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3/2011

엄마를 보내드리고

엄마를 하나님품으로 보내드린지 나흘이 지났다.

한국과 미국각지에 흩어져 있던 모든 형제와 그 자녀손들이 모두 모여 엄마를 위해 찬송과 기도를 드리는 중 주무시듯 너무 편안한 모습으로 소천하셨다. 그것도 모인 가족 한사람 한사람이 엄마를 안아드리고 마지막인사를 드리는 걸 마칠때까지 기다려주셨다가 마지막 가족이 인사를 마침과 동시에 떠나셨다.

마음은 무너지지만 그래도 참 잘 살으셨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좋다. 여느 어머니라도 그러셨겠지만 다섯형제를 모진 고생끝에 건강하게 키워내고, 모두 대학보내고, 시집장가 보내고, 손주들까지 당신 손으로 모두 키워내셨고, 온 식구를 믿음의 사람으로 이끄셨으니 누가 아무리 유명한 사람의 전기를 내게 들이 밀어도 내게는 엄마만큼 위대한 분이 없다.

한편으론 무섭고 엄한 분 이셨다. 내가 혼날 짓을 하루도 거르는 날이 없기도 했지만 그 벌은 혹독했다.  '쌩'소리를 내며 날아오는 도대체가 피할길이 없었던 굵직한 나무 빗자루의 손잡이는 늘 내 몫 이었고. 내 머리가 좀 크고 엄마연세가 조금 더 드셨을 땐 한 손으로 날라오는 빗자루를 탁 잡으면서 "거 좀 그러지 맙시다, 내가 이젠 뭐 애도 아니고." 하면서 엄마를 타일렀던 기억이 나기도 하고. ^^

그렇게 무서운 분 이라고만 생각하고 있던 어느 날 엄마를 조금 알게 된 일이 있었다. 중학3학년쯤 됐을라나...나하고 어디 좀 가봐야 할 데가 있으니 앞장서라고 하셨고, 평소 우리 형제들에게도 잘 사주시지 않던 맛난 사탕과 과자, 아이들 옷가지와 양말등을 바리바리 사서 내게 지워갖고 찾아간 곳은 지체부자유/정신박약아동들만 있는 고아원이었다. 보모들에게 선물 나눠주는 걸 부탁하시고 바로 두 팔을 걷어 붙이시고 아이들 목욕시키시기를 시작하시는데 한 두번 해 본 솜씨가 아니여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슬쩍 물어봤다. "엄마, 여기 가끔 와?" "이 아이들은 엄마아빠가 없단다. 그래서 명절이 가까와지면 이렇게 찾아 보려고 하는데 그게 그리 쉽지 않아..." 그 일은 어려운 사람들을 생각하며 나누며 살아야 한다는, 몸소 보여주신 엄마의 가르침으로서 내 마음속에 새겨져 있다.

며칠 전 리치몬드에 있는 셋째 누나로 부터 처음 들은 이야기. 오래 전 서울장로회신학대학교에 엄마가 장학금을 기탁하셨었는데 그 당시 그 혜택을 받았던 가난한 신학생이 후일 목사님이 되어서 이야기 한 것을 전해들었다고 하면서 그 목사님이 자신이 학업을 포기해야만 할 절박한 상황중에 그 장학금을 받았었노라고 하는 말을 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식구들도 몰랐던 이야기다.

살아계실제 효도를 했어야지 돌아가신 다음에 이렇게 고인을 칭찬하며 기리는 것이 무슨 소용이랴 하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이렇게라도 기록을 해 두지 않으면 이런 이야기들을 잊어 버릴수도 있겠다는 마음에 적어논다...

46 comments:

  1. 며칠 글이 없으시길래, 그리고 지난번 어머님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대략 짐작을 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다시 하늘에서 만나는 소망을 빌어봅니다.

    저는 제 어머님께서 돌아가실 때 하늘나라에서 만나는 소망이 있었는데 지금은 어머님 뵙기 힘들 듯 해서 가끔 괴롭기도 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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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그동안 위로드리고자 해도 길이 없었는데 이렇게 스스로 정리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저는 지금 어머니가 정신적으로 매우 힘드신 상황인데 가 뵙지 못해 죄송할 따름이군요. 부디 힘내시고 좋은 기억 새기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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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계속 들러봤었어요...글도 없고 해서...혹시나 싶어 생각날때마다 화살기도 드렸었습니다. 가족들 모두에게 큰 위로가 있기를...가족들 모두의 따듯한 사랑안에서 하늘나라 가는 길 배웅받으셨으니 정말 좋으셨을거예요...힘내세요. 하나님의 샬롬이 모든 가족들의 마음속에 가득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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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많이 힘드시겠습니다...저의 말보다는 주님의 말씀으로 대신할께요...

