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0/2011

일자리 창출

아버지를 우리집에 계속 모시고 있었기에 사용하지도 않는 아버지 아파트세를 지난 몇 달 간 내고 있었다. 그러던 걸 이제서야 해약을 하고 어제 완전히 방을 뺐다.

그동안 불어난 살림이 만만치 않아 이것저것 많이 버리고도 꽤 쓸만한 가구가 많았는데 마침 플로리다에 직장생활을 하는 큰 조카가 근무지를 옮겨 워싱턴 누님집으로 들어오게 되면 가구가 필요하게 될 거라는 소식에 중간 사이즈의 U-Haul트럭을 하나 예약하고, 가구만 남겨둔 아파트청소를 모두 마치고 준비 끝.

문제는 내 체력이 옛날같지 않다는데 있었다. 삼사십대 였을때는 웬만한 장도 혼자 번쩍 들어메어 나르곤 했었는데 이젠 근력이 딸리고 허리걱정 부터 되니...

그래서 어제 아침 새벽기도를 마치고 교회근처의 세븐일레븐엘 갔다. 출근길에 커피라도 한 잔 살라치면 늘 남미사람들이 가게 밖에 죽 서서 기다리는 걸 보곤 했는데 이제 내가 그 사람들을 직접 마주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 정규직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이 통행이 많은 이런 가게들에 새벽부터 나와 진치고 있다가 공사장의 십장들이 나타나 일당을 흥정하고 사람들을 싣고 가는 건 이곳의 흔한 풍경.

보통 그렇게 실려가서 하는 일은 뙤약볕아래서 하는 공사판이 대부분인데 다치거나 위험한건 기본이고 가만 놔두질 않기에 엄청 힘이 든다. 그래서 이건 그냥 가벼운 가구 몇개 옮기고 시원한 트럭에 앉아 있기만 하면 6시간 걸리는 운전은 내가 다 하고 아침, 점심도 좋은 식당에서 사 준다고 했더니 돈이 적다고 모두 안 하겠단다. 공사판 일당이 보통 $75(거기에 나와 영어-스패니쉬 통역을 담당하는 할아버지가 귀뜸해 주던 가격) 인데 비해 난 $50을 제시했었기 때문.

참 웃긴다. 거기 나온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루종일 그렇게 기다리다가 결국은 일을 못하고 빈손으로 집에 돌아가야 하는데... 황당해 하고 있는 찰나 몸집이 좋은 젊은 청년 2명이 가까이 오면서 관심있어 한다. 형(호세)과 동생(호ㄹ헤)인데 바로 트럭에 태우고 출발. 어렵게 살지만 착한 젊은이들 이라는 걸 장시간 오가면서 대화중에 느꼈다. 서로 스패니쉬와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손발짓 해가며 하다보니 긴 운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보통 일당 받는 것에서 점심식사등 모든 지출을 본인이 해야 한다고 하는데, 젊은이들이 착해서 두끼 식사외에 시시때때로 음료수를 사줬더니 받은 돈을 한푼도 안쓰고 와이프들에게 고스란히 갖다 바칠(?) 수 있게 돼서 고맙단다. 고맙다는 사람에게는 더 해 주고 싶기에 리치몬드로 돌아와서 헤어질 때 돈을 조금씩 더 줬다. 우리 마누라에게 돈 더 준 이야기는 안 했지만. ㅎ ㅎ

"늘 감사하라"는 성경말씀이 이래서 있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좋지않은 상황에서도 늘 감사하는 사람에게 더 해주고 싶은 마음은 하나님도 마찬가지일 거란...

좌우간 이걸 일자리창출에 기여했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노동력착취를 했다고 해야 하나? ^^

18 comments:

  1. 제 입장에서는 그저 새로운 친구들을 우연히 만나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부디 그런 즐거운 분들 많이 만나시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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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That sounded pretty good deal. Next time, please hire m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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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전, 그냥 '찡'합니다.
    남미 노동자들은 불쌍하고 oldman님과 착한 형제들은 감동적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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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잘하셨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한국의 최저임금 생각을하니 답답해지네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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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대단히 독립적으로 열심히 사시는 것같습니다. "고난 끝에 복이 온다"고 하듯이 열심히 그리고 영리하게 사는 사람은 결국 성공이나 복을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모두 좋은 하루 되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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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SW Yoon (尹聖雄) 님,
    맞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연락처를 서로 나눴기에 앞으로 서로 도울일이 있으면 연락하기로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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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damselfly 님,
    Gosh, I just forgot that you are off for the whole summer from teac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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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Giein 님,
    사실 그 형제들이 각각 아이들이 2명씩 있다는 소리를 들었을때 부터 돈을 더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는 그들 이지만 재미있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듯 보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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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imbackpacker 님,
    그렇군요. 아직 최저임금도 낮고 그나마 일자리가 없어 힘든 사람들이 많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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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Cool 님,
    말씀하신대로 고난끝에 복이 온다고 믿고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Cool 님께서도 평안하고 즐거운 하루하루가 되시길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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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일자리 경쟁이 치열하면 조그만 기회라도 왔을때 잡아야하는데, 돈이 적다 거부하다니... 배가 덜 고팠나보군요.

    그에 비해 청년 두명은 정말 현명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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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안드로키퍼 님,
    ㅋ ㅋ 그렇지요? 글쎄 저도 이해가 가지 않더라구요. 다행히 그 두 청년은 약속했던 것 이상으로 챙겼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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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블로그 잘 보고 있습니다, 또한 주신 댓글도 잘 읽었습니다. 중보기도 전해주신 분 블로그는 아직 둘러보지 않았지만 둘러본 뒤 Prayer List 에 적어놓겠습니다. 항상 좋은 글들 감사드립니다. 번번이 댓글 달려고 할 때마다 로그인이 잘 안되서 못했었는데, 이제사 댓글 남기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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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Chan 님,
    댓글이 이제 되신다니 다행입니다. ^^

    그래요, 우리 같이 힘을 모아봐요. 현재까지 열 분이 좀 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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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안녕하세요? 지난 주 가족과 휴가를 다녀오느라 이제야 글 읽었습니다. 눈 앞에 보이는 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사는 두 형제에게서 또 한가지 배웁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더니 두 형제가 그러네요..^^ oldman님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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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불량사서 님,
    휴가는 잘 다녀오셨겠지요? 아닌게 아니라 그렇게 적극적으로 뛰어드니 더 잘해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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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좋은 일 하셨네요..
    이렇게 사람들은 사귀는 군요...
    저도 아침에 학원에 다닐때에 학원옆 새벽인력시장에서 많은 분들이 일을 얻지 못해 발길을 돌리던 기억이 나네요.

    아직은 제가 집안일을 직접 하지만, 힘들면 그곳에서 사람을 데려다가 직접 일을 같이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서 체력을 회복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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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tommy, shin 님,
    고국에도 그런 곳이 있군요. 하여간 굉장히 힘들게들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어요, 그 두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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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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