서 그 곳으로 모시고 갔다. 아버지께서 좋아하시는 간식거리 몇가지 산 후 일없이 이리저리 밀고 다니면서 시간을 보냈다.

오는 길에 아이스크림가게에 들려 한그릇 사드렸더니 너무 맛있게 드신다. 다 드시더니,

"얘, 이렇게 해서 얼마나 받는거니?"
"무게로 달아서 파는데 아버지 방금 드신게 3불 정도 해요."
"맛은 있는데 너무 비싸구나."
"아버지, 그거 안 비싼 거예요. 제가 앞으로 자주 모시고 나와 사드릴께요."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온통 죄송하고 죄스러운 마음...자주 그렇게 좀 해드려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29 comments:

  1. 다리가 불편하신 모양이네요. 같이 계시니 행복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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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예, 걷는 게 좀 힘드셔서 밖에 모시고 나가면 휠체어를 이용해야 한답니다. 많이 좋아하셨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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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grandpa looks goo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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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I am telling you!
      He has gotten much better after sotpped taking Zanax and started everyday exercises. When are you planning to come down 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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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참 수고 하셨어요.
    아버님의 행복하신 느낌이 제게도 전해집니다.
    오늘은 아버님께 사랑한다고 한 번 해 보세요.
    겉으로 보다 속으로 무지 좋아하실듯~

    눈이 오셨다니 좋으셨겠어요.

    뒷북 덕택에 좋은 글 쓰셨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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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리 하겠습니다. 그리고 말도 좋지만 행동으로 옮겨보겠습니다. 이렇게 공언을 해 놔야 제가 나중에 딴소리 못하겠지요? ^^

      그 눈 바로 녹아서 오후엔 완전히 마른 땅으로...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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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수고하셨습니다... 저도 어머님 생각이 많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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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감사합니다. 당연히 해야 되는 일인데 이렇게 글로 까지 옮겨 생색내고 있는 제가 좀 한심하기도 하지요. ^^ 어머님께서 고국에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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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보기 드문 대가족 이시군요...

    장남으로써 책임감이 크실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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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자녀가 하나 아니면 둘 있는 젊은 내외보다는 식구가 좀 더 되지요. 책임감만 있지 책임은 다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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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가끔 어머니를 모시고 외식이라도 할라치면 항상 음식이 너무 비싸다면서 사양하시는 어머니 때문에 속상할 때가 많습니다. 어디 가려면 기름값든다고 사양 하시고 음식이나 옷은 비싸다고 사양하시고... 물론 물질적인 것만이 모두는 아니지만 그것들도 마음을 표현하는 수단 중 하나일진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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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님 블로그에 가서 어머님 모시고 나갔던 이야기 보고 왔습니다. 항상 애쓰시는 모습에 제가 배우고 있지요.

      어버이 마음은 다 같으신 것 같아요. 아들 주머니가 조금이라도 축나는 걸 원하지 않으시는 어머님의 아들사랑이 보이는 듯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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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ybKnightMar님께서 실수로 남기신 글 같은데 제가 삭제해 드릴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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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안녕하세요.박 보순입니다.
    그런데 누구신지 잘모르겠네요.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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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참 그리고 저도 요즘 아버지가 아프셔서 걱정인데... 행동이 중요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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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를 잘 아셔야 방문할 수 있는 건 아니지요? ^^

      아버님께 잘 해 드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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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뭐 그렇기는 하지만 ...
      아직도 잘하고 계신가요? 라고 글을 남기셔서...
      지금은 회사를 옮겨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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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몇년 전 올리셨던 글에 여러가지 결심을 하셨길래 몇년 지난 지금도 결심하셨던 대로 잘하고 계시냐고 물었지요. ^^

      회사를 옮기면서 적응하는 일도 만만치 않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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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아 결심했던 일 중에서 이제야 2개정도 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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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결심했던 걸 차곡 차곡 해내시는 분을 뵈면 존경심이 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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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선생님,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일전에 안부메일을 한번 드리기는 했는데 잘받으셨는지 모르겠네요.

    선생님과 가족분들은 다들 평안하신지요?
    전 항상하는 변명이지만 늘 바쁜 생활로 하루하루 정신없이 보내고 있네요. =)
    오랜만에 제블로그에 몇자 적으러 왔다가 선생님께 안부 인사 드립니다. ^^

    서울은 봄기운이 만연하더니 다시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네요.
    건강 유념하시고, 선생님 가정에 항상 행복한 일만 있길 기도드립니다.
    자주 인사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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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반갑습니다. 메일 주신 것 잘 읽었고 답신을 바로 드렸는데 제대로 도착하지 않은 모양이군요. 죄송합니다.

      가족들 모두 다 잘 있고요 GON님도 일생에 있어 몇가지 중요한 결정을 하신걸로 알고 있는데 잘 되어가리라 믿습니다. 신앙생활도 열심히 하시리라 생각하고요. ^^

      제가 있는 곳은 새벽엔 춥고 낮에는 냥 온도가 치솟고 있는 중 이라 반팔소매 위에 점퍼를 걸치고 나가서는 낮에는 반팔로 지내지요. 그럼 소식 또 나누도록 하지요. 건강하고 평안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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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오늘밤은 조용히 주무시는 저의 96세 외할머니께서는 내일 주일이 일주일 한번 외출하는 날입니다. 저와 제 아들이 걱정이 되어서 딸들하고 안계시고 이곳으로 같이 와서 사시는데...매번 바쁘다는 핑계로 지나치는,제가 참 못났습니다.
    무척 귀한 시간 보내셨군요. 저도 귀한 시간 다음 주에는 만들어야 겠습니다.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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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힘든 사역중에도 할머님 생신도 챙겨드리고 이곳 저곳 모시고 다시는 모습 블로그에서 뵙고 왔습니다. 덕분에 할머님께서 잘 계시는 듯 해 보기 좋았습니다.

      마음에 두고 찾아 다니시는 노숙자들 위해 저도 기도하겠습니다. 예, 저도 아버님과의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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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ㅎㅎ 기분 좋은 글입니다.
    어릴땐 아이에게 아버지가 후에는 아버지에게 아들이 가장 좋은 친구인것 같습니다.

    예전 명절 고향에 들려 아버지께
    " 탁구하러 가실래요."
    라고 말씀드렸더니
    "뭐 별로."
    라고 하시면서 순식같에 준비를 다 끝내셨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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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ㅋ 맞습니다. 저 어릴 때 아버님께서 참 많이 놀아주셨던 기억이 나는군요.

      "뭐 별로", "그냥 그래" 가 저희 아버님 주로 쓰시는 표현인데...저희 어머님 결혼생활 60년이 넘도록 온갖 정성을 들여 뭔 음식을 올려드리면 늘 아버님으로 부터 들으시던 멘트가 바로 이런 말 이었으니 얼마나 속통이 터지셨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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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이 글을 읽으니 한국에 계신 부모님 생각에 왠지 맘이 살짝쿵 짠~ 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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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누구나 부모님 생각을 하게 되면 짠~해 지는 게 정상이겠지요? ^^ 근데 나중에 자녀를 가지게 되시면 짠~ 표현 갖고는 안되게 된답니다.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걸 기대하시라- 안부 자주 여쭈세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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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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