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2012

총을 가진다는 것

직장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신년초 부터 우리 직장에서 오는 손님들 한텐 일년 내내 점심을 반값만 받는다는 입소문을 냈다.

그 찬스를 놓칠리 없는 우리 팀원들...오늘 당장 쫓아 갔었는데 다른 팀에서도 몇 와서 앉아 있는 것이 보여 합석을 함.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면서 주제가 근래의 미공화당 아이오와주 경선, 미식축구, 농구에서부터 지역 뉴스에 이르기까지 조금씩 다른 것으로 넘어가는데 한 친구가 며칠 전 이 지역에서 일어났던 이야기를 한다.

한밤중 어느 동네에 도둑놈 둘이 이집저집 기웃거리며 열린 문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다니는 중이었는데 여의치않자 여인 혼자 아이들을 키우며 사는 집의 문을 뜯으려고 시도를 함. 그걸 확인한 주인여자가 급한 와중에 911에 도움요청 전화를 걸면서 물었다고 한다. "집에 샷건이 있는데 강도가 들어오면 쏴도 되나요?" 했더니 911요원이 "버지니아주에선 자신의 소유물을 보호하기 위해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것은 위법입니다만, 생명의 위협을 느껴 그랬다면 적법합니다."라고 대답했단다. 뭐 뻔한 결과. 강도 두 놈 중 하나가 이 아줌마가 갈긴 샷건에 맞아 즉사.

그래서 평소 궁금했던 바가 있어 그 자리에 있던 다른 여섯 동료에게 물었다. "너희들 중 집에 총 가지고 있는 사람 있니?" 했더니 일제히 음식을 씹던 걸 멈추고 눈이 둥그래지면서... "너 정신이 있는거니?" 하는 표정들. 그 자리에 있던 동료 6명 모두 총이 있고, 그것도 권총, 샷건, 기관총 등 여러 정씩 있단다. 나 같이 총도 한자루 없으면 지금 같은 세상에 어떤 미친놈이 집안에 침입을 해서 자고있는 가족들을 해치려고 하면 어떻게 제압하겠냐는 거다.
 
한때 소지하고 다니던 Smith
and Wesson제 38구경 리볼버
도리어 내가 충격이다. 총을 가지고 있어도 한 두 명 정도 가지고 있을 거라는 짐작을 하면서 물었던 건데...옛날에 가게할 때 스미스웨슨 38구경 권총을 품에 넣고 장사를 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아이들이 어려 혹 만지다가 총기사고라도 나면 어떻게 하나 싶은 생각이 퍼뜩 들어 팔아치운 후 총 생각은 안 해 봤는데... 이 동료들 모두 독실한 기독교인들인데 내가 평소에 생각한 "총이 무슨 필요가 있겠나...하나님이 지켜주시겠지"라는 태도에 대해 우리가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어는 우리가 먼저 해야 하고, 그 다음 불가항력인 일에 대해선 하나님께 의지한다는 믿음이 있다는 것이다.

갈등스럽다. 나만 바보처럼 자구책없이 뻘쭘히 앉아 있는 것 같아...

그건 그렇구... 평소에 점심을 음료수와 감자튀김까지 먹고 세금까지 포함해서 계산하면 10여불 정도 내야 해 사먹을 엄두도 못 내던 걸, Today's special음식이라 이미 싼 가격의 반만 내니 세금까지 해서 $3.43. 허허 웃음만 나왔다.

19 comments:

  1. 일본에서는 군생활했다고 하니 총 쏴봤냐고 묻더군요. 자신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 만큼 총기 다루는 것도 위험하지요... 미국의 상황을 짐작하기 어렵지만 부디 몸조심하시고 즐거운 생활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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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Oldman님 안녕하세요, 1년내 포스팅이 없던 anakiny입니다. 이번 겨울동안 노포크에 방문할 일이 있었는데 계획이 바뀌어서 아쉽게도 무산됐네요. 안부 물어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리치몬드에선 한인 상점 주인이 총 든 강도 손목을 자른 사건도 있었다는데 역시 미국은 만만치 않은 동네군요. (웃음)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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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ChopperY 님,
    총을 갖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신경이 쓰이고 걱정을 안고 살아가게 되는 것 맞습니다. 그런데 이 친구들이 유별난 총기애호자도 아니고 그저 평범한 중류 백인가정의 가장들인데 총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하니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네요. 뭐, 당장 총을 구입하겠다는 건 아니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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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ANAKIN 님,
    아 그러셨군요. 노포크면 여기서 1시간 30분 거리여서 서로 방문이 가능했을텐데요. ^^

    리치몬드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건 또 처음듣습니다. ㅎ 건강하시고 행복한 새해가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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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전 제대한지 14년 되었고, 미국 생활 12년째인데...

    제 상식으론, 총을 가지지 않는게 좋습니다.

    상대방에게 총을 보였다는 이유로 총을 맞는경우도 있고...

    군대에서 무기를 다뤄본 분들은 알겟지만, 대치되는 상활에서 상대방이 총을 보이면, 일단 쏘을수 밖에 없습니다.

    내가 죽을 수도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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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그냥 기우이겟지만....

    사모님이 운영하시는 가게가 흑인 동네인지 궁금합니다.

    전 백인동네이긴 하지만, 한 2년전 정신나간 흑인한테 한번 당한적이 있어서...

    총을 정말 가질 필요는 없지만, 총이 있다는 암시 같은걸 해주는건 찬성입니다.

