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2012

Boxing training 3

오늘은 결국 진통제를 세 알 먹고서야 권투연습을 다녀왔다.

손가락 끝하고 얼굴을 제외한 모든 부위에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는게 지금 내 몸뚱아리에 딱 맞는 표현일 듯. 코치가 뭉기적대는 내 동작을 쓱 한 번 보더니 어떻게 알아챘는지 묻는다.

"왜, 생전 안쓰던 근육들을 갑자기 사용하니 많이 욱씬거려?"
"쫌 그런데?"
"그럼 오늘 집에 가서 뜨거운 물을 욕조에 받아 Epsom salt를 풀고는 거기에 한참 몸을 담가봐."

끙끙소리를 내면서 욕조로 들어갔는데 나올때는 정말 거짓말처럼 통증이 사라졌다. 왜 이런걸 몰랐을까? 참.

아들이 얼떨결에 처음 스파링을 한 역사적인 날 이기도 한데, 코치가 복싱글러브를 끼우고 헤드기어를 씌우더니 덥썩 링 안으로 넣어버렸다. ㅎ ㅎ 그러더니 프로 데뷔도 하고 수입도 제법 있는 게중 제일 잘 하는 친구를 투입해 스파링을 하게 함.



그 친구는 아들녀석이 펀치날리는 연습을 하도록 웬만하면 맞고 있다가 아들녀석의 옆구리가 열려 헛점이 노출되기만 하면 바로 전광석화같은 주먹을 날려 찌르는데 얼마나 노련한지 충격을 주지 않고 살짝 건드리기만 한다.

비디오를 보면 아들녀석은 지금껏 배운게 그것 밖에 없으니 잽과 원투만 연신 날리고 있고. ㅋ ㅋ ㅋ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녀석이 한마디 한다.

"아빠, 아빠가 운동 열심히 하는 건 좋은데 그 운동한 것을 유효하게 하기 위해서 이제부턴 음식조절을 해야 해."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응, 탄수화물이 많은 밥, 라면, 흰빵 같은 건 이제 줄이고 좀 더 건강한 식품을 섭취하도록 애써야 해. 뭘 사거나 먹더라도 꼭 칼로리를 확인하는 습관도 들여야 하고."
"..............................응."

점잖게 타이르는 14살 짜리 아들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나 자신을 발견한 저녁...흑 흑

11 comments:

  1. ㅎ ㅎ ㅎ ㅎ

    Oldman 님.
    왕년의 관록이나 갖고 있던 권위는 버리고...
    아들 말 잘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기고, 만사형통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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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ㅎ ㅎ 말씀대로 납작 엎드려 떡이 생기나 보겠습니다. 옳은 말을 하는데 당연히 듣고 시키는대로 해야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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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윗글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하하하 ^^ 저희 아버지도 아들 말 잘 들으십니다 ^^ 그만큼 신뢰하신다는 거겠죠? 점점 나아지시겠죠!? 몸도 실력도? 화이팅이예요!! 식단조절 필수! 맞는 말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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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앞으로 이웃 블로거들께서 남기시는 말 중에 기억할 만한 어구를 모아 '어록'을 만들어야 겠네요. 당연히 '자다가도 떡이 생기고, 만사형통'이 1번 입니다. ㅋ ㅋ 아버님이 계셔서 식단조절이 좀 힘든데(아들이 먹자고 하는 건 아버님께서 잘 못드셔서...) 그래도 노력해야 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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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한참 자라던 시절에 배우던 권투라 칼로리 소모가 흡수보다 많아서 가리지 않고 먹었던 시절을 기억합니다. 저는 3개월이 지나서야 처음 스파링을 했었는데... 즐거운 마음으로 운동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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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니, 권투도... 테니스도 수준급이시라 알고 있는데 운동을 두루 좋아하시는군요. 정말 즐거운 맘으로 내일이 기다려 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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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맛만 봤을 뿐 어느 운동도 수준급은 아닙니다. 그저 관심이 많을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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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대단하십니다... 좋은 팁도 얻어가구요... 잘 읽었습니다..아드님과 함께 운동 열심히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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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엡섬솔트 용기에 써 있는 용도를 보니 물에 타 마시면 변비약효능도 뛰어나다고 하는군요. 그런데 맛은 소금맛이 전혀 나지 않구요. 옙, 열심히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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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자식은 우리에게 작은 거인이죠.
    그런데 나이 들수록 우리의 어르신처럼 굴던데요.
    아드님에게 점점 많이 배우시게 될 겁니다.
    운동 역시 그럴 거구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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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렇지 않아도 요즘 엄마아빠를 타이르려고 하는 징후를 점점 진하게 느끼고 있는 중 입니다. 근데 옳은 말 할 때는 그냥 당해야 할 듯 합니다. ㅎ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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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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