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6/2017

훌쩍 커버린 아들녀석

봄방학으로 일주일간 집에 와 있는 막내.

밤새 게임하느라 아침 7시나 8시에 잠자리에 들어가 늘어지게 자고 저녁 6-7시면 기상해 하루를 시작한다. 뭐 그 시간에 하루를 시작한대 봤자 밤새게임이 일 이지만. 다른 부모들이 볼 때 아이를 방치하는 무책임한 부모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지난 학기 성적이 잘 나온 걸 보면 학교에서까지 게임에 미쳐 사는 건 아닌것 같고 이렇게 며칠 집에 와 쉬는 놈에게 부모랍시고 이것 저것 깨간섭하는게 옳아 보이지도 않는다.

그저 며칠 와 있는 동안이라도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이나 고단백질로 체력을 보충해 주는게 맞다싶어 아내와 같이 그쪽으로 신경을 많이 쓰는 편. 물론 큰아이 둘이 대학다닐때도 그리했다.

녀석이 워싱턴 DC에 있는 사촌누나에게 놀러가면 빠지지 않고 사촌누나가 cajun seafood을 사 주는데 내 느낌으로는 사촌누나에게 방문하는게 목적이라기 보다는 그걸 먹으러 사촌누나에게 가는게지 싶다. 그래서 녀석이 환장하는 cajun seafood을 파는 식당이 이 리치몬드 지역에 있나 뒤져보니 딱 한군데가 있다. West Broad Street에 있는 Crustacean Boil & Grill이 그 식당.

엄청나게 매운 고춧국물로 범벅이 된 해산물(Lobster, Snow Crab, Dungeon Crab, Crawfish, Clams, Mussels, Shrimps, Pork Sausages, Potato, Corn on the cob...)을 버켓에 산더미 같이 쌓아서 내어오고, 테이블에는 두꺼운 종이를 깔아주면서 비닐로 된 앞치마를 두르라고 하는게 예사롭지 않았다. 너무 매워 어쩔줄 몰라하면서 먹었지만 두 사내가 그 식당을 나오면서 나눈 공통의 느낌은 "만족감" 과 "뿌듯함"이었다. 참 이상도 하지. 그렇게 매운 음식을 쩔쩔매면서 먹은 후 그런 느낌이 들다니... 녀석이 한마디 더 했다. "아빠, I think you and I are sharing a gene that's something to do with the spicy food!". ㅋ ㅋ ㅋ

차를 몰고 집으로 오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며칠 전 상하원을 다 모아놓고 연설을 하던 트럼프대통령이 자기가 취임하고 처음 나온 군 희생자가 Navy Seal 대원이었다며 그 미망인을 일으켜 세워 소개하고 대통령으로서 감사의 인사를 전하던 장면에 대해 이야길 나누었다.

당시 공화당의원들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민주당의원들이 당을 떠나 한마음으로 기립박수를 치는 중 비친 화면에 민주당핵심지도자들은 부러 얼굴을 찡그리고 팔짱을 낀 채 자리에 그대로 앉아있는 모습이었다.

나: "야, 아무리 트럼프가 싫어도 그렇지 그건 좀 너무했던것 같더라."
아들: "글쎄... 난 그 사람들 이해해."
나: "무신 말?"
아들: "생각해 봐봐. 그 사람들 지역구민이 뽑아줘서 나온 사람들이야. 뽑아준 구민들이 모두 민주당 지지자들 이고 트럼프를 싫어하는 사람들일꺼라는 건 짐작이 가지?"
나: "그렇지?"
아들: "그럼 그 지역구민을 대표하는 사람이 그 지역구민들의 생각과 의견에 반대되는 행동을 하는게 옳아?"
나: "물론 옳지않지."
아들: "바로 그거야. 아무리 자기 개인생각으로 기립해 박수를 치고 싶어도 못하는 게 정치인들이야. 그래야 다음에 재선될 수 있거덩."
나: "...(할말없음)"

얼마 못 본 사이에 녀석이 훌쩍 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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