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1/2013

여름의 끝자락에서

1. 직장에서 개인소지품을 정리하는데 조그마한 봉지가 손에 든 물건들 사이에서 툭 하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뭔가 하고 자세히 보니 지금의 직장에서 근무 5년차가 되었을때 기념이라고 주었던 걸 그냥 쳐박아 뒀던 기억이 나는 자그만 배지. 5년차 뿐만이 아니고 10년차, 15년차...25년차까지도 똑같은 이 싸구려 배지를 무슨 큰 상 주듯이 주더라는. 그때 생각에도 너무 무성의하다 싶어 수여한(?) 사람앞에서 버리긴 뭐하고 해서 사무실로 돌아와서 아무데나 휙 던져 놓았던... 어디 달라스토어에서 한꺼번에 몇백 개 구입해 매년 나눠주는지 싶다. 이번엔 쓰레기통에 진짜 넣었다.


2. 처음 당뇨와 혈압진단을 받은 다음, 운동과 식사조절로 복용하는 약을 반으로 줄인 후에도 수치를 유지할 수 있게되어 두번 째 의사를 방문했을 때 원래 조제해 준 약을 내 임의로 줄였노라고, 그리고도 그 전 수치를 유지할 수 있노라고 이야기 했더니 의사가 자기도 좋게 생각한다고 했다. 덧붙여 그럼 더 열심히 체중을 줄이고 섭취하는 음식을 더 살펴 아예 약을 끊는데까지 가보자고 해서 그리 하겠다고 함.
이후 체중을 15파운드정도 감소시켰고 모든 약을 중단한지 지금 3주째. 당과 혈압수치는 계속 정상을 유지하고 있다. 요즘은 같은 양의 운동을 해도 체중이 쉽사리 내려가지 않는 한계점에 도달한 듯 싶어 선배님들의(?)조언을 듣고 싶다.


3. 둘째와 막내가 유럽에 다녀온 후 사다준 조그만 기념품. 코딱지만한 성냥인데... 둘째의 설명이 웃긴다. 화장실에서 큰일을 보고 난 후 이 성냥하나를 켜서 끌 때 거기서 자욱하게 나는 황냄새로 공간을 채우고 나온다는 것. 그쪽에선 전기소비를 줄이기 위해 화장실에 환기팬이 없나?...


4. 고국의 학교시스템이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지는 모르지만 여기선 피라미드의 맨 꼭대기에 교육감이 있고, 그 바로 밑으로 학교교장들을 관리하는 디렉터, 학교건물들을 관리하는 디렉터, 테크놀러지를 담당하는 디렉터등 몇 디렉터들이 있다. 그 테크놀러지디렉터가 바로 우리 부서의 수장이다. 그 밑으로 3계단 정도 내려온 바닥에 내가 있고... 얼마 전 있었던 일. 교육감이 모든 교사들을 모아놓고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자리에서 음향에 문제가 좀 있었던 모양. 이 새내기 테크놀러지 디렉터가 관련 수장으로서 교육감에게 창피함을 느꼈었는지 나중에 제 애비뻘 되는 메니저들을 불러 모아놓고 F자로 시작하는 온갖 상욕을 해대며 성질을 부렸다는 이야기를 돌아돌아 전해 들었다.

갑자기 얼마 전 본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가 생각나면서... 건강이 회복되어 다시 돌아온 진짜 왕이지만 정말 개떡같은 광해를 계속 상전으로 계속 모셔야만 하는 한편, 가짜 왕이지만 백성을 위하는 마음이 하늘같았던 그리고 진짜 왕보다 더 왕다운 하선을 떠나 보내야만 하는 극중 허균이 느꼈던 비애를 그 메니저들이 느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봤다. 거지같은 녀석. 하버드박사면 뭐하냐.

2 comments:

  1. 오랜만입니다.

    언제나 좋은 이웃들의 이야기처럼 순수한 글 들을 보는 즐거움이 많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은 아주 중요한 문제죠..꾸준한 노력과 실천이 중요한것 같습니다.
    좋은 가을이 되었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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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앗, 오랜만입니다. 답글이 늦었네요.

    늘 좋게 봐주시니 너무 고맙습니다. 저희 내외가 좀 더 노력하고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요즘입니다. 선생님께서도 건강하신 가을이 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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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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