    스틱커 경찰 마크라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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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안녕하세요. 블로그 답방 왔다가 놀라운 내용의 포스팅을 보게 되었네요. 역시 미국은 한국과는 많이 다르네요. 하나님의 은혜로 안전하게 지내는 매일 매일에 감사 드리게 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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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CybKnight 님,
    맞습니다. 총을 가지고 가게를 지키거나 밖으로 다니다 그런 상황이 생기면 말씀하신 대로 오히려 죽기쉽고 위험합니다. 여기서 이야기한 것은 집에 총기를 캐비넷에 잠궈서 보관하면서 잊고 살다가 만의 하나 누가 침입해서(강도란 대개 최소한 칼은 가지고 들어오기에) 가족을 죽이거나 강간, 중상을 입히는데 막무가내로 그냥 당하지는 않겠다는 일반 미국인들의 대비용입니다.

    아내가 하는 가게는 특별히 백인이나 흑인지역으로 갈려있는 곳이 아니고 흑백황이 적절히 섞여 사는 안전지역이기에 그런 걱정은 없지요.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로 전 사격선수로 전국대회에도 나가곤 해서 어느 총기를 다루더라도 익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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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totorostyle 님,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ㅋ ㅋ 이런 이야기 듣고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요. 계시는 학교주위는 안전할겁니다. ^^

    새해 주님 허락하시는 만복을 누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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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얼마전 기사로 읽었었는데, Oldman님 계시는 곳 근처 지역이었군요.
    제 텅빈 블로그에 안부인사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빈말이 아니라 오늘 진짜로 Oldman님 블로그에 와서 답글 달아야겠다고 생각하던 참이었습니다.
    이유인즉슨 어젯밤 꿈에 Oldman님을 뵈었어요. ^^;
    물론 어떻게 생긴 분인지 알지 못하지만, 꿈에 제가 어디 볼일이 있어서 미국 국경을 잠깐 넘어 갔는데, 갔다 오는 길에 Oldman님 댁에 사전연락 없이 잠깐 들른 겁니다. 어디인지도 모르지만요. ㅋㅋ
    사모님이 굉장한 미인이면서 기품있는 분이셨고, Oldman님은 생각했던 것보다 아주 젊어 보이시더라는.. 그리고 인상에서부터 인자하다는 걸 그대로 보여주고 계셨는데, 한가지 꿈에서 좀 찝찝했던 건, 무슨 안좋은 일이 있어서 어디 나가봐야 한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전 신경쓰지 마시라고, 지나가는 길에 인사차 들른 것 뿐이라 그러고, 그 다음은 어떻게 되었나 모르겠네요.

    어떻게 제 꿈에 Oldman님이 나온 건지. ㅋㅋ 그나저나 꿈에서처럼 별 안좋은 일이 있는 건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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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Black and Berry 님,
    드디어 다시 뵙는군요. ㅎ ㅎ ㅎ 반갑습니다. 제가 저희 가족사진을 이 블로그에 올린적이 있었나보죠? 이상하다...꼭 보신 것 처럼 말씀하시네...(ㅋ 저 이 정도면 마누라에게 점수 좀 따겠죠? 쿨럭)

    안좋은 일은 없고 모두들 열심히 맡은 본분을 충실히 감당하고 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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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안녕하세요~ 건강하고 행복한 새해 맞이하세요. ^^; 저도 새해 인사를 남깁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총기소지 가정이 많은가 보군요. 총기소지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했던 제겐 놀라울 따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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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charn78 님,
    감사합니다. 님도 희망찬 새해를 보내세요!

    그 날 같이 점심을 먹은 동료들이 우연히도 좀 유난스러운 사람들만 있었던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고 그렇네요.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미국남성들 가족보호본능이 대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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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그냥 가게 하는 사람 입장에서 팁을 한가지 드리면...

    그동안 물건 훔친 사람 잡은 후, 경찰 부른후, 받은 명함이나, 작은 레포트 같은게 있으시면...

    사모님에게, 도둑 잘 드는 코너에 쭉 일렬로 붙여 놓으라고 해 보세요...

    말은, "Zero Tolerance" 한마디만 적으시고...

    돈이 드는것도 아닌데, 생각보다 효과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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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그걸 붙인다고, 무슨 기적이 일어나지는 않겟지만...

    도둑 둘 중 하나만 마음을 고쳐 먹어도, 좋은거죠...

    하루 종일 가게에서 시달리는 입장에서도, 심리적으로 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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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CybKnight 님,
    나름 방범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40여개가 넘는 카메라가 안 보이는 사각지대 없이 녹화를 24/7 하고 있고 가게 이곳저곳에 걸린 빅스크린TV들을 통해 손님들이 자신들의 찍히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게하고 있죠.

    근데 문제는 우범지역이 전혀 아닌 중류층의 상권이라 그 정도로 겁을 줄 정도는 아닙니다. 늘 주시는 팁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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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저도 장사 6년째인데, 38년만에 깻닫은것 하나는...

    참 사람 말이란게 무섭다는거...

    그렇다고, 제 가게가 도둑이 많은건 아는데...

    1년에 두세번 이런 일이 생겨도, 손님들 일일이 쳐다보는것도 힘들더라고요...

    그런데, 도난이 많이 일어나는 구석에 딱 이런거 하나 붙여놓아도, 문제가 싹 없어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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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외람된 말이지만, 총보다, 감시카메라보다, 무서운게 사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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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CybKnight 님,
    주시는 조언 늘 감사하게 받고 있습니다. 너무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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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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