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2012

잘못하는 교사, 신나는 아이들

나 어릴 때 교회 다닌 기억을 더듬다 보면 다른 건 생각나지 않고 확실하게 생각나는 몇 가지. 신나게 놀던 기억과 끝없이 먹던 기억이다.

주일예배가 끝나고 어른 들은 회의니 뭐니 하면서 시간을 보낼 때 어른들에 딸려온 우리 아이들은 교회 안팎으로 쏘다니며 놀다가 아무때고 교회 뒤에 딸려있는 허름한 목사님사택으로 달려가면 사모님과 할머니 권사님들이 "너희들 배 고프지?"하시면서 라면, 밥, 찐 고구마, 개떡 같은 것을 만들어 내어 주시곤 했다. 사실 주일학교 성경공부시간 중에도 다른 녀석들과 눈만 마주치면 미친놈들 마냥 킥킥대느라 바빴지 교사샘이 뭘 가르치시는지는 안중에도 없었고...

그래서 주일학교에서 국민학교 고학년 아이들을 가르치는 난 오래 전 방향을 그렇게 잡았다.  내 반에선 먹이고 놀리기로.

다행히 아동예배시간에 전도사님께서 설교해 주시는 내용을 분반공부시간에 복습하는 걸 내용으로 하는 교재를 요즘 채택해 쓰기에 너무 잘됐다. 반으로 들어오면 약 3분만에 성경공부를 "효율적으로" 마치고 아침에 준비해온 간식과 음료를 바로 먹이고 게임으로 들어간다. ㅎ

이런저런 게임을 만들어 하곤 했는데 지난 연말에 구입해 사용하기 시작한 Gestures라는 게임이 요즘 우리 반에서 대박이다. 단어가 적힌 카드 네개를 위에 꼽아 넣고 한 팀에서 한 명씩 나와 동작을 취해 자신의 팀이 단어를 알아 맞추게 하는 게임. 근데 찰칵거리는 소리가 나는 타이머가 달려 있고, 시간이 조금씩 지나면서 카드가 밑으로 하나씩 떨어지는 바람에 쫒기는 긴장도가 매우 높다.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오늘 담아 봤는데 참...밝고 이쁘다.

혹시 교회 목사님이나 당회원들이 이 포스팅을 보시기라도 하면 이 교사 문제있다(성경공부 부실히 한다고) 하실 지 모르겠는데...아이들 모습이 너무 이뻐서 질러 버렸다. ㅋ ㅋ 

저, 참 나쁜교사 가타요. 흑 흑

21 comments:

  1. 제가 성경을 잘 모르지만, 웬지 예수님도 그렇게 어린양을 돌보셨을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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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모든 걸 다 잘할 수는 없죠. 놀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교회에서마저 무언가 강요한다면 아이들에게 힘든 일이 아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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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미국에 처음 왔을 때, 옆집 흑인 아줌마가 학교 가는 딸(저의 아들과 같은 반)에게 하는 말: "Have a fun!" 이었습니다.
    가슴에 와 닿았고, 우리도 따라했답니다.

    우리 한국 부모들은 '선생님 말씀 잘듣고, 공부 열심히 하고....' 이었죠?

    요즈음은 어떻게 바뀌었기에 자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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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익명 님,
    그렇게 좋게 생각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예수님이 아이들을 정말 귀하게 생각하라고 가르치셨는데 제가 잘 하고 있는건지 가끔 두려운 생각이 들곤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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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ChopperY 님,
    "놀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는 것", 그것 참 좋은 말씀입니다. 놀이와 가르침을 같이 병행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방금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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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안녕하세요 오렌만에 들어와 봅니다...
    우선 새해인사가 너무늦었지만 아직구정전이라...새해복많이 받으시고요...
    이래저래 제 컨디션난조로 요즘 힘든날을보내고 있읍니다...^^
    올해는 꼭 소망하시는일 이루시고 종종 글남기러 또 들리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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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dreamer 님,
    저도 @#$!! ㅋ ㅋ ㅋ

    아닌게 아니라 요즘 한국에서 교환교수로 오신 몇 가정 아이들에게 전 "학교를 가서 재미있게 놀다 온다고 생각하고 가라"고 이야히 해 주곤 하는데... 고국에서 아이들을 너무 입시쪽으로 혹사하는 듯 해서 가슴이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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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柳吾錫 님,
    아 그러셨군요. 빨리 회복하셔서 힘차게 생활하실 수 있기를 빕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저도 자주 들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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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교회학교는 일반학교와 다르죠, 특히 한국에서는 요즘 더더욱 그렇습니다.

    일반학교는 교육만 있고,
    (사실 저 어렸을때만해도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많이 신경 써 주셨는데...)

    교회학교는 교육과 더불어 양육이 있어야 하거든요.
    어릴때 교회학교에서 뭐 배웠는지 기억하는 어른들 별루 없을꺼에요..ㅋㅋ

    선생님과 친구들과 재밌게 논거 빼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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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Kris 님,
    중고등부 부장을 하고 계시니 평소에 생각도 많이 하시고 사정을 잘 아시겠군요. ^^

    사실 교사하겠다고 자원하는 분이 지난 몇년째 안 계셔서 제가 하고는 있지만 제가 생각해도 자격이 안되는 것 같습니다. ㅡㅜ;

    어릴 적 기억은 모두 비슷한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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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우리 목사님도 어릴쩍 성경공부 기억은 거의 없고 재밌게 놀던 기억만 남는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교회학교는 다같이 어울리는 양육이 중요한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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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지금도 충분히 좋은 선생님이시니, 넘 걱정하지 마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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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Kris 님,
    좋은 평가를 내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열심히 어울리는 두가지 양육을 향해 가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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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댓글 남기려다 날라가 버렸네요 ㅠ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좋은 선생님에 틀림없습니다. 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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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lea 님,
    그럼 더 열심히 놀리겠습니다! ^^

    새해 복 마니 받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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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역시 멋진 어른이시네요^^
    항상 글 재미있게 읽고 있슴돠 ^^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건강하고, 보람있는 일들 많이많이 일어나길
    고국땅에서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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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Alonso Nam 님,
    이렇게 들러주시고, 격려하는 댓글을 달아 주시니 감사합니다. 늦었지만 님도 새해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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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제가 주일학교 다닐 때 그런 선생님이 계셨더라면..." 과 같은 생각이 드네요.
    새해 인사가 늦었습니다. 이제서야 확인을 했네요. 죄송합니다 (_ _)
    그런데 마침 설날이 다가 오네요 ^^
    새해 축복이 넘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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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Paulos 님,
    힘이 되는 말씀 고맙습니다. 그렇게 축복해 주신대로 다 받게 될 걸 믿쉽니다! 님께서도 건강하시고 만복을 누리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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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초여름

    내 반에서 먹고 놀리기로,
    그 부분에서 감동했습니다.
    저도 그런 주의거든요.
    자주 들르도록 해보겠슴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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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 maeng ha lyn 님,
    앗 저와 같은 주의시군요! :-)
    근데 좀 조심스럽고 눈치가 보이기는 해요. 심도있는(?) 성경공부를 시키지 못하니... 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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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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