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9/2012

Regrets

어머니가 돌아 가시기 며칠 전 호스피스전문의와 간호원이 우리 가족에게 이야기 해 준 것이 있다.

눈은 가끔 뜨고 계시지만 의식이 있어서 그러시는 건 아니고, 앞으로 장기가 하나 둘 정지하기 시작하면서 급격히 생명의 불꽃이 사그러 들 거라는...그렇지만 듣는 기능만은 마지막 순간까지 있으실 거니 가족들끼리 이야기를 하더라도 말을 조심해야 하며 어머니에게 정상인 분 처럼 이야기를 계속 해 드리라고 했다.

그래 가족이나 교인들이 방문이라도 하면 누가 왔다고 어머니 귀에 대고 설명을 해 드리곤 했고, 어머니 병세나 상태에 관해서 다른 사람과 이야길 할 땐 복도에 나와 이야기를 하곤 했었다.

어머니 호흡이 가빠지시면서 몹시 불규칙해 졌던 마지막 몇 분...가족들이 돌아가면서 어머니 할머니를 안아드리고 마지막 인사를 나누라고 내가 지시했고 아이들까지 모두들 작별인사를 끝낸 후 마지막으로 어머니를 안아드리고 귀에 대고 속삭였다. "엄마...이제 저희들 걱정 마시고 편히 가세요. 주님께 먼저 가 계시면 저희들도 곧 갈께요. 사랑해요!"라고. 내가 말을 마치자 마자 어머니가 크게 숨을 한 번 내쉬시고는 온 힘을 모아 마지막 한 마디를 하셨다. "xx아!" 그리곤 바로 호흡을 멈추셨다.

오랜시간 의식이 없으셨기에 무슨 말씀을 하실 거라고는 모두 기대를 안 하기도 했고, 듣는 것에 집중을 안하고 있던 터라 그게 무슨 말씀이셨는지 순간 확실치 않았다. 하지만 그게 내 이름을 부르신 거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누님들이 "얘, 네 이름을 부르신 것 같다"라고 해 줬다.

내 이름을 부르신 건 정말 소리를 인지하고 계셨다는 건가...

근데...이런 기억을 떠올리며 가슴이 무너져 내린 건...호스피스 전문의와 간호원이 들으실 수 있다는 이야기를 우리에게 해 주기 전에 그걸 모르고 이미 실수를 했다는 것. 누가 방문을 해서 상태를 물어보면 이제 우리와 함께 며칠 더 못 계실 거라는 이야기를 해 주곤 했는데 어머니가 당연히 못 들으실 거라는 생각에 어머니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했던 기억이 나는 거였다.

얼마나 섭섭하셨을까? 멀쩡한 나를 앞에 두고 왜 저런 소리들을 할까 하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억장이 무너진다.

24 comments:

  1. 맘이 아릿하네요.. 모신채로 곁에서 보낼 수 있다는 것이 이미 큰 효가 아닌지. 몰라서 못한 것에 자책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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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모든 자녀손이 그 자리에 빠짐없이 있었다는 것 자체가 저희가 누릴 수 있는 큰 복 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참 마음이 아픕니다. 배려의 말씀 고마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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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사람이 마지막까지 듣는다는 것, 몰랐습니다. 명심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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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구급요원들은 많이 경험한답니다. 심장이 멎은 환자를 살려내려고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다른 요원과 한 대화를 나중에 깨어난 환자가 그 내용을 다 인지하고 기억한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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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나는군요. 마지막으로 가실때 사랑한다는 말을 못했습니다. 당신이 남긴 카메라를 만지며 눈물 흘릴땐 이미 늦은 후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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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러셨군요...그래도 남기신 카메라가 아들의 손에 의해 손주들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는 걸 보시고 기뻐하실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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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가슴이 저려오네요.
    저도 아직 생존해 계신 부모님께 잘해 드려야 하는데...
    다시금 반성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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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잘 하실 거예요. 이렇게 주위에 후회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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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내 어머니 돌아가신지 30년이 되었는데 지금도 생각이 납니다. 좋은 일이나 궂은 일 있을 때면 더 그렇습니다. 이 글을 읽으니 나도 또 어머니 생각이 나는군요. 내가 죽을 때까지도 부모님께는 모든 것이 다 Regret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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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또 기억나게 해 드려 죄송합니다. 부모님은혜는 평생 빚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말씀하신대로 평생 후회일 거구요. 내 자식들에게 부모님께서 제게 해 주신 것 처럼 아무리 애를 써서 잘 하려고 해도 부모님들이 하셨던 희생을 따라 갈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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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며칠 전 이사하고 할머니가 조금씩 어려워지시는 것을 느끼고 있었는데..
    글을 읽고...
    후회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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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할머님과 같이 계시는군요. 잘 해 드리실 줄 믿습니다. 오지에서 고생이 많으신 것 압니다. 기도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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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아마 들으셨을 것이고 그 누구보다도 당신께서 본인의 상태를 더 잘 아셨을 것이니 이해해 주셨을 거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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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도 그렇게 믿습니다. 그리고 저희 엄니 그리 쫀쫀한 분 아니셨거든요.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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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모친께서 정말 행복한 임종을 하신 것 같아 마음 따뜻해 집니다. 좋은 것만 기억 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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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남은 식구들도 슬프지만 마음은 따뜻했지요. 따지고 보면 바로 안좋으신 아버님 건강에 집중하느라 더 슬퍼하고 그럴 여유도 없었구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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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같은 경험.. 그래서 읽으면서 또다시 회한의 눈물이.. 의식불명인 줄 알았던 엄마가, 임종예배 드리러 오신 목사님이 엄마 귀에 대고 큰소리로, "권사님, 저 000목사 왔어요.." 하시자, 고개를 끄덕이시던.....! 그 전까지... 엄마 앞에서, 힘들다며 불평하고.. 멍하게 있었던... 제 모습이 또 가슴을 찢습니다. 가시고 나자, 예행연습이 있었다면...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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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다시 기억나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정말 거의 같은 경험을 하셨네요. 후회도 저와 비슷하고. 뭐, 저희들 보다 잘 들 계실거니 우리 자식들을 도리어 불쌍히 여기고 계신 건 아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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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부모님께서 아직 생존해 계셔도 곧 누구에게나 찾아올 미래이기도 하고..
    남 일 같지 않아서 눈물이 많이 납니다.
    아무리 잘하려 노력해도 남는 건 후회 뿐이겠지요.
    더 잘하지 못한 것이 죄송할 뿐이겠지요.
    행복하게 건강하게 잘 지내는 모습 보여드리는 것이 제가, oldman님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효도일겁니다 :_)
    마음 많이 아프실텐데 평안을. 평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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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말씀해 주신대로 그리 살겠습니다. 온 가족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아 계실 제 잘 해드리는 것 틀림없는 진리 맞습니다. 우리 같이 잘 모셔요!(전 아직 아버님이 계시니)

      평안을 빌어 주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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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하.
    살아간다는건 익숙해 진다는 것일까요. 마음에서 느껴지는 명암의 차이가 자신의 인식 뿐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며 살아가야 하는 걸까요. 제 아이디 Oblivion 은 삶에서 불가피하게 또는 자연스레 얻게되는 망각의 대한 회의적인 질문 안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전 기도 할때 그런 질문을 많이 합니다.

    Oldman 님께 비할수 있을정도는 아니지만.
    제가 고등학교 다닐적에 외할아버지께서 폐암으로 고생하시다 같은 과정을 겪게 되셨었습니다.
    정말 쾌남이라 하실정도로 활동적이시고 그러시던 할아버지께서 들을 수만 있는 상황이 되셨을때.

    제가 고작 할수 있는게 하루 지내왔던 이야기를 해드리는것 평소처럼 대해드리는것. 그정도 뿐임을 알았을때 전 주변 모든 것이 싫어질 정도로 모든게 무의미하게 느껴지던 때가 있었습니다.

    ㅎㅎ 기억하실지 모르시겠지만
    요전에 적으신 '횡재' 라는 글에 제가 답했던 글의 답은 사실 이때 얻어졌던 것이지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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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렇게 사랑하던 분에 대한 기억이 벌써 희미해 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면 죄송스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지요. 한편 우리들이 떠나고 난 후에도 역시 사랑하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결국 잊혀지고 말거란 아쉬움도 들고...

      할아버님을 정말 좋아하셨군요. 지금 뵈니 할아버님께 이야기들을 해드리셨던 것이 "그 정도 뿐"이 아니라 최선의 대화이자 대접이셨네요. 그렇게 들으실 수 있으셨다는 걸 이제 안 이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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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마지막 순간 사랑하는 아들의 이름을 부를 기력조차 없으실까봐 아껴두신건 아니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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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러셨을지요 모르겠군요...

      전 일평생 속만 썩혀 드리고 잘 못해 드린 것 밖에 없는데 그저 죄송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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