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8/2011

Formula XYZ


그림출처: http://bbaggoom.tistory.com/239
 개학이 가까와 지면서 직장일도 바빠지고, 기타 다른 이런저런 일 들로 차분히 앉아 책을 읽는 것은 커녕 이메일 읽는 것 조차 여의치 않은 요즘.

어제는 짜투리 시간이 조금 나길래 오래 전 읽다가 내려 놨던 Dr. Les and Lesley부부의 "When bad things happen to good marriages"라는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얼마나 많은 지혜의 조언들을 담았는지 매 30초 마다 고개를 끄덕이게 할 정도. 결혼을 앞둔 부부, 부부간에 문제가 생겨 금이 가기 시작한 부부, 이미 절단이 날 정도로 위급한 상황에 이른 부부 등 수십년에 걸쳐 많은 부부들을 상담했던 이 전문가내외가 금쪽같은 경험을 통해 문제를 대비하고 피해갈 수 있는 길을 굉장히 구체적인 실례를 통해 보여준다.

간단한 한 예로 대화시 XYZ공식이란 것을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데 우리 부부는 10여년 전 교회에서 카운셀링을 전공한 한 전도사님으로부터 훈련을 받아 계속 사용해 오던 방법. 별것 아닌 것 같아 보이면서도 사용할 때마다 우리 내외는 깜짝 놀라곤 한다.

가령 내가 밥을 먹을 때 짭짭대면서 먹는데(진짜로) 아내가 그 모습을 보고

"거 무슨 돼지처럼 짭짭대면서 먹지좀 마!" 할 수 있는 걸
"당신이 밥을 먹을 때(X라는 상황) 그렇게 소리를 내서 먹으면(Y라는 상대방의 행동) 보기가 좀 민망해요(나는 Z라고 느낀다)"라고 한다는 거다.

근데 희안한 건 전자처럼 말을 했다면 버럭 화를 내며 금새 싸움으로 번질 소지가 있지만, 후자의 경우 싸움으로 가는 경우는 드물고 상대방이 순순히 받아 들이게 된다는 거다. 꼭 부부간의 대화에 한정된 것은 아니고 일반적인 대화에 사용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우리 아들녀석이 다음 날 학교에 가야 하는데 밤을 새워 온라인게임을 한다고 하자. 내가 그걸 보고

"야 이 자슥아! 너 뭐가 될려고 그렇게 게임만 하고 있어?" 할 수 있는 걸
"야 네가 자야하는 시간인데(X라는 상황) 그렇게 게임만 하고 있는 걸 보니(Y라는 상대방의 행동)  아빠가 많이 걱정이 되는구나(나는 Z라고 느낀다)"라고 한다는 거다.

처음엔 우리 부부도 좀 어색해서 킥킥 대면서 억지로 하듯 했지만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은 누구와 대화를 해도 자연스레 이 방식으로 말이 나오고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걸 거듭 경험하게 된다. 이런 간단한 대화의 기술(XYZ공식)에 의해 싸움이 될 만한 대화들이 긍정적인 대화로 유도 되어 질 수 있다면 하는 바램으로 여기에 끄적여 본다. ^^

12 comments:

  1. oldman님 안녕하세요? 오랫만에 인사드리네요.^^ 많이 바쁘셨었군요. 울컥하는 상황에서 잠깐 숨을 돌리면서 XYZ 공식을 생각하면 부부간에 싸울일이 많이 줄어들겠는데요? 육아서적에서 아이에게 말할 때 쓰라고 하는 방법과 비슷한 듯 합니다. 그런데 감정 조절하는 훈련이 많이 필요할 듯 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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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왜 글이 한동안 안보이나 내심 걱정했었어요 :)
    상당히 좋은 조언들이 있는 책인 것 같네요. 여기 싱가폴 서점이나 library에 있다면 꼭 한번 읽어봐야 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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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대화하는 방법..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희 부부는 연애 시작하면서부터 지금까지 서로 존대를 하는데 덕분인지 아직 연애기간까지 9년간 싸워 보질 못했습니다.

    말을 놓는게 친밀감의 척도로 생각하는 지인들로부터 고치라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서로 존대하는 것도 익숙해지니 별로 어색하지 않더군요.

    어쨌든 저희 부부가 9년째 말다툼 한번 없이 서로 대화로 의견 조정 해 가면서 사는 걸 보고는 이젠 뭐라고 안하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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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불량사서 님,
    반갑습니다. 예, 개학전 끝내야 할 프로젝트가 많아 앞으로도 계속 숨이 턱까지 차있어야 할 듯 합니다. ^^
    맞아요. 육아서적들에도 그렇게 나와 있더라구요. 많이 상식화된 방법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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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Fiat 님,
    저자 두분이 모두 신앙인들이라 일반 카운셀러들의 세상적 조언과는 조금 다르지요. 꼭 읽어 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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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최기영 님,
    너무 좋습니다. 저희 주위에도 그런 커플이 몇 있는데 부럽더라고요. 금술도 역시 좋아보이구요. 저흰 존대하는 걸 몇 번 시도해 봤는데 실패했습니다. ㅡㅜ;

    제 개인적으로도 말을 놓는게 친밀감을 더한다고 생각하는 분들께 넌센스라고 말하고 싶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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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누군가와 대화를 한다는 것, 그것을 통해 무언가 이해하려 한다는 것 자체가 참으로 어려운 일이 아닌가 하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나를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이 가까이 있을 때 나도 귀기울이고 즐거이 듣고자 하는 마음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물론 제 이야기입니다. (잘 하고 계시잖습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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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SW Yoon (尹聖雄) 님,
    맞습니다. 누군가 나의 말에 귀를 기울여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거꾸로 내가 그래줄 사람이 있다는 것이 귀한 일이긴 해도 서로를 이해한다는 건 조금 다른 이야기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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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안녕하세요~ 마음을 치유하는 등불봉사단 운영자 강병현이라고 해요~ xyz 말하기 기법 너무 재밌게 잘 봤구요^^ 앞으로 이런식으로 말을 하게 되면 문제를 지적할 상황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제 블로그에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좋은 글 쓰도록 노력할께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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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XYZ공식에 대한 글 잘 읽었습니다. ^^
    잘 다투시는 분들도 다툴 일이 확 줄어들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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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KOREAN RCY 님,
    반갑습니다. 좋은 일을 많이하고 계시더라구요. 계속 수고하시고 자주 왕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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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Cool 님,
    그렇지요? 말로 싸움을 시작하는 경우 제일 큰 원인이 말을 걸러내지 않고 상대방에게 휙 던져버리는 건데 이렇게 말을 길게 둘러서 하게되면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 말하고 듣는 여유가 생기는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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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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