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0/2016

Which one would you choose to be?

대기권 밖에서 본 지구의 낮과 밤
(어머니 돌아가시기 전 병간호 하면서 적었던 글 - 2011년)
지금도 병실에서 이 블로그를 끄적거리며 앉아 들어오고 나가는 간호원들을 지켜보곤 있지만 사람마다 참 많이 다르다. 같은 양의 일과 같은 시간을 일하며 같은 교육을 받았을 텐데 환자에겐 낮과 밤의 차이가 있다. 바로 태도에서 그렇다.

<환자가 화장실로 이동하기 위해 도와달라고 호출을 하면>
간호원A: 30분 이상 3-5번 호출버튼을 누르고 나서도 나타나지 않아 내가 직접 모시고 갔다온 다음에야 나타나서 "뭐 필요한 것 없어요?" 한다. 그런 일이 있을 때 마다 매 번 그런다.
간호원B: 호출버튼을 한 번 누른 후 조금 있다가 나타나 "늦어서 미안합니다" 하고 먼저 이야기하고 직접 모시고 가서 깨끗하게 처리해 주는데 닦아주는 그 손길에 정성이 담겨있고 조심스럽다.

<몰핀약효가 떨어져 1시간째 신음을 해 통사정을 하면>
간호원A: 의사가 지시한 4 시간이 안 지났으니 그 때 까지 절대로 못 줍니다. 시계를 보며 마지막 1-2분까지 채우고야 진통제를 투약한다.
간호원B: "시간이 아직 안 되었는데도 환자가 고통스러워 하는 것 같아 의사에게 제가 연락해 몰핀의 양을 늘렸고, 추가로 의사의 지시 없이도 환자에게 복용시킬 수 있는 일반 진통제를 드릴겁니다."

<기저귀>
간호원A: 기저귀가 펑 젖어 있는 걸 뻔히 알면서도 그대로 방치해 뒀다가 교대해 들어오는 다음 간호원에게 넘기는 듯 하다(몇 번을 내가 갈고 말았는데 이유는 괜히 따져서 시키면 내가 집으로 가고난 후 앙심이라도 먹고 더 나쁘게 할까봐서)
간호원B: "거의 마른 상태지만 지금 제 근무시간이 시작이니 아예 새 것으로 갈고 시작하겠습니다."하고는 매 시간마다 와서 조금이라도 젖은 끼가 보이기만 하면 뽀득뽀득한 새 것으로 갈아준다.

너무나 큰 차이다. 난 내 직장에서 동료들에게 아니면 엔드유저에게 어떤 사람일까, 내 가족에게는 또 어떤 사람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나도 저 간호원B처럼 성실 정직하고 배려가 깃든 사람으로 살아가고프다. 저건 분명 우리 각자의 선택이고 그 선택한 것을 실행하려는 의지가 필요한 일 이라는 생각이 든다.

16 comments:

  1. 가끔 들어오긴 했는데 글은 처음으로 남기네요^^ 저도 최근 병원에 다녀야 할 일이 있었어요. 두 병원을 다녔는데 간호사를이 대부분 친철하더군요. 한국 병원이 예전에도 이랬던가? 내가 다닌 병원만 이런가? 그런 생각을 했어요. 늙어가시는 부모님 생각하면 언제나 마음이 짠해집니다. 힘내세요! 어머님도 벌떡 일어나셔서 퇴원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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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한국도 많이 친절해 졌습니다. 다른 나라 병원의 서비스 수준은 모르겠지만요.

    다만, 거꾸로 간호사들의 처우가 개선되지 않아 기피 직업군으로 되어가는 듯 해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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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鄭光珍 님,
    아, 반갑습니다. 한국 병원의 서비스가 많이 좋아졌다는 소식은 많은 분들이 전해주셨는데 정말 그렇군요. 아직 재활치료기간이 길기에 갈길이 멀지만 격려해 주시는 힘이 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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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how's gma doing achi? is she still in the hospital? if she is... is there a room #? than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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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최기영 님,
    어느나라 어느곳에서든지 꼭 서비스를 받는 사람으로 하여금 불쾌하고 힘들게 하는 사람, 그에 반해 주위를 환하게 밝히며 기분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이 공존하는 것 같습니다.