    "And now, dear brothers and sisters, we want you to know what will happen to the believers who have died so you will not grieve like people who have no hope. For since we believe that Jesus died and was raised to life again, we also believe that when Jesus returns, God will bring back with him the believers who have died." 1 Thessalonians 4:13 - 14

    "Can anything ever separate us from Christ's love? Does it mean he longer loves us if we have trouble or calamity, or are persecuted, or hungry, or destitute, or in danger, or threatened with death? ......... No, despite all these things, overwhelming victory is ours through Christ, who loved us. And I am convinced that nothing can ever separate us from God's love. Neither death nor life, neither angels nor demons, neither our fears for today nor our worries about tomorrow -- not even the powers of hell can separate us from God's love. No power in the sky above or in the earth below -- indeed, nothing in all creation will ever be able to separate us from the love of God that is revealed in Christ Jesus our Lord" Romans 8:35 -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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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말씀을 들어보니 행복하게 한 세상 살다 가셨으리라 생각됩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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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생-노-병-사'의 고통을 모두 마치셨으니, 이제 모친께선 진정 평안을 누리시리라 밑습니다 (Rest in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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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말씀하신 대로 평안히 이 곳에서의 삶을 마치시고 좋은 곳에서 oldman님과 기족분들을 지켜보고 계실 겁니다.
    슬픔이 크시겠지만, 힘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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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마지막 올리셨던 글 이후에 계속 글을 기다렸었는데.. 많이 바쁘고 정신없으셨으리라 짐작합니다.

    가족들의 마음에 하나님의 위로가 있기를 기도하며, 돌아가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R.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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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지금 여기보다 더 행복한 나라에 가셨겠죠. 어머님이 원하시는건 남아 있는 가족들이 더 열심히 행복하게 살아가는거라 생각합니다. 꽃 한송이라도 직접 드리고 싶지만.. 그러지 못했네요. 죄송합니다. 힘내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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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아름답게 사셨고
    평화롭게 마무리 하셨으니
    이제 그분이 늘 소원하셨던 곳에서
    편안을 찾으셨을겁니다.
    가족모두에게 가슴깊이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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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어떤 말로 위로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다른 가족들을 위하여 기운 내시고 어서 일상으로 돌아오시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훌륭한 어머님이 자랑스러우시지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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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얼마나 마음이 힘드실지 상상할 수 없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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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이 세상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이 격어야 한고 생각하면 정말 두렵워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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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삼가고인의명복을빕니다 이럴때는 항상뭐라 위로의말씀을드려야할지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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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어머님께서 하늘 나라에서 참된 안식을 누리실 거라 믿습니다.
    남은 가족들에게는 하나님이 주시는 위로가 함께 하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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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죽음은 삶과 같이 자연스러운 것이라지만 소중한 이와 이별 앞에서 맞게되는 아픔은 무엇에도 비할 수 없는것 같습니다

    병상에서의 시간들 그리고 미안하실 마음 모두 더 따뜻한 그곳에서 위로 받으시리라 믿습니다

    어머님을 보내신 모든 가족분들에도 평안과 위로가 함께하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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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며칠 블로그방문을 안하던 사이에 어머님이 소천하셨군요. 하나님께서 어머니를 따뜻한 포옹으로 맞이하셨으니 너무 상심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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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자랑스럽고 훌륭한 어머님이 셨던 것 같습니다.
    어머님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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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zizukabi 님,
    짐작하셨었군요. 감사합니다.

    zizukabi님께서 어머님을 하늘나라에서 다시 뵙는 소망을 계속 이어가실 수 있는 삶이 되시길 소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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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SW Yoon (尹聖雄) 님,
    지난번 포스팅에 대한 댓글을 제가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막았었는데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SW Yoon (尹聖雄)님 어머니 상황이 좋아지시길 빌어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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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 ★Sun Ju Joyce Kim★ 님,
    기도해 주신 덕에 많이 평안해 하셨던 것 같습니다. 힘주시고 평안을 빌어주셔서 감사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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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 Fiat 님,
    소망과 힘이 되는 구절을 주시니 고맙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부모님용으로 쓰여지게 될 묘비동판에 6단어를 쓸수 있다고 해 "They will rise when Lord comes"라고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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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 최기영 님,
    말씀하신대로 행복하게,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임무를 모두 완수하고 가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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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 damselfly 님,
    예, 지금 평안을 누리시고 계심을 저희도 믿습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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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 Black and Berry 님,
    참 슬픔이 큽니다. 이야기하신대로 평안히 좋은곳에서 저희를 지켜보고 계신다고 생각하니 많은 위로가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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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 Chan 님,
    경황이 없으니 무슨일을 해야할 지, 아니면 무엇을 먼저 해야할지를 모르고 시간이 흘러간것 같습니다. 위로해 주셔서 고맙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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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 imbackpacker 님,
    저희도 일상으로 복귀해서 열심을 내서 행복하게 사는 것이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는 일이라 생각하고 그리살겠습니다.

