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2012

Boxing training 2

아들녀석의 작심이 용케 삼일을 넘기고 3주째로 접어들고 있다.

주 4일(월-목), 훈련장의 거리가 멀어 하이웨이로만 45분 운전을 해 3개의 톨게이트를 지나야 하는데도 아들이나 나나 90분의 승차시간에 대해 눈꼽만큼의 불만도 없다. 나는 나대로 아들녀석이 이제서야 사람되는 훈련을 좀 받는구나 하는 안도감에, 녀석은 그토록 원하던 제대로 된 권투훈련을 받는다는 기쁨에...(짜식, 아빠는 족보도 없는 엉터리라는 걸 나름 눈치챘던 모양)

어제 두 시간을 의자에 앉아 학생들이 연습하는 걸 지켜보다가 얼핏 든 생각. "아니, 난 왜 여기에 이렇게 멀거니 앉아 2시간을 허비하고 있는거지?" 였다. 코치에게 물었다. "저, 내일부터 반팔 반바지 차림으로 와서 아이들과 같이 운동 좀 하면 안될까요?"

그래 오늘부터 아이들과 같이 굴렀다. 내가 껴서 그랬는지 오늘은 많이 봐주면서 살살 시키는 바람에 그런대로 견딜 만 했지만 내일 부터가 진짜 걱정. 귀가해 샤워를 마치고 나온 지금 복근이 서서히 뻐근해져 오면서 팔 다리에 힘이 없다.

아들녀석은 약간 못마땅한 표정. 쪽팔리게 늙은이가 다른 아이들 앞에서 주책 부린다는 생각이 드는지... 하지만 녀석아 석달만 기다려라. 이 아빠가 너희 십대, 이십대들 보다 더 날렵하고 강한 훈련생으로 거듭 나 주마.

22 comments:

  1. 멋지십니다. 몇개월 후 후속 포스팅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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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맙습니다. 저도 이를 악물고 작심삼일로 끝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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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저도 복싱하고 싶은데 맨날 시간없다는 핑계로 이리미루고 저리미루는데 대단하십니다.
    너무 무리하지는 마세요.. 저도 다이어트 한답시고 이틀 저녁 안먹으니 살이 좀 빠지는 느낌입니다. ㅎㅎ
    운동을 해야 하는데..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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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ovemate 님,
      ㅎ ㅎ 저 역시 미루고 미루다가 못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운동하는 곳에 와 앉아 있으면서 시간을 허비하려니 아까운 생각에 등 떠밀려... 나이키신발 회사의 광고에 나왔던 어귀가 생각나는군요. "Just Do I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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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가정을 차분히 잘 이끄시는게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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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ㅎ ㅎ 잘 이끈다기 보다는 질 끌려가고 있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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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시작하신 것만으로도 이미 마음속의 열정을 느낄 수가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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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어제 저녁에도 굴렀는데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안 아픈데가 없네요. 몸이 열정을 못따라 가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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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미국에 사시는 한국사람들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을 이번에도 또 한번 느낍니다.
    한국에서 사는 한국 사람들보다 더 한국사람 같다는 것입니다. 가족 사랑, 어른 공경, 희생 정신 등등...
    항상 건강하시고 새 사업 질 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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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런가요? ^^ 하긴 한국에 있을 때 별로 중요하다고 느끼지 않았던 것 들에 대한 마음가짐이 많이 바뀌긴 했지요. 감사합니다. 어르신께서도 건강하고 평안한 생활을 누리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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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아 부럽습니다... 아드님 과 함께 운동도 하시고... 제 아들은 6살인데 태권도를 한번 시키려다가 질색을 하는 바람에 포기 했습니다. 이 아이는 폭력을 너무 싫어해서 이런 운동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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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이들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 들이 금방 바뀌더군요. 아드님도 상황이 조금 달라지면 또 마음도 더불어 조금씩 바뀌지 않을까요? 저희 아이는 동양아이라고 누가 우습게 보지 않게 자신을 강하게 하려는 의지가 좀 작용한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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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아드님과 같이 즐길수 있는게 있다는게 너무 부럽네요.한참 친구들 좋아하고 밖으로 돌 나이인것 같은데...왕복하시는 그 시간들이 나중에 좋은 추억이 될것 같아요.좋은 시간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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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글쎄 얘는 친구는 학교에서만 알고 지내는 걸로 알고 집이나 동네에선 거의 왕래를 안하네요. 말씀하신대로 오가는 길에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는 것이 참 좋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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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정말이지 너무 멋진 아버지네요.^^ 사랑, 열정... 아드님과 함께 하는 모습을 보니 문득 저도 아들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드네요. 전에는 한 번도 그런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말이죠. 딸이 지금 배우는 발레를 같이 할 수는 없고요.:( 좀더 크면 함께 할 수 있는 걸 찾아봐야겠습니다. 검도나 수영 뭐 그런거요.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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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실 딸들과는 많은 시간을 못보내서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 말씀하신대로 딸도 같이 할 수 있는 것이 얼마든지 있을텐데요... 님도 좋은 하루 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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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못마땅한 듯한 아드님 표정은 약간의 아빠에 대한 걱정을 감추는?

    90분동안의 동행이 알뜰하고 소중하신 시간 같아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고개를 끄덕여 긍정하게 만드심~
    좋은 일 많이 하셔야겠어요.
    왜냐면 행복을 나눠 주시라는 권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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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ㅋ ㅋ 어디 근육파열이 생기거나 뼈에 금이라도 가면 어쩌나 하는 걱정어린 표정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예, 좋은 일 많이 하겠습니다. 행복을 제가 나눠 줄 수 있는지는 좀 의문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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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운동을 다시 시작하셨군요.
    복싱은 쉽지 않은 운동인데요.
    열심히 하셔서 몸짱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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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전 학생들 훈련할때 옆에서 같이 땀흘리는 정도로만 하고 있지요. 우리 옛날에 '꼽사리'라고 했던가요? ^^
      몸짱의 욕심은 있지만 일단 배만 좀 들어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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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대단하십니다. '역시!'란 말이 절로 나오는군요.

    전 블로그를 다시 시작할까 마음 먹었다가, 주위 사람들이 워낙에 많이 페이스북에 있어서, 그 쪽에서 활동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블로그와 페북의 원래 목적이 같은 건 아니지만, 전 대강 비슷한 목적으로 블로그를 시작했었기에... 그래도 Oldman님 블로그에 업데이트가 있는지는 종종 확인하고 들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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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요즘 페북이 대세이긴 대세군요. ^^ 전 페북이 워낙 개인을 드러 내놓는 시스템이라고 생각되는지 손이 잘 가질 않습니다. 그래도 놀러 오신다니 다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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