    여긴 간호사에 대한 선호도가 올라가는 중이라 이제 곧 변호사, 의사, 공인중개사를 넘어서리라 생각됩니다. 소득과 노후혜택에 있어서도 석사를 마친 직업군보다 단연 앞서고 있고요. 변호사 회계사 하다가 간호원공부 다시하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사람들도 여럿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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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Eunice,

    She is doing fine now. They have been able to control all the numbers within the range now and trying to find out how to help her on her lower back pain now. Probably she will be discharged to rehab again by the middle of this week. I will update you as soon as they decide. Room # is 309. I discourage people calling her because she is still confused and sometimes reacts to what other people say. She even refused to take any treatment for a day after someone told her some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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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아....힘드시겠어요.
    멀리서 기도합니다. 재활이 때로는 힘들때도 있을텐데 옆에서 많은 격려가 힘이 되지요. 어머님의 쾌차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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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Sae-Won Lee 님,
    다른 분들의 중보기도가 제일 큰 힘이요 도움이 되는 줄 압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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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정말 차이가 명확하네요. 저 글 보면서 간호사 A 나쁘다라고만 생각하고 있다가 마지막에 ""나는 직장에서 동료들과 엔드유저에게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한참 생각에 빠져있었습니다. (가뜩이나 요즘이 performance review 시즌이라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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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Black and Berry 님,
    간호사A도 사실 규정을 준수함에 있어서는 잘못한 부분이 없지요. 다만 간호사B가 자기가 해야만 하는 선을 넘어 십리를 더 가 준 것이라고 해야 하나요.

    ㅎ 저도 얼마전에 performance review 끝났습니다. 워낙 잘하실테니 그럴 일은 없으시겠지만 그 곳에도 review가 맘에 안들면 appeal하는 옵션이 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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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안녕하세요 Oldman님 어머님께서 점점 더 호전되고 계시길 바랍니다.

    리플들을 보다보니. 지금은 좀 괜찮아지신것 같아 다행입니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좀 뜬금없는 글을 적자면..

    결혼을 한 저희 누나나 또는 사촌 여동생들의 연애 문제를 상담하거나 생각할때.


    간호사 A와 B와 같은 케이스를 예를들곤 합니다.

    만사에 A와 같은 사람은 짜증이 적고 부지런하여 초반의 연애 마음가짐을 꾸준히 지속하는 경우가 많고.

    만사에 B와 같은 사람은 스트레스에 약하고 쉽게 지쳐 애정이 쉽게 식고 연애 후반에 다른남자가 되어있을 가능성이 많다. 라고.

    라고 하던 기억이. 나는데 이 글을 왜 적고 있는지조차 모르겠습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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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Oblivion 님,
    오랜만입니다. 말씀하신대로 이제 많이 좋아지셨지요.

    ㅋ ㅋ 그 말을 듣고 보니 정말 그 비교가 말이 되네요. 그럴듯도 싶습니다. A가 훨씬 더 깍쟁이 같은 면이 있긴 있어도 좀 더 꾸준히 오래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 B는 훨씬 더 헌신적이면서도 금방 제풀에 지쳐 오래 가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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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애궁 ㅜㅠ A B를 바꾸어 적었네요. 저도 B가 좋다는 글을 적으려 한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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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Oblivion 님,
    아, 그러셨었군요. ㅎ ㅎ 뭐 그래도 뜻은 통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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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잘 지적해주셨네요
    해주어야 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받아야만 하는 상황에서의 '그 불편한 서비스의 제공받음' 그상황에서 교차하는 많은 느낌들..
    그런 서비스를 받기도 하지만 제공도 하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던져주시는 철학이 담긴 지적이라 생각됩니다 올때마다 은혜를 받습니다 감사합니다
    울산에서 밤샘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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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밤샘 님,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고백하자면 제 자신도 직장생활중 가이드라인에 충실하면서 룰에 벗어나지 않는 한 안해도 될 일은 안하고, 피할수 있는 일은 피하며 지내기도 하는데 어떨땐 그런 제가 싫기도 합니다. 태도의 변화가 모두에게 필요한 듯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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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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