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3/2011

엄마가 좋아 하시던 것

어젯밤 아버님께서 내가 앉아 있는 뒤쪽으로 다가오시더니 내 어깨를 툭툭 치시면서 "내일 네 엄마 묘에 같이 가지 않을래?" 물으셨다. 갑자기 무슨 일 이실까? 하고 생각하는 순간 아차 싶었다. 지금 살아 계셨으면 82세가 되는 엄마 생신이었던 것.

오늘 퇴근하고 집으로 바로 와서 아버님을 모시고 나갔다. 물론 휠체어를 싣고. 먼저 식품점에 들려 아버지께서 드시고 싶어하시는 것 몇 가지와 묘지에 놓을 꽃 한 다발을 사서 엄마계시는 곳으로 향함.

처음엔 없던 잔디가 많이 자라있고, 묘지공원직원들이 늘 청소를 하고 다듬는 듯 잡초도 없고 떨어진 낙엽이나 솔방울들도 없이 말끔해서 기분이 좋았다.

근데...땅에 조금 독특하게 생긴 것이 몇 개 놓여있어 자세히 들여다 보니 무슨 열매다.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만져보니 어디서 많이 만져보던 촉감! 크기는 '거봉'포도알 하나 만한 작은 크기지만 색깔이나 껍질의 촉감이 영 익숙한지라 혹시나 하면서 이빨로 조금 베어 물고 맛을 봤다.
감. 감이다! 엄청 잘익고 영근 단감이다. 나무크기가 7-8미터나 되는 이미 다 자란 감나무인데 요만한 감들이 수천개 달려 있는 걸로 봐선 종자가 그런 모양. 엄마 묘 옆에 바로 붙어 있어 아마 가을 내내 탐스럽게 익은 감들을 심심할때 쯤 이면 하나 둘 엄마 묘 위로 떨어뜨려 줄 것이고...

하나를 입에 넣고 아버님 입에도 하나 넣어 드렸더니 그 맛에 놀라신다. 그러시더니 한 번 씩 웃으셔서 그 웃음의 의미를 어렴풋이 깨달은 나도 아무말 없이 한 번 씩 웃어드렸다. 우리 오마니 살아 생전에 감을 그렇게도 좋아하시더니... ㅎ ㅎ ㅎ


<To our children>
Hey, today is grandma's 82nd birthday so I took g.pa to her grave. Guess what we've found there? There's a miniature Persimmon tree growing right next to her grave and the Persimmons are all ripen and so sweet! It's bearing thousands of them. Though they are small, about the size of Muscadine grape, but tasty!

16 comments:

  1. 저희 어머님도 감을 좋아하셨어요.
    하지만, 살아 생전에 제가 직접 사다 드린 적이 없어요. 아이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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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항상 글을 읽을 때마다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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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그리움, 그 아름다움을 느끼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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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고욤나무"라고 몇달전부터 익기 기다렸는데 맛이 감이랑 같은게 아마 야생 감나무겠지?
    그동안 별 실감없이 지났는데 시간이 갈수록 더 엄마가 그립고 순간순간 아픈기억만 떠오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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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모든 삶에서 항상 연관성을 느낍니다..우리가 잘 모르고 지나치는 일들이 많을뿐...
    단감 나무로 많은 위안과 즐거움이 있어 읽는 저도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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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깨어 있으나, 잠들어 있으나 언제 어디서나 아버님의 마음 속, 머리 속에는 어머님 생각뿐일 것입니다. 어머님을 생각하시는 일이 유일한 낙이 되겠지요. 노년에 자식의 효도를 받으면서 편안하고 안락하게 보내는 것도 다 자신이 지은 복입니다. 그래서 인생을 잘 살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올맨님 효자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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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zizukabi 님,
    어르신들 대부분이 감을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없던 그 옛날의 몇 안되는 간식거리여서 더 그랬을 수도 있지요. 감 말고 다른 방법으로 효도하셨을줄 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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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도련 님,
    좋게 읽어주시니 너무 고맙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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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SW Yoon (尹聖雄) 님,
    가을이 되어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느낌이 들고 나뭇잎들이 조금씩 색깔이 화려한 색상으로 변하기 시작하니 더 그런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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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찾아보니 고욤나무 맞네. 맛도 그렇고 그 안에 씨없는 감을 먹을때 씨대신 씹히는 오돌한 것도 똑 같더라구.

    맞아, 특히나 엄마와 애증의 시간이 유난히 많았던 그대가 더 힘들고 그리울지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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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Kris 님,
    그렇지요? 그냥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었는데... 아마 떨어진 열매가 아니었으면 전 영영 몰랐을 듯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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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Jiin 님,
    제 팔에 닭살이 다 돋네요.^^ 아버님께서 그냥 멍하니 앉아계시거나 누워계실때 전 속으로 분명 엄마생각을 하시고 계시겠지 하곤 한답니다.

    글자 그대로 일평생 저희 자식들을 위해 생을 바치신 분인데 저희가 잠시잠깐 돌봐드리는게 당연하고 도리어 그 은혜에 비해 턱도 없이 모자라는 일 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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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가슴에서 훈훈함이 느껴집니다. :) 정말 하늘의 뜻인가봐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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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Fiat 님,
    별 것 아닌데 이런 조그만 일로 인해 저희도 기분이 잠시 좋아졌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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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저런 감도 있는거군요! 전 살아생전 아버지가 어떤 과일을 좋아하셨는지도 잘 모르는데...그저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었다는것 정도...쯥...새삼 반성을..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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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정진호 님,
    '고욤'나무라고 하네요. 그래도 감은 맞는게 우리가 아는 감나무는 씨를 심어서는(자연번식) 감나무가 자라지 않고, 감나무에 이 고욤나무 가지를 접붙여야 감나무가 된다고 합니다.

    저도 마찬가지로 제 부모님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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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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