    이렇게 이웃블로거들께서 방문해주셔서 위로해 주시는 것, 꽃이나 문상 이상으로 제게 의미가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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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 littletree 님,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참 위로가 됩니다. 나머지 가족들에게도 위로의 말씀을 전하겠습니다. 고마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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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 Giein 님,
    맞습니다. 제가 빨리 원상복구하는 걸 아이들이 보고싶어하는 눈치라서 정신차리고 있는 중 입니다.

    저희 어머니 자랑할만한 분이시지요?

    위로의 말씀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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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 J. 님,
    헤아려 주시니 정말 고맙습니다. 제가 블로그이웃들로부터 참 많은 사랑과 위로를 받고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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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 dandy FAN 님,
    그렇죠? 저도 다른 사람들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그저 남의 일이지... 하곤 했는데 저도 이렇게 겪게 되네요. 생전에 더 잘해드렸어야 하는데...하는 후회가 있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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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2. 柳吾錫 님,
    힘내서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특별히 말씀을 안 하셔도 힘과 위로가 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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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3. 걷는 이 님,
    말씀대로 온 식구들이 그 소망에 있어서 한치의 의심도 없이, 슬프지만 동시에 축복과 기쁨의 장례가 되었었더랬습니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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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 Oblivion 님,
    더 잘 해드리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는 제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지고 갈 것 같습니다. 단지 마지막 순간에 평안하셨고 평소 하늘나라에 대한 소망과 확신이 있으셨다는 사실이 저와 식구들에게 안식과 평안을 주고 있지요. 평안을 빌어주시니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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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 jinspapa 님,
    그런 확신을 주시니 마음이 좋습니다. 들리셔서 위로해 주셔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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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 Jaemin 님,
    예, 자랑스럽고 훌륭한 어머니 맞습니다. 귀한 위로의 말씀 고마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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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7. 부모님께 입었던 은혜의 시간이 주마당처럼 스쳐갑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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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8. 꿈의 스웨덴 님,
    어느 누구나 부모님을 생각하면 같은 감정이 드는 거겠지요. 주시기만 하는 모습은 모두 같으시니까...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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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9. 하늘나라 좋은 곳에서 평안하게 쉬시며 내려다보실 어머님을 생각하시며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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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 안드로키퍼 님,
    맞네요. 이젠 좋은 곳에서 쉬시면서 우리를 지켜보신다고 생각하니 힘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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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 요즘 조금 바빠서 글을 못 읽었는데 ...

    뭐라고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천국에서 잘 쉬고 계시다고 생각하고 먼저 가셨을 뿐이니 시간이 지나면서 괜찮아 지시길 바랍니다.

    마음의 준비도 잘하신 것 같은데 그래도 힘드신 면도 있겠죠?

    다시 만나뵐 그날까지 또 이곳서 잘 사는게 어머님께 효도하는 것이겠지요.
    힘 내세요! 뭐 벌써 아버님께 잘 하고 계시는 것 같아서 좋아 보이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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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2. 샛별 님,
    병상에 오래 계셨고 그래서 마음의 준비가되었는 줄 알았는데 막상 닥치고나니 그렇지 않더군요. 시간이 걸리겠지요.

    예, 열심히 잘 살면서 아버님을 불편하시지 않게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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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 oldman님..
    많이 늦었습니다.

    oldman님을 위로합니다.

    또한, 어머님께서 좋은 곳에 계시다는 것을 믿음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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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4. 뒤 늦게 인사 드립니다...

    주님의 사랑과 위로 하심으로 아픈 마음들이 회복되어지고, 새 힘을 얻으셔서, 그리스도의 평안 있기를 기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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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5. Kris 님,
    아니, 웬걸요. 정신없이 바쁘시다는 것 알고 있지요. 위로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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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6. HML 님,
    좋은 말씀으로 힘 주시고 평안을 빌어 주시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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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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