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8/2012

아버지 소식

사랑하는 가족들께,

아버님이 안 좋으신데 지난 며칠간 생긴 일들을 알려야 할 것 같아 적습니다.


<3/15 목 오전>
직장을 하루 쉬고 아머지 모시고 이박사께 가는 날. 생신이기도 해 바람도 쐬게 해 드리면서 좋아하시는 것도 점심에 사드리려고 계획한 날. 깨워 준비를 시켜드리려고 방에 들어갔더니 침대에 얼굴을 묻으시고 주무시는둣 하셨는데 자세히 뵈니 의식불명이셔서 바로 구급차를 부르고 엄마 마지막에 계시던 병원의 응급실로 모시고 갔습니다. 혈압:194/120
<3/15 목 오후>
몇 시간에 한 번 눈을 작게 뜨시긴 하는데 움직이시거나 소리를 내는 등의 의사표현은 전혀 하지 못하심. CT과 혈액, 소변검사를 했는데 뇌출혈은 보이지 않고 신장에 약간의 감염이 있다고 항생제를 투여하기 시작. 혈압:180/100
<3/15 목 밤>
응급실에서 "Stepdown Unit"이라는 곳으로 옮김. 중환자실에서 나오는 환자를 일반병실로 옮기기 전에 머물게 하는 곳이라 함. 처음으로 작은 얼음을 입안에 넣어드렸는데 녹으면서 기침을 하시는 걸로 봐서 혀를 전혀 사용하지 못하시는 것 같았음. 아직 음료를 넘기시지 못하는 걸 보고 의료진이 당분간 링거만 통해 필요한 양분섭취를 하시도록 지시. 아내와 둘째 딸이 왔는데 목소리에 눈을 뜨시고, 눈을 깜박거려 안다는 표현을 하셨습니다. 혈압: 180/90


<3/16 금 오전>
의사가 회진을 왔는데 회복가능성이 없는 것 처럼 말해서, 이런 상태로 오래 계셨던 것이 아니고 바로 며칠 전 까지 거의 정상이셨으니 그렇게 얘기하지 말아라 화를 내줬고, 아직 하지 않은 테스트인 목 스캔을 해 보자고 했는데 의사의 반응이 시큰둥. 작년인가 어느 병원에서 오른쪽 목 정맥이 조금 막혔는데 약으로 치료하자고 했었거든상태에 진전은 없고 혈압이 조금 더 내려감. 혈압:175/68
<3/16 금 오후>
혈압이 다시 올라감 . 혈압: 197-72
혈압약을 다른 것으로 바꾼다고 함.
<3/16 금 저녁>
혈압약을 다른 것으로 바꾼후 혈압이 정상으로 . 혈압: 137-70


<3/17 토 아침>
많이 편안해 보이시고 간호원이 양손을 쥐어보라고 하면 반응을 하심. 누가 지나가면 시선으로 따라가시고. 어제 오전에 담당의사가 아버지 연세에 이젠 아무것도 더 해줄 게 없다는 듯한 태도로 이야기 했어서 어제 오후에 병원 운영자들에게 강력하게 항의를 했더니 그 의사가 오늘 새벽에 슬그머니 와서 MRI를 통해 머리쪽 스캔을 해 더 자세히 보자고 했음. 혈압: 꾸준하게 정상.
<3/17 토 오후>
MRI를 마치고 다시 방으로. 결과는 저녁에 전문의가 와서 봐 준다고. 눈을 뜨셨길래 잘 보이시냐고 크게 여쭤보니 처음으로 말을 하려고 시도하셨고 혀가 아직 불편하셔서 확실하게 들리지는 않았지만 "희미해서 잘 안보여" 라고 하시는 듯 했음. 회복에 많은 진전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3/17 토 저녁>
MRI결과는 별 이상이 없는 걸로 나왔다는 설명이 있었음. 눈을 뜨셔서 이것 저것 여쭤보면 병원에 계신 것, 내가 아들인 것 등을 알고 계시는 적이 있고, 어떨 땐 계신 곳이 어딘지 왜 거기에 계신지, 내가 누군지 전혀 모르시는 적도 있어, 안좋은 중에도 좋았다 나빴다를 반복하시는 듯 해 안타까움.

<3/18 주일>
예배를 마치고 오는 가족들과 목사님, 교인들을 다 알아보시고 웃음으로 반기시느라 애는 쓰시는 걸(표정과 말이 생각대로 되지 않으심) 뵈니 마음이 놓이더군요. 시집준비하는 조카가 매릴랜드에서 내려와 병상을 대신 지켜주는 바람에 집에 가서 목욕도 하고 오랜만에 밥도 먹고 올 수 있었음. 지금은 편안하게 잘 주무시는 중.

<Update: 3/19 월>
 조카가 월터리드심장전문의인 약혼자와 통화를 하더니 병원에 코로 주입하는 걸 빨리 해 달라고 이야기 하라고 해 그렇게 함. 오후에 튜브를 삽입하고 이유식을 주입시작. 셋째 누님이 와서 병상을 지켜주기로 해 오랜만에 집에서 잘 수 있었음.

<3/20 화>
병실에 도착하니 아버지가 눈을 이제껏과는 달리 유난히 크게 뜨고 계셔서 뭔가 좋은 직감이 듦. 절 보자마자 말을 하기 시작하시는데 자유스럽게 말 하시고 발음도 분명함. 혹시나 물을 삼키실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수저로 하나 드렸는데 잘 삼키심. 그래 이번에는 빨대로 드시게 했더니 사과쥬스 한팩과 포도쥬스 한팩을 순식간에 드셨음. 조금 후 나온 토마토스프와 푸딩등을 모두 비우시고 주무시는 중. 이렇게 빨리 회복해 가시면 주말 전에 일어서시지 않을까 싶은데...내일 부터는 직장에 복귀해 급한 일들을 처리해야 겠다.

12 comments:

  1. 글 잘 읽었습니다.. 참 뭐라 드릴 말씀이 없네요.. 저도 어머님 생각이 많이 나구요... 아버님께서 참 훌륭하신 아드님을 두셔서 뿌듯해 하실것 같습니다. 항상 본인 건강도 챙기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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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네, 저도 건강에 신경을 쓰려고 늘 노력중 입니다. 님께서도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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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버님이 무사히 퇴원하시기를 빕니다. 그래도 회복에 많은 진전이 있다니 다행이네요.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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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렇게 마음으로 빌어 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셔서 회복이 빠르신것 같습니다. 완쾌하셔서 빨리 집으로 모시고 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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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함께 안타까워 하면서 기도 가끔 하겠습니다.
    당장 힘 내실만한 쥬스라도 자주 드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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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기도에 감사드립니다. 이제 죽을 드실 정도로 회복되셨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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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oldman님의 정성어린 간호와 보살핌으로 빠른 쾌차가 있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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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직장을 너무 쉬어 복귀를 했는데 일이 많이 기다리고 있네요.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간호하겠습니다. 고마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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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걱정이 많으시겠습니다.
    사랑하는 아버님이 얼른 쾌차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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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감사합니다. 빨리 나으셔서 툭툭 털고 걸어서 병원을 나가실 수 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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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마음이 많이 분주하시겠습니다. 부디 아버님의 쾌차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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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마음만 분주한데 한 번에 한 가지씩 해결해 나가야 하는 거겠지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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